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소득 수준 넘으면 지원금 끊겨 근로 의욕 저하…건강가정법상 ‘혼인’ 중심 가족 개념 개정 요구도

우선 임신·출산을 겪으며 사회적 시선 등의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임신기 및 출산 후 미혼모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들은 임신 5개월 시점에 직장에 재직하는 경우가 4분의 1 수준이었고, 이후 94.4%가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임신과 출산 탓에 학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전체의 68.9%가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했으며 그중 출산 후 원래 학교로 복학한 경우는 20%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사례로 든 한 미혼모는 “혼전임신인 경우는 ‘결혼할 거예요’ 하고 얘기하면 회사에서 다른 데로 발령을 내더라도 자르진 못한다. 그런데 ‘결혼 안 할 건데요’ 하면 회사 내규를 들어서 직원을 해고한다”며 “회사에 ‘품의를 저해하는 풍속’이란 내규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력단절이 된 미혼모들은 자녀 양육과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막막해 한다. 생후 100일 된 아기를 혼자 키우는 김지은 씨(가명·24)는 현재 무직으로 아동수당과 부모급여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부모급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돌 이후, 아예 받지 못하게 될 생후 24개월 이후를 생각하면 벌써 두렵다. 김지은 씨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지 못할까봐 걱정된다”며 “나중에 아기가 커서 엄마가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 걸 보게 하는 것도 부끄러워 자격증이라도 따고 싶은데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교육 지원과 미혼부모 가정에 적극적이고 세밀한 아이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아이돌봄서비스 제도가 9시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일자리에 맞춰 설계돼 있어서 틈새 공백을 메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며 “일 년에 (정부지원 아이돌봄서비스를) 최대 960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단순 수치 계산만 해봐도 세 달은 자비로 내야 한다”며 미혼모 가정을 위한 세밀한 돌봄 지원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미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근로할 능력이 있고 여건이 되는 미혼모들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더 건강한 한부모 가족을 만들 수 있는데 각종 지원책들이 저소득 가정에만 지원되는 데다 적은 소득이라도 발생하면 일시에 지원금들이 전부 끊겨 근로 의욕을 꺾는 일이 발생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민채 한부모 모임 웅성웅성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정 소득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면 한부모 가정 아동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며 “생각보다 금전적 타격이 크다. 지원금을 (일시에 끊지 말고) 점진적으로 줄이는 등의 방안을 통해 (미혼모들이) 자립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혼모의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이들이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이른바 ‘정상가족’의 틀 밖에서 출산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 기인하기 때문에 ‘가족’의 개념을 재정비하고 이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한다. 같은 법 제8조는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 및 복지 혜택을 주고 있는 국가가 많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1999년부터 등록동거혼(PACS)을 도입해 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이 혼인 중심, 부계 혈통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다”며 “이를 ‘관계로서의 가족’으로 개념을 변화시키고 가족의 정의를 한정해 명시한 법 개정을 시도한다면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