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남’ 공유·‘둥글게 둥글게’ 노래 해외 인기에 깜짝…최승현 캐스팅은 의미 있는 메시지 주기 위한 것”
‘오징어 게임2’는 이전 시즌에서 ‘살인 서바이벌 게임’의 최종 우승자가 된 성기훈(이정재 분)이 복수를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하고, 그런 그를 맞이하는 게임 진행자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오징어 게임2’ 그리고 올 상반기 공개될 ‘오징어 게임3’까지 극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황동혁 감독을 만나 작품 속 숨겨진 설정들과 비하인드 스토리, 후일담을 들어봤다. 다음은 황동혁 감독과 일문일답.
―지난해 12월 26일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되고 첫 일주일간의 놀라운 성적이 공개됐다. 만감이 교차하실 것 같은데.
“너무 큰 기대작을 세상에 내놓는 거라 정말 이런 게 ‘왕관의 무게’라고 하는 건가 싶다(웃음). 안 그래도 일자목이라 가만히 있어도 목이 아프다(웃음). 사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작품이었기에 공개할 때부터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부담이 정말 컸는데도 좋은 기록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감사할 뿐이다. 요즘 한국에 참 우울한 일투성이였는데 연말과 새해에 조금이나마 좋은 소식을 들려드린 것 같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작품이다 보니 이번 시즌 2의 초반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1을 보셨던 분들은 자본주의 비판을 더 날카롭게 하길 바라셨던 분도 계셨을 것이고, 또 시즌 1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와서 도파민을 채워주길 바라시는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이런 기대들이 너무 커져 있는 상태라서 이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차피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실망감에서 나온 반응들 가운데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또 시즌 2가 완전히 완결되지 않고 시즌 3로 넘어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비호감이나 실망감, 배신감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건 감당할 수밖에 없다(웃음). 최대한 빨리 시즌 3를 보여드려서 전체적인 평가를 다시 받는 수밖에(웃음).”
―‘오징어 게임2’의 1화에서 등장한 ‘딱지남’(공유 분)의 에피소드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딱지남은 시즌 1에서 정말 잠깐 나오는데도 분량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시즌 2를 기획할 때 1화부터 딱지남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왜 이런 인간이 됐는지를 모두 설명하지 못해도 추측할 수 있도록 전사를 살짝 보여주고 싶었다. 공유 씨가 최초로 연기한 악역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면에서 또 굉장히 신선한 캐릭터다. 저도 대본에 딱지남을 묘사할 때 아주 그로테스크하고 미스터리하게 묘사하려 노력했는데 현장에서 공유 씨가 상상 이상의 모습, 생전 처음 보는 표정들을 많이 보여줘서 정말 깜짝 놀랐다. 심지어 입에 총구를 들이미는 신은 애드리브다(웃음). 그걸 보며 ‘진짜 엄청나게 많은 걸 숨기고 있었구나’ 싶었다.”
―반면 시즌 1의 어리숙한 모습에서 180도 변신한 성기훈(이정재 분)의 변화를 놓고는 낯설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훈은 공고를 나온 블루칼라 공장 노동자였다가 정리 해고를 당한 인물이다. 이 사회 속 평범한 노동자, 궁지에 몰린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 1에서는 철이 아직 덜 들었지만 인간에 대한 선한 의지를 누구보다 잘 지키고 사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시즌 2에선 이미 많은 것들을 겪어버렸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엔 개인의 부족함뿐 아니라 세상의 시스템이 우리들을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란 자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하는 ‘돈키호테’적인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요즘 사회엔 이런 인물이 별로 없으니까.”
―반란을 앞두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성기훈의 결단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었는데.
