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비상계엄 관심 ‘많이 본 뉴스’ 1~5위…“스스로 자기 목 조른 셈” “내년 국교정상화 60년 찬물”

“윤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해왔지만, 이런 방법으로 나올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계엄은 엄청난 일”이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방한할 계획이었으나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교도통신은 “11월에 임기 절반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전후로 저조해 사태를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 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애초 승산이 없는 도박이었는데, 도대체 왜 단행한 것이냐”며 배경을 궁금해하는 반응이 많다. 마치다 미쓰구 전 주한일본대사관 공사는 “신중함이 결여된 독단정치”라고 짚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야당을 제압하고 국회 내 질서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비상계엄령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포고를 단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야마구치 료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군과 경찰도 강행적인 수단을 취하지 않아 무산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른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령이라는 카드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윤 대통령 정권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월 4일 발행된 일본 조간 1면에는 대부분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가 실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윤 대통령이 야당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비중 있게 다룬 곳은 아사히신문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당 활동과 집회를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미디어도 통제한다는 포고령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키는 행위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오랜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한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과 많은 희생으로 1980년대 후반에야 민주화를 쟁취한 역사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민주화 역사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가. 한국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윤석열 정권의 앞날은 더 불투명해졌다”고 내다봤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라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인물인가’라는 제목으로 다시금 재조명하기도 했다. ‘애주가’ ‘친일’ ‘문제 많은 측근’ ‘거부권 행사’가 키워드였다. 먼저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이 술을 잘 마시는 주호(酒豪)로 알려져 있다”며 “오래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타개한 계기는 강제징용 배상금 문제를 둘러싼 윤 대통령의 정치 결단이었지만, 한일 두 정상의 거리를 확 좁힌 것은 술이었다”고 전했다.
2023년 3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와 밤늦게까지 술을 흠뻑 마셨으며, 술자리가 끝나지 않자 김건희 여사가 언성을 높여 말렸다”라는 후일담을 공개했다. 또한, “일본 정부 관계자를 초청한 서울 술자리에서는 윤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도수 40도 이상의 ‘이모쇼츄(고구마소주)’를 갑자기 개봉해 참석자와 함께 돌려 마셨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대통령은 ‘절대적 대통령제’와 비슷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는 설명도 이어나갔다. “김건희 여사의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여론의 불만이 고조됐고, 계엄령 선포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주목했다.

비상계엄은 12월 4일 아침 해제됐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서는 놀라움과 불안감이 새어 나왔다. 서울시 국제협력단체에서 일하는 20대 일본인 여성은 “3일 밤 군 출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회 근처에 사는 친구가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오자 두려움이 일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TV로 지켜보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역사연구가 현소희 씨는 “말로만 듣던 군사정권 시절의 모습이 머리에 스쳤지만, 우리 세대는 군인도 모두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해외 투자나 여행자가 줄면 경제에 타격이 가고 한일 교류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라고 염려했다.
4일 오전 이시바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정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시바 총리는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한국 방문은 아직 무엇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도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