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개년 계획 앞두고 도시별 주력 산업 공개…드론의 도시 선전, 자율주행 1번지 우한 등 선정
중국 최대 경제도시 선전은 ‘드론의 도시’로 불린다. 2024년 선전의 드론 판매량은 900억 위안(약 18조 원)가량에 달한다. 2023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선전은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 발전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드론 공항 건설 등 다양한 아이템 개발로 ‘드론 경제’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선전은 전세계 소비자용 드론 생산량 중 70%를 차지한다. 산업용 드론은 50%다. 유나이티드 항공사를 비롯해 전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드론 개발 및 생산을 위해 선전을 택했다. 독일과 프랑스, 동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IT 회사들도 선전에 직원들을 파견, 드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선전은 2024년 2월 중국 최초로 드론 투자와 개발을 장려하는, ‘저공경제산업 촉진조례’를 공포했다. 11월에는 ‘전기 수직이착륙 비행체’ 시범사업 도시로 선정됐다. 선전은 2024년 12월 25일 드론경제 발전을 위한 표준체계 구축 지침도 발표했다. 선전 관계자는 “드론으로 새로운 기적을 일궈낼 것”이라고 했다.
충칭은 ‘중국판 디트로이트’를 외쳐왔다. 충칭은 2014~2016년 3년 연속 전국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였다. 이때 연간 300만 대를 만들어냈다. 그 후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충칭 역시 많은 위기를 겪었다. 한때 자동차 도시 1위 자리를 광저우에 내주기도 했다. 신에너지 자동차 개발을 소홀히 했던 충칭은 더 이상 ‘자동차 도시’로 불리지 않았다.
2024년은 충칭이 다시 돌아온 해다. 절치부심했던 충칭은 신에너지 자동차 회사들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23년 자동차 생산량 232만 대로 2위에 올랐고, 결국 2024년 1위에 올랐다. 당국 관계자는 “충칭의 낙오, 그리고 재건과 질주는 많은 도시들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부 내륙도시 우한은 세계에서 대학생이 가장 많은 도시다. 우한엔 전세계에서 몰려든 학생, 그리고 기업이 넘쳐난다. 이는 혁신 자원이 풍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우한의 트레이드마크는 ‘자율 주행’이다. 우한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제치고 전세계 ‘자율주행 1번지’로 꼽힌다.
2024년 2월 27일 무인 자율주행차량 ‘무쾌주’는 우한 창장대교를 지나 한양과 우창까지 질주했다. 이 장면은 전세계 자율주행 업계 인력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는 평이다. 우한은 자율주행을 위한 ‘스마트 도로’를 갖췄다. 앞서 우한은 중국 최초로 스마트 네트워크 자동차 상업화 시범 번호판을 발급하기도 했다. 이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시범구역은 전국에서 가장 넓고,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다.
전통산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분야가 등장할 때마다 도시의 운명은 엇갈린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도시는 후퇴하는 반면, 신기술을 적극 도입한 도시는 눈부신 발전을 거두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마 2024년의 위린은 후자의 대표적 도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위린은 석탄,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전 보장 기지다. 중국이 생산하는 모든 원료의 총 생산량 중 13%가 위린에서 나온다. 천연가스만 놓고 보면 10% 정도다. 그동안 위린은 전통적인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 연구를 기울였다. 그 결과는 ‘수소 산업’이었다.
중국은 2024년 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첨단 신산업 핵심으로 수소에너지를 거론했다. 2025년 중국 수소 산업 생산량은 1조 위안(2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중국 수소 수요는 3500만 톤에 달할 것이고, 이는 전체 에너지 시스템에서 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2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던 위린은 2020년 ‘수소 밸리’를 만들어 관련 회사 유치를 장려했다. 2022년부터 중국의 주요 수소 발전 회사들이 위린에 둥지를 틀었다. 위린은 2023년엔 수소 박람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2024년엔 지역에 입주한 수소 발전 회사들을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중국 최고의 ‘수소 도시’로 발돋움했다.
