언론사 대표 김씨 ‘2억 대출’ 주장 관련 지인과 통화서 “김씨, 몰라…이준석 출연료 3000만 원도 사실 무근”
명 씨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명 씨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명 씨가 구속되기 전인 지난 11월 초 지인 A 씨와 통화에서다. 경북 안동 출신 A 씨는 정치권에서 오래 활동한 인물이다. A 씨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과도 교류하는 사이다.
일요신문은 명태균 씨와 지인 A 씨 통화 녹음파일 2개를 단독 입수했다. 통화 날짜는 지난 11월 1일과 3일이다. 11월 1일 통화는 안동 지역 언론사 대표 김 아무개 씨가 명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이날 SBS가 보도한 이후 이뤄졌다.
김 씨는 2021년 7월 중순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 원을 빌려준 뒤 1억 3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SBS에 밝혔다. 또 김 씨는 2021년 8월 8일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 등과 찾아와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씨가 대표로 있는 언론사는 안동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김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빌려준 2억 원에는 이준석 대표 출연료 명목 3000만 원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지난 11월 1일 지인 A 씨와 통화에서 “나는 김 씨 전화번호도 모르고 통화한 적도 없다. 김 씨 언론사에 간 적도 없다”며 “방금 SBS 뉴스에 나오던데 나는 내용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 씨는 “김태열은 돈 받아와서 뭐 했느냐”고 물었다.
A 씨는 “내가 알기로는 처음에는 미래한국연구소 대구경북 본부를 준다는 조건이었는데 나중에는 차용 형태로 됐다”며 “미래한국연구소에 정 아무개 씨가 이사로 등재됐다. 대구경북 본부는 잘 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정 씨는 안동에서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을 하는 인물이다. 정 씨는 미래한국연구소와 안동 언론사 대표 김 씨를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에 써야 할 돈을 횡령한 혐의로 2019년 11월 벌금 80만 원 판결을 받기도 했다.
미래한국연구소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 씨는 2021년 7월 26일 미래한국연구소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같은 날 안동에 미래한국연구소 대구경북지사도 설치됐다. 미래한국연구소 대구경북지사 주소로 기재된 곳에는 정 씨가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명 씨는 11월 1일 A 씨와 통화에서 “내가 보니깐 사람들이 미래한국연구소를 내 것이라고 하니까 김 씨가 나를 고소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나를 고소하면 나도 김 씨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명 씨는 “우습다. 김 씨는 나를 본 적은 있나”라고 반문하며 “김태열이 나를 열나게 팔았구나”라고 말했다.
명 씨는 2억 원 중 3000만 원이 이준석 대표를 토크콘서트에 섭외한 명목이었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표했다. 명 씨는 “준석이는 10원도 받은 게 없다”며 “나도 10원도 받은 게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A 씨에게 강조했다.
명 씨와 A 씨는 이틀 뒤인 지난 11월 3일 다시 통화했다. 이날 A 씨는 김태열 전 소장과 통화한 내용을 명 씨에게 전했다. 안동 토크콘서트가 열린 날 명태균 씨, 김태열 전 소장, 김 씨 등이 커피숍에서 만났고 김 전 소장이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명 씨와 김 씨가 2억 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내용이었다.
명 씨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나는 커피숍에 간 적이 없다. 김 씨라는 사람 자체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이어 명 씨는 “나는 행사(토크콘서트) 끝나고 이준석이랑 한정식 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행사 끝나는 시간이 많이 늦었다. 왜냐하면 이준석이 (토크콘서트 관객에게)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줬다. 밥 먹고 나오니 커피숍 문 연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사내이사로 등재된 정 씨가 안동 지역 사업가 조 아무개 씨의 아들 채용 청탁 의혹을 주장했다고 11월 3월 통화에서 언급했다. 다만 명 씨는 “정 씨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11월 3일 통화 당시는 조 씨 아들 채용 청탁 의혹이 언론에 불거지기 전이었다. 조 씨가 명 씨에게 아들 채용을 청탁하며 돈이 오갔다는 보도는 11월 22일 처음 나왔다.
명 씨는 “정 씨한테 전화가 왔다.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 ‘김영선 선거(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때 조 씨가 와서 조 씨를 김영선, 김태열과 만났는데 자기랑 김태열은 나가라고 하더라. 그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본다’고 했다”며 “내가 정 씨한테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2억 원이면 부피가 얼마나 되는데 김영선이 선거 캠프에서 그걸 받겠느냐”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A 씨에게 명 씨와 11월 초 통화한 내용에 대해 묻고자 12월 2일 연락했다. 하지만 A 씨는 말을 아꼈다. 명 씨 변호를 맡은 남상권 변호사는 김 씨가 원래는 미래한국연구소 대구경북 본부를 받는 조건으로 2억 원을 빌려줬다는 A 씨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 “명 씨는 모른다고 한다”고 12월 2일 전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명 씨는 김 씨를 무고죄로 고소하지는 않았다.
한편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2월 3일 구속기소될 예정이다. 명 씨는 공천을 대가로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에게 각각 1억 2000만 원, 김 전 의원에게 76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명 씨와 김 전 의원을 구속 상태로 일단 재판에 넘긴 뒤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강혜경 씨는 연일 명 씨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명 씨가 돈을 받고 지인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시켜줬다는 의혹 외에도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면서 결과를 조작한 의혹, 2022년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한 의혹, 오세훈 서울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에게 돈을 받고 여론조사를 진행한 의혹 등이다. 강 씨는 ‘명태균 리스트’라면서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