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마약 음주 협박 등 온갖 논란, 최근 성폭행 혐의…극우 블로거·조폭과도 친분, 왕실의 ‘검은 양’ 낙인
불륜, 사고, 음모 등 이런 저런 스캔들로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왕실이라고 하면 아마 영국 왕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영국 왕실마저 지루하게 보일 정도로 시끄러운 왕실이 있으니, 바로 노르웨이 왕실이다. 영국의 ‘메일온라인’은 근래 들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스캔들 때문에 노르웨이 왕실이 곤경에 처했다면서 이 정도라면 영국 왕실의 스캔들은 시시한 축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이를테면 지난해 미국의 흑인 주술사와 재혼한 메르타 루이스 공주(53)가 노르웨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데 이어 이번에는 호콘 망누스 왕세자(51)의 의붓아들이 성폭행 및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다시 한 번 왕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호콘 왕세자의 의붓아들인 마리우스 보르 호이뷔(27)는 2001년 결혼한 메테마리트 왕세자비가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왕실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건 네 살 때부터며, 노르웨이 왕실 역사상 첫 번째 의붓아들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공식적인 왕실 직함이나 직책은 없지만 잉리드 알렉산드라 공주(20)와 스베레 망누스 왕자(18)와 함께 어릴 때부터 국빈 방문 및 만찬, 기념일 행사 등 왕실의 공식 행사에 참석해 왔었다. 하지만 20세가 되면서부터는 완전히 왕실 임무에서 물러났으며, 이에 따라 왕실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이름이 삭제된 상태다.
당시 왕실은 성명을 통해 “호이뷔는 왕실을 대신해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도 공개 성명을 통해 “마리우스는 우리 가족의 중요한 일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의 눈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 싶다는 바람과 달리 그의 사생활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폭행, 마약, 음주, 협박 등 온갖 스캔들로 연일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게다가 특권 의식이 강하고 버릇이 없다는 등 평판도 좋지 못했다. 결국 왕실의 ‘검은 양(문제아)’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면서 골칫덩어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험악해진 민심은 왕실 전체에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채 중퇴한 호이뷔는 디자인 회사 인턴, 패션잡지 에디터로 잠시 일했을 뿐 이렇다 할 직업을 갖지는 않았다. 한때 오토바이 정비공으로 일했지만 그마저도 금세 그만두었다.
그의 주변 인맥도 왕실 입장에서는 골치긴 마찬가지였다. 전과범들이나 성폭행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극우 블로거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대중과 언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심지어 조직 폭력배 일원들과 어울리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가령 왕세자 부부의 거처가 있는 스카우굼 공관에서 이른바 ‘스카우굼 파티’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 ‘헬스 엔젤스’ 조직폭력배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이에 노르웨이 정치인인 얀 뵈흘레르는 “왕실의 한 구성원이 수년 동안 마약 범죄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파티를 즐겼다. 사회의 적들이 왕세자 부부의 사유지를 자유롭게 출입했다”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 밖에 호이뷔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품을 판매하면서 주소지를 왕실 거주지로 기재해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왕실과의 친분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그런가 하면 ‘노르웨이 왕자’라는 가짜 타이틀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8년, 잠시 편집자로 일했던 ‘템퍼스’ 매거진에서 그를 가리켜 ‘노르웨이 왕자’라고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노르웨이 언론의 강한 비판이 쏟아졌으며, 이에 왕자라는 표현은 ‘템퍼스’ 잡지와 웹사이트에서 전부 삭제돼야 했다.
무모한 행동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과속 및 난폭 운전을 하는 영상과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 연이어 게시됐으며, 광란의 파티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모습도 줄지어 포착됐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일간 ‘다그블라데트’는 호이뷔가 어울리는 친구들을 가리켜 “부유한 상속자, 리얼리티 스타, 인플루언서, 전과범, 마약 범죄자 등이 섞여 있다”라고 보도하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인맥들이 자칫 왕실에 보안상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호이뷔가 외교 임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만 제공되는 외교관 여권을 남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심지어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해외에서 경찰을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이 외교관 여권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여러 스캔들 가운데 왕실의 도덕성과 신뢰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은 과거 연인들 입을 통해 줄줄이 폭로된 폭행 사건이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사귀었던 모델 겸 배우인 율리안 스네케스타드(29)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호이뷔에게 반복적으로 신체 및 정신적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 더는 침묵을 지키지 않기로 했다”면서 “특히 정신적 폭력이 견디기 힘들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다. 이 일은 반복됐고, 이제는 끝내야 했다”라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후 1년간 교제했던 인플루언서 출신의 노라 하우클란드 역시 동일한 폭로를 이어갔다. 호이뷔로부터 신체 및 정신적 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하우클란드는 “그는 내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나를 발로 차고 목을 졸랐다. 내 아파트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머니의 새 집도 망가뜨렸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가장 괴로웠던 부분은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거나 협박을 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월에는 당시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폭행을 하고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여성의 침실 벽에 꽂혀 있는 칼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폭행 후 병원에 입원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퇴원했다.
