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 재판관 임명 거부가 정당한지 여부를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요건은 갖추어졌는가, 그리고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를 놓고 벌이고 있는 여야의 각각 다른 해석은 대한민국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논하려고 한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윤 대통령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총리 시절의 문제와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상설 특검 임명을 회피했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것 등을 탄핵 사유로 들고 있다. 총리 시절 사안과 권한대행 때의 사안이 총망라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렇듯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위를 총망라한 이유는 총리를 탄핵하는 것이냐,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이냐에 따라 의결 정족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교통정리 권한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현재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 문제는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그럴 권한이 없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정족수 문제에서 파생되는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여부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
이것만 해도 ‘불안의 시간’이 길어질 것 같은데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들고 있는 탄핵 요건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엄 선포 당시 계엄에 묵시적인 동조 혹은 관여했다는 것을 탄핵 사유로 들고 있는데, 이런 입장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은 로마법부터 내려온 것으로, 이미 표명한 자기의 언행과 반대되거나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이 총리 시절 했던 행위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것을 그냥 놔뒀다가, 이제야 그것이 문제라며 탄핵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엄 당시 관여했다는 증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정황적인 추측과 추론에 입각해 탄핵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들을 소지가 농후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둘러싼 지리멸렬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는 셈이고,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 신인도의 추락은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두 번에 걸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그를 또다시 탄핵하겠다는 것은, 결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우리의 정치적 불안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미국이 지지하는 것과 우리의 ‘정의 실현’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한다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나 캐나다 수상 그리고 일본은 왜 그리 트럼프에 매달리는지 묻고 싶다. 우리가 북한이나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무역하며 ‘오순도순’ 살 수는 없다는 점을 당연시한다면, 미국의 지지가 왜 필요한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민주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강성 지지층 말고,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경제가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에 우리의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데, 지금 민주당의 행위는 반대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행의 대행 체제’를 안정적이라고 바라볼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물귀신 작전’ 혹은 ‘나는 살고 너는 죽어라’를 외치고 있으니 정말 암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여야와 정부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생각하며 행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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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