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자동차보험 ‘인정’ 생명보험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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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하나. 수년 전 한 아무개 씨는 생명보험에서 암보험을 부부계약으로, 주피보험자를 남편, 종피보험자를 부인으로 가입했다. 사업이 부진해 부도를 맞아 형편상 서류상으로 이혼해 놓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중 한 씨의 부인이 암에 걸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한 씨는 치료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에서는 사실혼 관계에 있다 치더라도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므로 약관상 보상을 해줄 수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생명보험은 배우자의 정의를 호적 또는 주민등록상의 배우자로 특정한다.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씨 부부가 자동차보험을 부부한정특약으로 들었다가 사실혼 관계의 부인이 사고를 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자동차보험 부부한정특약은 법률상 혼인관계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실혼이란 법적 배우자가 서로 없는 상태, 즉 혼인관계가 없는 사람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동거를 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 자동차보험 부부한정특약은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호적상 배우자가 있다면 이는 중혼으로 사실혼이 아니다. 이를 모르고 자동차보험 부부한정특약에 가입하여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는 실무상으로 판단하여 면책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중혼임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례가 있다.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고 부인과 별거 중인 김 아무개 씨는 박 아무개 씨(여)와 동거하고 있었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자동차보험을 계약하면서 동거인인 박 아무개 씨와 함께 부부한정특약에 가입했다. 몇 달 뒤 동거인 박 씨는 김 씨의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냈으나 보험사는 당연히 사실혼이 아니라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민법 제810조(중혼의 금지)에 따라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운전자를 약관상 ‘피보험자의 배우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각자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동거인인 박 씨는 특별약관에서 규정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해당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혼의 급격한 증가 등 최근 복잡한 부부관계 때문에 보험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혼한 상대방이 수익자로 되어 있어 보험금을 찾지도, 해약하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할 때는 보험을 반드시 정리해야 하고, 부부관계가 복잡한 상태라면 가입하고자 하는 보험이 현재의 부부 상태를 보장하는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