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 받은 최상목 내란 특검 등 거부 땐 탄핵 가능성…민주당 국정공백 책임론 역풍 맞을 수도

한덕수 대행이 12월 19일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며 한 대행을 당장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대행이 현상 유지만 해야 하는데 적극적 권한 행사’를 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숨 고르기를 선택했다. 6개 법안 거부권 행사보다는 추후 처리할 내란 특검법 및 신임 헌재재판관 임명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이 해야 할 일은 국난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이라며 “내란 사태 종결을 위해 상설특검을 즉시 임명하고, 내란 특검·김건희 특검법을 즉시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도 지연하지 말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런데 한덕수 대행의 선택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였다. 한 대행은 26일 헌법재판관 3인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어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헌법재판소 구성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합리적인, 국민이 이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12월 27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권한대행’은 ‘내란대행’으로 변신했다. 내란수괴를 배출한 국민의힘은 헌정 수호 책임을 저버린 채 내란수괴의 친위대를 자임하고 나섰다”며 “윤석열을 파면하고 옹위 세력을 뿌리 뽑아 내란을 완전 진압하는 그 순간까지 역량을 총결집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는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할 헌법상 책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헌법수호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며 “윤석열에게 계엄 건의를 하기 전에 한 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실토가 나와서 그간 수상쩍고 비정상적인 행보의 이유가 무엇인지도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27일 한 대행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부총리는 “국가적 비상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며 “탄핵소추가 의결된다면 계속되는 탄핵 위험으로 행정부 역량은 위축되고 종국적으로 국무위원들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 최상목 부총리 등을 추가로 탄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상목 부총리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탄핵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 즉시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진행하라”며 “내란 일반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공포도 즉각 진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무회의 무력화’ 방안도 제시됐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19개 부처 장관 등 21명으로 구성된다.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가 가능하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출석 인원이 11명 미만이면 개의가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돼 직무정지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사퇴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월부터 공석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무위원 5명을 한꺼번에 탄핵해 국무회의를 열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지금 올라가 있는 법안들이 일정 시점이 지나 자동 발효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다만 국무위원 추가 탄핵으로 국가 최고 심의기관을 멈춰 세우면, 민주당도 국정마비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노종면 대변인의 주장에 “개인 자격으로 한 것 같고, 당내에서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탄핵 가결정족수를 문제 삼고 있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만큼 탄핵소추 가결정족수는 대통령 기준인 200석 이상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우원식 의장은 한덕수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이 안건의 의결정족수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지만,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 안건의 탄핵소추 대상자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행사하는 국무총리”라며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에 따라 의결한다”고 정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의장이 의결정족수 151표로 발표하자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우 의장을 향해 “원천 무효” “의장 사퇴”를 외치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가결되자 규탄대회를 열고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멋대로 과반(151석)이 넘으면 가결되는 것으로 정했다”며 “찬성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탄핵소추안은) 원천무효, 투표불성립을 선언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대행에 “야당의 테러에 굴복하지 말고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권한대행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정권 교체 이후 29번째 탄핵안”이라며 “숫자가 말해주듯 민주당은 연쇄탄핵범이고 무정부상태를 유도하는 국정테러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우원식 의장과 민주당은 헌법학계와 국회 입법조사처 등의 의견을 검토해 합법적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맞다고 우기며 법을 무시하고 있다. 한 대행에게도 출근 투쟁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며 “지금 국정혼란을 야기하는 자들이 누구냐”고 꼬집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이러한 민심이 반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12월 17~19일 사흘간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48%,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양당 지지도 격차가 2배 차이로 벌어졌다.
이재명 대표 역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보면 이재명 대표가 37%로 가장 높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각각 5%였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3%, 오세훈 서울시장 2%,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2%, 유승민 전 의원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 우원식 국회의장 1% 등이 뒤를 이었다. 여권 인사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재명 대표의 절반 수준이었다(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