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당 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11월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익명 게시판 논란을 두고 한 발언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 역시 “‘김옥균 프로젝트’가 발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옥균의 ‘3일 천하’처럼, 한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익명 게시판 관련 논란을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동훈계는 ‘한 대표 끌어 내리기’라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판단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만일 이들의 주장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친윤석열계가 한 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 여부가 궁금해진다.
과거 친윤계는 이준석 당시 대표를 끌어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 이후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당시, 유승민 전 의원을 주저앉혔다. 나경원 의원을 중도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안철수 의원 역시 중도 하차하게 했다는 설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전 대표 역시, 자의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역사적 의혹’을 가지고 있으니, 친윤계가 이번에도 한동훈 대표를 끌어내리려 한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친윤계가 이번에도 이런 시도를 한다면, 그때와 지금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과거와 지금의 상황 사이 공통점도 있다. 먼저 공통점을 생각해 보면, 당시 이준석 대표와 현재의 한동훈 대표는 모두 원외 인사다. 원외 당 대표는 아무래도 당내에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공통점 말고 차이점이 더 많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차이점은 과거 사례가 발생했을 당시 대통령 지지율과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준석 당시 대표에 대해 압박을 가할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40% 초반대였다(한국갤럽 기준). 그런데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당 대표에 대해 압박을 가할 경우, 여론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당내 주류가 특정 정치인에게 압박을 가해도 여론이 호응한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면 오히려 해당 정치인에게 피해자 이미지만 선사할 뿐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 이준석 의원과는 다르게 한동훈 대표는 결속력이 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과거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이었던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에서 아웃사이더였다. ‘아웃사이더’였던 이 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 수 있었던 동력은 강성 팬덤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당 외곽으로부터 지지 세력이 없는 당 내부를 포위해 점령하는 전략을 폈다. 이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 팬덤이 한국 정치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이런 사례를 보면 정치인이 특정 정당 내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동훈 대표 역시 보수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팬덤을 가지고 있다. 팬덤이 ‘도울’ 경우 현재와 같은 ‘억압’을 받는 상황을 역전시킬 수도 있다.
다른 포인트도 있다.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였을 당시 이 대표는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연령상 그랬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는 다르다. 한 대표의 경우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이다.
11월 2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지금 한 대표밖에 없다”라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분명 유력 미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권력 가능성이 있을 경우 당내 세력 확장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고, 친윤계의 공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동훈 대표 등이 주장하는 ‘당 대표 끌어내리기’가 실재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수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온라인 기사 ( 2024.11.29 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