“성기훈은 여전히 바보같이 ‘우리 모두가 잘살게 되는’ 거대한 담론을 좇는 사람이지만 많은 혁명가들이 변절되듯이 목표를 향하는 그 과정에서 좌절하다가 자신이 처음 품었던 선의마저 무너져 내리게 된다. 바로 그것을 프런트맨(이병헌 분)이 눈치채는 거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작은 걸 희생할 수 있다는 말이야?’라고 묻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목표를 위해 다른 이들을 희생할 수 있다며 기훈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자 ‘그렇다면 나도 돕겠다’고 한다. 기훈이 이미 변했고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 가운데 유독 여성 캐릭터에게만 ‘엄마’의 역할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가 남자여서 그런지, 캐릭터에게 (이 게임에 참여할) 강한 동기가 필요한 여성의 입장이라면 모성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 빚에 쪼들리는 설정이 되는데, 이는 모든 캐릭터가 다 가지고 있지 않나.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을 생각해서 여성 캐릭터에게는 ‘엄마’의 설정을 더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래퍼 타노스 역을 맡은 배우 최승현에 대해선 그의 전과도 그렇지만 연기를 놓고도 여전히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선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오디션을 제안했을 때 사실 ‘안 한다’고 할 줄 알았다. 마약 때문에 망한 래퍼라는 역할이 너무 그 친구를 희화화하는 역할이라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제가 제작발표회 때도 최승현 씨가 ‘용기를 냈다’고 말한 거다. 마약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무너져 가는 이야기를 최승현이란 배우가 하는 것이 좀 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다만 제가 최승현 씨를 모티브로 타노스를 만든 것은 아니다. 마약 얘기를 하고자 캐릭터를 만들 때 워낙 힙합 신에서 그런 이슈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것들을 합쳐서 만들게 된 거다.”
―반면 해외에선 타노스와 현주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시즌 2 캐릭터 중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최애’로 꼽는 캐릭터가 있다면.
“저는 정배(이서환 분)가 너무 소중했다. 시즌 1에서 너무 다 죽여 버려서 살려올 수 있는 캐릭터가 없었는데 갑자기 ‘정배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웃음). 시즌 1에 기훈이 ATM으로 엄마 통장에서 돈을 빼내려다 실패할 때 ‘지 엄마 생일 모른다’고 면박 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걸 보고 뒤늦게 새롭게 쓴 장면이 시즌 1에서 기훈이 정배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토대로 그가 시즌 2에 다시 등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기훈이 제일 어려울 때 찾아갈 수 있는 친구였고, 시즌 2에서도 유일하게 기훈의 옛 모습을 꺼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정배를 꼭 살려서 인호와 정배를 기훈의 양쪽에 두고자 했다.”
―시즌 2에 등장한 게임 가운데 5인 6각 경기는 시즌 1과 달리 플레이어끼리 협력과 응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게임에서 현주(박성훈 분) 팀을 모두가 응원하는 장면을 꼭 넣고 싶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팀을 향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순간이지 않나. 원래는 5분 안에 한 팀이 먼저 들어오면 다른 팀을 죽게 만들려 했는데 그러면 그 응원 신을 넣을 수가 없겠더라(웃음). 그래서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이 게임만큼은 5분 안에만 들어오면 다 살 수 있도록 설정했다.”
―비석치기, 공기놀이, 제기차기에 ‘둥글게 둥글게’ 짝짓기 놀이까지 해외에서도 벌써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시즌에서 딱지와 달고나가 사랑 받았듯 한국의 전통 놀이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특히 세 번째 게임인 ‘둥글게 둥글게’는 어릴 때 소풍 가면 꼭 시키던 게임이었다. 아이들을 서로 끌어안게 하며 유대 관계를 형성시키기도 하지만 사람이 줄어들면 서로를 배제하는, 버리고 버림받는 잔인하면서도 묘한 게임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한 팀의 끈끈함과 함께 결정적인 순간엔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잔인함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노래가 해외에서 그렇게 유행할 줄은, 클럽에서 그걸 틀 줄은 전혀 몰랐다(웃음)! 사실 저희는 그 노래가 밝게 들릴 줄 알았는데 많이들 음산하게 느끼시더라(웃음). 아마 어린 아이의 목소리와 게임장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어우러져서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음산한 분위기는 저희가 따로 편집한 것은 아니지만(웃음), 원형 발판이 느리게 돌아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템포를 약간 느리게 했다.”
―시즌 3 공개가 2025년 상반기로 알려졌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시즌 3에 대한 기대 방향을 말씀해주신다면.
“새로운 게임이 나온다(웃음)! 그리고 좀 충격적일 것이다. 인간이 갈 수 있는 바닥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서적인 충격이 시즌 1과 2에 비해 세니까 마음에 대비를 하고 보셨으면 좋겠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