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 우려에다 피어그룹 가치 제대로 인정 못 받는 등 시장 여건도 부정적
CJ올리브영이 창사 이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CJ올리브영의 매출은 3조 5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조 7971억 원 대비 25.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45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1% 성장했다. 이 같은 흐름으로 4분기를 마감하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은 CJ올리브영의 다음 행보에 쏠린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은 그동안 상장을 추진해왔다. 투자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이 상장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4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는 보유하고 있던 CJ올리브영 지분(22.56%) 전부를 매각했다. 이 때문에 CJ올리브영이 상장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사모펀드는 통상 IPO를 목적으로 출자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CJ올리브영은 글랜우드PE 측이 가지고 있던 지분 가운데 절반을 매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장에 대한 압박을 해소했다. 나머지 절반의 지분은 금융권 중심의 SPC( 특수목적법인)가 매입했는데, 해당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CJ올리브영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상장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CJ올리브영도 최근 몇 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피크아웃(실적 정점 후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따라다니고 있다.
국내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인 CJ올리브영 성장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춘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것도 상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시장을 지배하자 납품사 갑질 논란이 꾸준히 발생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CJ올리브영이 다른 납품업체가 경쟁사의 판촉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며 1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뷰티 업체에 쿠팡에 납품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하며 각을 세운 바 있다. 비슷한 일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무신사의 사업 진출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공정위가 납품업체 행사 독점 종용 의혹으로 CJ올리브영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CJ올리브영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감독 당국의 감시 기준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실제 CJ올리브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 증인 요청을 받았다.
상장을 위한 시장 여건도 부정적이다. CJ올리브영이 상장하려면 이미 상장된 피어그룹(비교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있어야 하는데, 피어그룹으로 묶을 수 있는 이마트(약 1조 9900억 원), 롯데쇼핑(약 1조 6200억 원)의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밑도는 상황이다. CJ올리브영이 지난 4월 사모펀드 지분을 인수할 때 평가한 기업가치가 약 3조 50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 기업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에 추진했던 상장에는 회의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