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소시지·꽃·골드바 등 아이디어 상품 속출…“젊은층 소비행태 산물” 일각 ‘낭비’ 비판도
산둥성 지난시 푸룽거리는 유행을 앞서나가는 곳이다. 하루 종일 젊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최근 이곳의 명물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로 탕후루다. 그런데 그냥 탕후루가 아니다. 길이 1m 초대형 탕후루다. 1m 탕후루 앞에서 단지 인증샷을 찍기 위해 수많은 방문객이 찾을 정도다.
한 탕후루 체인점이 10월 중순경 선보인 ‘1m 탕후루’는 제작 과정이 오래 걸려 사전에 주문을 해야 한다. 한 체인점 직원은 “대부분 배달이나 예약이 많다. 직접 매장에서 주문을 하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면서 “그나마 지금은 예약 주문이 너무 많아서 최소 보름은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탕후루 체인점들은 앞다퉈 1m 탕후루를 내놓기 시작했다. 틱톡 플랫폼에 따르면 온라인상으론 하루 평균 15만 개가량이 팔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및 전화 주문 등까지 합하면 최소 20만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1m 탕후루의 가격은 108위안(2만 1000원)가량이다. 기존 탕후루보다 10배 가까이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판매 수치는 이례적이다.
푸룽거리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틀 전에 예약을 하고 찾으러 왔다. 먹으려고 사는 건 아니다. 1m짜리 탕후루를 어떻게 다 먹겠느냐”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은 뒤 개인 SNS에 올릴 것이다. 직접 보니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1m 굿즈엔 탕후루만 있는 건 아니다. 탕후루 체인점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1m 소시지’를 출시했다. 당초 한정 판매였지만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 양을 늘리기로 했다. 레스토랑 직원은 “올해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면서 “연인, 친구, 가족 단위로 와서 소시지를 먹고 간다”고 했다.
한 음식점은 1m 소시지를 시간 내에 다 먹으면 1m 길이의 캐릭터 종이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작은 캐릭터 스티커를 1m 길이로 이어붙인 종이다. 총 5개 한정 수량인데, 첫날 모두 소진됐다. 이 1m짜리 캐릭터 종이를 고가에 사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푸룽거리 한 꽃집은 ‘1m 장미’를 팔고 있다. 1m 막대 위에 장미를 배치, 여기에 리본 등 각종 장식을 곁들인 제품이다. 가격은 600위안(12만 원) 안팎이다. 1m 장미는 여러 ‘1m 굿즈’ 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뜨겁다는 평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여대생이 가장 받고 싶은 생일 선물로 1m 장미가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생 왕채이신은 최근 여자친구에게 1m 장미를 선물했다. 그 보답으로 여자친구로부터 ‘1m 편지’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기념일을 맞아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여자친구가 대만족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1m 종이를 꽉 채운 편지를 줬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층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1m 굿즈는 ‘1m 골드바’다. 금 판매점들은 가격이 저렴한, 얇은 두께의 1m 골드바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재테크뿐 아니라 선물용으로 각광을 받는다. 특히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1m 골드바를 사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푸룽거리의 금 판매점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매년 1월 1일 아이에게 선물을 줬다. 이번엔 1m 골드바를 사주려고 한다.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이번에 아버지 생신을 맞아 1m 골드바를 사주려고 방문했다”고 했다. 금 판매점들은 1m 골드바에 ‘평안희락’ 등과 같은 문구를 새겨 새해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인터넷과 각종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수많은 1m 굿즈가 쏟아지고 있다. 개인 SNS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1m 굿즈들이 넘쳐난다. 사과 껍질을 끊지 않고 잘라 1m를 만들어 올린 사진, 직접 반죽해 1m 길이로 만든 면발 등 ‘1m’가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1m 굿즈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탕후루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1m 굿즈를 사는 사람들을 향해 낭비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둥사범대 미디어발전연구원 류중궈 사무총장은 “학계에서도 이 현상을 매우 흥미롭게 논의하고 있다. 인터넷 경제와 청년 문화 결합의 산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중궈 사무총장은 “젊은이들 소비행태의 특징은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때로는 독특한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SNS 인증과 같은 공유 및 인정 욕구가 영향을 미친다”면서 “1m 탕후루를 나이 든 중장년층이 봤을 때 얼마나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지느냐.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1m 탕후루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