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수의계약 전환 특혜 의혹 지적…법적 조치 예고 등 MG손보 노조 거센 반발도
#인수 성공 시, 2위 싸움 치열해질 전망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는 수차례 공개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두 차례, 올해 7월과 8월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자 매각 주체인 예보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5차 입찰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2곳을 대상으로 자금지원 요청액, 계약 이행 능력 등을 심사한 예보는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른 1곳인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는 자금조달 계획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차순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최종 인수하면 업계 2위 DB손해보험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다. 메리츠화재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상 보험사의 주요 경영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2023년 말 기준 10조 4687억 원이다. MG손보(6774억 원)과 합치면 11조 1461억 원이 되는데, DB손보(12조 1524억 원)와의 격차를 1조 원 차이로 좁힐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부실 정도가 예상보다 크거나 자사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없다면 인수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1월에 열린 2024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해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이익에 부합할 경우 완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예상한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정상화를 위해서는 1조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MG손보의 2024년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36.5%로 금융당국 권고 수치(150%)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MG손보의 킥스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예보는 최대 약 5000억 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MG손보를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할 예정이다. P&A 방식은 부실 금융 기관을 인수할 때 자주 사용되는데 고용승계 의무가 없고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절차가 진행되면 새 법인이 생기고, 비우량 자산과 부채만 남은 MG손보는 예보가 청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 내부 거센 반발 해결 숙제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과정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2024년 10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것이 메리츠화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금융제재 이력이 있는 회사가 MG손보 계약을 이전하는 데 문제가 있는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필요한지 등에 관해 예보에서 메리츠화재를 염두에 둔 법률자문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인수합병 방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메리츠화재의 인수자격과 관련된 법률자문까지 미리 받은 것은 결국 메리츠화재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2024년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18건, 개선 16건 제재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저해되고 경영진에 관한 효과적 감독 역할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보는 “수의계약 절차 및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공사 내부통제실의 검토, 내·외부 전문가의 자문회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정하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MG손보 노동조합은 메리츠화재 인수에 반발하고 있다.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부문검사 및 종합검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며 “우량 자산 확보, 예보 자금지원만을 목적으로 우리 회사에 접근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G손보 인수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 종합검사 제재를 미루고 있는 금감원과 금융위를 직무 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과정 및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도 예고한 상황이다.
메리츠화재의 정밀 실사마저 막히고 있다. MG손보는 현재 금융당국과 예보에서 파견한 관리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최근 MG손보 노조의 저지로 관리인들은 출근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지난 12월 16일과 12월 19일 MG손보의 국내외 투자 자산 자료를 요청했지만, 담당 부서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외 투자 자료는 인수 가격을 정할 때 필요한 자료다.
메리츠화재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인수 과정에 제기된 특혜 논란과 MG손보 내부 반발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