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안병희·금태섭 후보 모두 ‘변호사 수입 확대’ 방점 찍고 정책들 제안
변호사 업계에서는 ‘로스쿨 출신 젊은 변호사’들의 지지를 누가 더 많이 이끌어내는지가 당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개업 변호사 중 절반 이상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다. 세 명의 후보 모두 ‘변호사 수입 확대’에 방점을 찍고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00만 원 시대’ 공략하는 김정욱
올해 기준 개업 변호사는 3만 700여 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변호사 시험(로스쿨 출신) 출신은 1만 6200여 명에 달한다. 변호사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로스쿨 출신’인 셈인데 이들의 특징은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월 평균 사건 수임률은 2013년 2건에서 2021년 1.1건까지 감소했다. 사건당 선임료를 500만 원으로 계산해 봤을 때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수입이 300만 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변호사 시험 2기, 현재 출마 위해 사임)이 가장 앞서나간다는 평을 받는다. 김 변호사는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2017년 변협 부협회장을 거쳐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제96, 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변협 회장으로 당선 시 처음으로 ‘로스쿨 출신’ 대한변협 회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김정욱 후보는 그동안에도 ‘로톡’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변호사의 직역 및 수익 확대를 우선으로 내걸고 추진했다. 서울변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소액 사건과 형사·행정 사건의 부가가치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발의 되도록 이끌어냈고,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에게 변호사전문인배상책임보험에 무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책임보험 가입 시 업무처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나 착오 등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한변협 회장 출마를 위해 내건 공약들도 기존에 추진했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형
사 성공보수 부활 △직역 확대 법안 완성 등을 내세웠다.
#안병희 변호사도 ‘로스쿨’ 집중 공략
가장 먼저 후보자 등록을 마친 안병희 법무법인 한중 대표변호사(군법무관 7회)도 그동안 변협 등에서 일하며 ‘변호사 이권수호’에 앞장서 왔다. 대한변협 회장은 두 번째 도전이기도 하다. 52대 회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135표 차이로 낙선했고, 이후 한국미래변호사회 초대회장을 맡아 꾸준히 물밑을 다졌다.
12월 26일에는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로스쿨 결원보충제를 비판하며 1인 시위도 진행했다. 로스쿨에 결원 발생 시 보충이 가능토록 하는 것은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와 달리 변호사 수만 증가시킬 뿐이라는 게 안 후보 측의 주장이다. 국민들에게 질 좋은 법률서비스 제공하지 못하고, 변호사 간 무한경쟁을 초래하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2023~2024학년도 입학전형까지 실시하기로 한 결원보충제를 2025~2026학년도까지 2년 연장하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대통령령(한시적 규제유예 등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법령의 일부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의 일부로 입법예고 했는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자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안병희 후보는 “로스쿨 결원보충제는 변호사를 무한경쟁에 빠트리는 나쁜 제도”라며 결원보충제가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2010~2013년 입학전형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던 결원보충제를 2년마다 연장해 여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태섭 후보 돌풍 일으킬 수 있을까
앞선 두 후보가 오랜 기간 ‘대한변협 회장 출마’를 위해 준비했다면 금태섭 후보는 ‘깜짝 출마’에 가깝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개혁신당 최고위원 등 줄곧 정치인으로 활동해 왔던 금 후보는 최근 출마를 선언해 변호사업계에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가 변협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선거 방식이 직선제로 바뀐 2013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금태섭 후보는 자신의 입법 전문성과 높은 대외 인지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선거 포스터에서도 ‘압도적인 경험과 능력’을 강조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금 후보는 그동안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변호사 단체가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회원 징계와 내부 다툼에만 몰두해 왔다”며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무더기 징계했던 기존 집행부와도 차별화를 시사했다.
최근 저가 수임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견제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네트워크 로펌은 전국 거점 분사무소를 본사(주사무소) 직영 체제로 운영하는 형태인데, 이를 손봐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 변협 체제가 이를 방조해 시장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다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중에는 ‘변호사 이권 폐지’에 금 후보가 일조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사백 변호사 등 로스쿨 출신 변호사 31명은 ‘변호사 직역 축소에 찬성했던 금태섭 후보의 출마를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2017년 세무사법 개정 당시 금 후보가 민주당 법사위 간사로 ‘세무사 자격증 자동취득 규정’이 사라지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금 후보 측은 “당시 폐지에 찬성하지 않았으며 되레 변호사 시장 확대를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중 일부는 ‘반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금 후보는 인지도 측면에서 앞선 두 후보보다 앞서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까봐야 알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30대인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최근 변호사들의 사건 사고가 많은데 그만큼 변호사들의 소득이나 사회적 위치가 낮아졌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젊은 변호사들은 대한변협이 더 적극적으로 이권 수호나 직역 확대에 나섰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이를 잘 캐치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