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월평균 소득액 92만 3000원 불과…“임신하면 직장 그만두게 되고 빈곤의 악순환 빠져”
출산 일주일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출산을 위한 수술비와 입원비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도움을 받을 가족도 없었다. 다행히 미혼모를 위한 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제왕절개 수술과 산후조리 등을 마쳤지만 현재 아기와 둘이 살며 육아를 홀로 감당하고 있다. 아기 아빠와는 연락이 끊겨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국가의 위기’라고 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지만 지은 씨처럼 혼인을 하지 않고 임신·출산을 한 후 홀로 아기를 키우는 가정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보다 1만 9200명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반면 혼인 외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의 4.7%인 1만 900명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나타냈다. 혼외 출생은 2020년 6900명(2.5%), 2021년 7700명(2.9%), 2022년 9800명(3.9%)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혼인 외 출산 숫자가 늘어난 것은 청년들의 인식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42.8%로 2014년 30.3%였던 것보다 12.5% 늘어났다. 반면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34.9%에서 22.2%로 줄었다.
인식이 바뀌고 숫자는 늘었지만 미혼부모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임신·출산·육아를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모든 가구원의 월평균 소득(세금, 사회보험료 등 제외)은 평균 245.3만 원으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집계된 처분가능소득 평균 416.9만 원의 58.8%에 그친다.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보고서에서는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액이 92만 3000원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소득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체의 10%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신 과정에서 ‘금전적 어려움’이 제일 힘들었다고 답한 미혼모가 1247명의 조사 대상자 중 41%(521 명)에 달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기본적인 생활비가 없어서 공과금, 월세, 통신료가 체납된 미혼모들이 많다”며 “부모가 다 있는 가정에서는 임신부가 아이를 갖고 육아를 할 때 남편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미혼모는 임신을 하면서 배가 불러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시작된다. 어려움이 한 번 시작되면 어려움이 어려움을 낳는 상황이 계속된다”고 전했다.
그나마 아이를 낳으면 부모급여와 아동수당, 저소득 한부모 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등이 이뤄져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모급여는 정부가 2023년부터 영아를 키우는 가정에 매달 지원하는 것으로 아이가 막 태어나서 11개월까지 매달 100만 원을 지급하고 만 1세 아동에게는 5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아동수당은 8세까지 월 10만 원씩 지급된다.
이에 더해 18세 미만의 자녀를 키우는 중위소득 63% 이하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는 올해 기준 아동 1인당 월 21만 원을 지급한다. 또 35세 이상 미혼 한부모 가족의 5세 이하 아동 1인당 월 5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25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한부모 가족의 5세 이하 아동 1인에게는 월 10만 원이, 6세 이상~18세 미만 아동에게는 월 5만 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모 또는 부의 나이가 24세 이하인 청소년 한부모 중 중위소득 65% 이하 가구에는 자녀 나이에 따라 1인당 월 35~40만 원의 아동 양육비가 지원된다.
그러나 미혼모의 임신 기간 금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은 사실상 없다. 정부는 현재 모든 임산부에게 바우처 형태로 100만 원을 지원한다. 이 100만 원도 산부인과 진료 등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생활비에 사용할 수 없다. 이들 대부분은 원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을 홀로 견뎌내야 한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출산 후 1년간은 부모급여 100만 원, 아동수당 10만 원에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는 아동양육비 등이 지원돼 그나마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임신했을 때는 모든 임산부에게 지급되는 의료 바우처 외에는 딱히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이 시설에 입소하는 것 말곤 대안이 없다”고 전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혼부모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한부모가 아동을 양육하는 것에 부정적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는 비율은 82.6%나 됐다.
앞의 김지은 씨는 '일요신문i'에 “아이가 태어난 것은 좋은 일이고 축복받을 일인데, 한부모에 대해서는 마치 ‘몸 관리 못해서’라는 인식이 아직 있다”며 “나중에 아이가 이런 사회적 인식에 상처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윤민채 한부모 모임 웅성웅성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취업 준비 과정에서 면접 보러 가서 한부모인 것을 밝혔더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부모가 다 있다고 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잘 키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듯 한부모라고 해서 아이를 잘 못 키운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