폭행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호이뷔는 혐의를 인정하면서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지난 주말에는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다. 술과 코카인에 취한 상태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신체적 폭행을 가하고 아파트 안의 물건들을 파손했다”면서 “나는 여러 가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이로 인해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오랫동안 약물 남용으로 고통받아 왔으며, 과거에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벌어진 일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었을까. 얼마 후 그는 접근금지 명령을 어겼는가 하면, 여성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협박한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이에 전 여자친구였던 하우클란드는 “그는 항상 ‘도움을 받겠다. 힘들다’라며 이해를 바라는데, 사실 이 모든 말은 나 또한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 그 후에도 폭행은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급기야 최근에는 성폭행 혐의까지 연달아 불거졌다. 지난 9월, 스카우굼에서 열린 파티에서 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가 하면, 가장 최근인 11월에 또 한 차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던 익명의 한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은 피해 여성의 아파트에서 벌어졌으며, 그 여성은 호이뷔와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이였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한 남성에게 살해 위협을 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그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해당 남성에게 “너는 죽은 목숨”이라고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왕실 일가의 스캔들 때문에 실망하고 있는 노르웨이 국민들은 왕실의 존립 자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내친 김에 세습적 지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왕실 평론가인 요한 T. 린드월은 호이뷔의 일련의 행동들이 왕실의 ‘재앙’이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언론인 트리그베 헤그나르는 호이뷔를 가리켜 “왕실을 몰락시키는 정신병자”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싸늘해진 민심은 지지율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노르웨이 왕실은 전체 국민 가운데 81%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난 9월 실시된 조사에서는 62%로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여기에 하랄 국왕(87)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왕실 분위기는 더욱 침울해지고 있는 상태다.
과연 후계자인 호콘 왕세자의 아내로서 왕비 자리에 오르게 될 메테마리트는 아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방탕한 생활 즐겼다”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비호감 까닭
2001년 호콘 왕세자와 결혼하면서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렸던 메테마리트는 실직자였던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은행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평민 신분이었다. 하지만 둘의 만남이 노르웨이 국민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다. 가정환경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파티광에 마약을 즐기는 메테마리트의 방탕한 사생활이 그랬다.
결혼을 앞두고 비난이 거세지자 메테마리트는 기자회견을 통해 “왕세자를 만나기 전까지 방탕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가령 오슬로대학 재학 시절 반항기를 겪었다고 말한 그는 당시 마약을 사용하는 파티에도 자주 참석했으며, 폭력, 음주 운전, 코카인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남친 모르텐 보르그와의 사이에서 아들 호이뷔를 출산했다고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들이 태어날 당시 메테마리트는 여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미혼모로서 오슬로 외곽의 하층민 거주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메테마리트가 왕세자를 만난 건 한 친구를 통해서였다. 1999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둘은 곧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왕세자는 용기를 내서 메테마리트를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미래의 왕비감에 대한 소식을 들은 노르웨이 국민들과 언론은 충격에 빠졌다. 미혼모라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아들의 친부가 중범죄자라는 사실도 기가 막혔다. 당시 TV2는 “호이뷔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왕실의 골칫거리로 여겨진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둘은 보란 듯이 결혼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결국 결혼까지 이르렀다.
시작부터 이랬던 데다 의붓아들과 관련된 스캔들이 줄줄이 터지자 잔뜩 성이 난 노르웨이 국민들은 메테마리트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 국민들 사이에서 내내 인기가 없었던 그의 지지율은 지금도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랄 국왕의 여동생인 랑힐 공주가 TV2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호이뷔의 미래를 걱정한 발언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메테마리트는 첫째 딸 잉리드 알렉산드라를 임신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랑힐 공주는 이렇게 지적했다.
“나는 그의 아들인 호이뷔의 미래가 걱정된다. 그 아이가 가엾다. 잉리드가 태어나면 불쌍한 호이뷔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그 아이는 이제 여섯 살이지만, 곧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그들 가족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그들이 충분히 고민했기를 바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