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자유도, 평등권도 침해 않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변호사는 규제 더 엄격” 강조도
#자유와 평등 제한?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법무사, 행정사 등 22명이 2020년 6월 저마다의 업무 범위 등을 명시한 관련법들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올 8월 29일 최종 판단을 내렸다. 청구인들은 '법무사법과 행정사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업무 범위가 너무 적다'고 토로했지만, 헌재가 내놓은 대답은 '문제없음'이었다.
이번 헌법소원에서 법무사들은 행정심판, 소액사건 소송 대리 등을 못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변호사들의 역할 일부는 법무사들도 할 수 있다고 피력한 셈이다. 법무사들은 또 합리적 근거 없이 자신들만 보수를 제한받고 있다며 이 역시 평등권 등 헌법상 권리 침해라고 강조했다.
행정사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행정심판 사건 대리, 행정소송 사건 대리, 형사재판 기록 열람등사 청구 등을 못하게 돼 있어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사가 법인을 운영할 때 다른 전문 자격사와 동업을 할 수 없다는 점 역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바라봤다.
단연 핵심 쟁점은 법무사법과 행정사법이 명시한 각각의 직역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특히 행정사법의 경우 행정 관련 업무 범위가 여럿 명시돼 있으나,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해 실제 수행 가능한 업무는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차별 아닌 차이'…노무사·세무사도 주목
헌재는 이 같은 주장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법무사들 보수가 제한된 점에는 "기본권행사의 주체인 대한법무사협회가 보수 수준을 정하고 있다"며 "협회가 대법원장 인가를 받긴 하지만, 이는 법무사들의 보수 과다 책정을 견제하기 위한 국가의 최소 개입"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사 등의 법인 구성원을 제한한 점을 놓고는 "전문자격사 법인의 구성원 등을 해당 전문 자격사로 제한한 배경은 자격 제도를 유지하고, 일반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그 제한 정도에 비춰봤을 때 행정사 등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무사와 행정사들의 직역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관련법들이 업무 범위를 정하며 다른 전문 자격사의 업무를 배제한 이유는 각 자격제도의 도입 목적과 업무 특성 및 직무수행 통제 등 직업별 합리적 차이 때문으로 이를 직업의 자유 침해로 보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헌재로서는 현행법에 명시된 업무범위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해석한 셈이다. 이 부분은 법무사·행정사 외 다른 전문직 집단에서도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법무사와 행정사들이 소송대리 등 변호사 역할뿐 아니라, 노무사와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이 수행 중인 역할에도 침범해선 안 된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러한 결정이 나오기까지 한국공인노무사회 등 기타 단체들도 2022년쯤부터 꾸준히 기각·각하 요구를 담은 의견서 등을 헌재에 제출해왔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노무사 단체는 일부 행정사의 '노사교섭 참여' '임금명세서 작성' 사례를 파악하고 대응을 이어 왔다.
한편 이번 결정에서 헌재는 법무사·행정사 등이 '변호사들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지점도 짚고 넘어가 눈길을 끌었다. 헌재는 "변호사는 직무수행에 있어 공익활동 등 지정업무 처리 의무, 수임사건 건수·수임액 보고 의무, 겸직제한 등 다른 전문직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