항공기 산업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으로 촉망받는 분야다. 그 선봉엔 난창이 있다. 난창은 중국 최초로 비행기가 만들어진 도시다. 항공기를 만드는 주요 회사들은 대부분 난창에 본사를 두고 있다. 또한 난창엔 항공기 부품 등 협력업체들도 많다. 난창은 협력업체들과 생산기지 간 이동 통로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당국이 2024년 초 발표한 ‘국가선진제조업클러스터’에서 난창은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난창의 ‘창싼자오 대형항공기 클러스터’다. 이곳에선 대형 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모든 분야의 산업이 입주해 있다. 또한 난창의 장시난창 항공타운은 중국 유일의 항공산업단지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컴퓨터, 스마트폰, 신에너지 자동차에 이어 또 하나의 파괴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촉망받는 산업이다. 중국에서 2024년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분야이기도 하다. 수도 베이징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초기지로 통한다. 베이징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 개발에 필요한 많은 자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공과대학의 ‘자율 지능형 무인 시스템’ 국가 핵심 연구소, 베이징 소재 중국과학원 자동화 연구소의 ‘멀티모드 인공지능 시스템’ 국가 핵심 연구소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도하는 곳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업들도 대부분 베이징에 있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유한공사, 샤오미 로봇, 유비쿼터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모여 있다.
베이징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로봇 산업의 혁신 능력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100개의 첨단 및 고부가 가치 로봇 제품, 100개의 국가 홍보 가치가 있는 응용 시나리오가 육성된다. 목표로 하고 있는 1만 개의 로봇 보유량은 세계 최고 기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얼빈은 ‘빙설 경제’로 유명한 도시다. 하얼빈은 원래부터 독특한 얼음 문화 등으로 유명한, 대표적 관광 도시였다. 그러다가 장먼 등 새롭게 등장한 겨울 도시들로 인해 관광산업이 주춤했다. 신흥 도시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로 젊은층을 공략, 큰 성공을 거뒀다. 하얼빈의 영광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얼빈은 ‘당신은 나를 낯설게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대대적인 도시 리모델링을 했다. 얼음 경관을 더욱 화려하게 했고, 홍보를 더욱 강화했다. 하얼빈의 빙설 경제는 2024년 한 해 1조 위안(200조 원)가량의 파급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하얼빈 측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고 했다.
하이난 섬의 아름다운 도시 하이커우는 그렇게 존재감이 많은 지역은 아니었다. 관광으로 입소문이 나기는 했지만 중국에서조차 낯선 도시 중 하나였다. 하이난의 자유무역항 지정 폐쇄가 다가오면서 하이커우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이커우는 돌파구를 찾으려 했고, 2024년 그 해답을 찾은 듯하다.
2024년 9월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의 공연이 하이커우에서 열렸다. 하이난에서 열린 첫 번째 국제 대규모 공연이었다. 하이커우는 중국과 전세계 음악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이후 하이커우는 비자 면제, 면세 등의 정책을 내세우며 콘서트, 공연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청두는 산업단지를 특화한 도시다. 현재 90개가량의 다양한 분야의 산업단지가 설립돼 있다. 이곳에서만 2조 위안(400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산출된다. 2024년 10월 청두 측은 산업단지 대표들과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청두 측 대표자는 “전문화 및 특화 방향을 강조하고, 산업 규모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전부터 제조업과 유통의 핵심 지역이었던 쑤저우는 이제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수도로 꼽힌다. 데이터에 따르면 쑤저우의 국경 간 전자 상거래 액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40%가량 늘었다. 기계, 장비, 섬유, 스마트 가전 등 다양한 산업의 제품들이 쑤저우를 통해 드나들고 있다.
선전산업연구소의 진헌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10대 도시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도시의 특화 산업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면서 “중요한 부분은 특화산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도시들과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