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연구소, 알코올이 7가지 치명적 암 유발 주장…‘한번에 왕창’이 ‘매일 조금씩’보다 나쁘다는 연구결과도
알코올이 신체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은 저마다 다르다. 또한 음주로 인해 암에 걸릴 가능성은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기보다는 해로울 확률이 더 높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알코올은 입과 목에서 자극제로 작용하며, 그 결과 해당 부위를 둘러싼 섬세한 세포가 손상되면서 염증이 유발된다. 이런 경우 담배 연기와 같은 다른 발암 물질로 인한 손상에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MD 앤더슨 암예방센터’ 의료 책임자인 테레즈 베버스 박사는 “중요한 점은 술을 마실 때마다 암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라면서 “담배나 가공육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음주량이란 건 없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주량과 특정 암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워낙 대수롭지 않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당장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NCI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알코올과 특정 암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주 7잔의 술을 마시는 여성과 매주 14잔의 술을 마시는 남성의 경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구강암과 인후암에 걸릴 위험이 1.8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두암의 경우에는 1.4배 더 높아진다. 이때 기준이 되는 한 잔은 맥주 12온스(약 355ml), 독주 1.5온스(약 44ml), 와인 5온스(약 148ml)다.
매주 15잔 이상을 마시는 남성과 8잔 이상을 마시는 여성(즉, 과도한 음주자)의 경우에는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2.6배, 구강 및 인후암에 걸릴 위험은 5배 더 높아진다. 또한 적당한 양을 마신다 해도 식도암에 걸릴 위험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1.3배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중간 수준의 음주자들에게서는 간암 발병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과도한 음주자의 경우에는 간암 위험이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2배 더 높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로 인해 간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알코올을 처리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NCI에 따르면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화학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 화학 물질은 간을 비롯한 다른 장기에 축적되면서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밖에 간경변증(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간 손상으로 인한 흉터)이 과도한 음주습관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간경변증은 반드시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유발되는 건 아니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알코올이 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키는지는 개인의 유전적 요인, 음주 경험, 체중 등을 고려할 때 다르다. 하지만 한 충격적인 연구에 따르면, 7주일 동안 21회의 폭음(주당 3회 폭음)을 하는 음주 습관을 가진 경우 초기 단계의 간부전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졌다.
또한 미국의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폭음하는 쥐들의 간에서는 중성지방 수치가 술을 마시지 않은 쥐보다 약 50% 더 높게 나타났다. 단 한 번의 폭음만으로도 간 효소인 CYP2E1 수치가 상승한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이 효소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독성 부산물을 생성해 세포 및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학술지 ‘알코올 중독’을 통해 “이번 결과는 알코올 의존성이 없더라도 반복적이고 과도한 음주를 할 경우 지방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초기 알코올 관련 간 기능 장애의 증거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간 트러스트’는 매일 알코올 4단위(와인 약 두 잔) 이상씩을 섭취하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이 계속되면 간에 염증이 생기고 이를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흉터 조직인 섬유증이 생긴다.
올해 초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에 알코올 12단위를 폭음하는 경우, 같은 양을 일주일에 걸쳐 나눠 마시는 사람보다 알코올 관련 간경변증에 걸릴 확률이 세 배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30만 명 이상의 영국 성인을 추적 조사한 연구진은 폭음을 하고,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들은 그 위험이 네 배, 그리고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그 위험이 두 배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연구 공동 저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간 전문의인 가우탐 메타 박사는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음주 패턴이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21단위를 일주일에 걸쳐 나눠 마시기보다는 한두 세션에 마시는 것이 더 해롭다”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은 중간 수준의 음주자 역시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음을 하는 경우에는 대장암을 비롯한 직장암 발생 위험이 1.5배 더 높다. 이는 알코올이 체내에서 비타민과 기타 영양소를 처리하는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령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과음은 신체가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엽산의 처리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기관 외에도 술을 중간 수준으로 마시는 여성은 전혀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23배 높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일주일에 8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그 위험이 1.6배 더 높아진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전문의들은 알코올이 체내에서 순환하는 에스트로겐 수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이지만, 과도할 경우에는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적당한 음주량에 관한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적당히만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은 “어떤 양의 알코올도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WHO는 알코올로 인해 매년 전 세계에서 3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과도한 음주가 다양한 암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또한 심장 근육에 부담을 주고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져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주종별 알코올 단위(음료에 포함된 알코올의 양을 측정하는 기준)
알코올 단위 계산법 : 알코올 단위 = 용량(ml) × 알코올 도수(%) ÷ 1000
△낮은 도수의 라거 맥주 한 잔(568ml, 3.6%) : 2단위
△작은 와인잔(125ml, 13%): 1.6단위
△중간 도수의 라거 맥주 한 잔(568ml, 4%) : 2.3단위
△보통 크기 와인잔(175ml, 13%): 2.3단위
△높은 도수의 라거 맥주 한 잔(568ml, 5.2%) : 3단위
△큰 와인잔(250ml, 13%) : 3.3단위
△라거 맥주 한 병(330ml, 5%) : 1.7단위
△라거 맥주 한 캔(500ml, 5.5%) : 2.8단위
△독주 싱글 샷(25ml, 40%) : 1단위
△독주 더블 샷(50ml, 40%) : 2단위
△알코팝(알코올이 든 청량음료) (275ml, 4.5%) : 1.5단위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