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버스회사 적자 보전 ‘혈세 투입’…동아운수 측 “LS전선과 친분 있어 그냥 해준 것”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만 총 2293억 원(추정)의 예산, 즉 세금이 서울 시내버스에 투입된다. 총 66개 회사가 363개 노선에서 7534대의 버스로 매일 승객을 실어 나른다. 단순 계산으로만 봤을 때 한 해 서울 시내버스 한 대당 3043만 5360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서울의 한 시내버스 운송업체는 기존에 광고가 게재되지 않았던 공간을 발굴했다는 이유로 친분 관계의 대기업 오너를 위해 무료 광고해 주고 있고, 서울시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버스 운송업체인 동아운수와 재계 서열 15위(공기업 제외) LS그룹 간의 무료 광고 논란을 <일요신문>이 단독 보도한다.
중앙차로에 많은 버스들이 연이어 들어올 때 맨 앞의 버스에 가려 뒤에 어떤 번호의 버스가 들어 왔는지 대기 승객들은 확인하기 어렵다.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이사는 여기에서 착안해 버스 앞문이 열릴 때 직각으로 튀어나오는 번호판을 개발, 지난 9월 자사 버스 우측 사이드미러 근처에 설치했다. 설치된 버스는 동아운수 9개 노선(101, 151, 152, 153, 410, 1115, 1165, 8111, 8153) 213대. 이 213대 버스에 연간 지급되는 서울시의 예산은 산술적으로 약 64억 8273만 원이다.
▲ 서울시내버스에 LS전선이 무료로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무료 광고가 왜 문제가 될까. 서울시에 따르면 준공영제 아래의 서울 시내버스는 수입과 지출이 서울시와 버스회사, 광고대행사로 구성된 ‘수익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수익금협의회)’를 통해 관리된다. 여기서 매년 2000억 원 안팎의 적자가 나는데 서울시가 예산으로 보전해 준다.
외부 광고의 경우 입찰을 통해 정해진 11개 전문 광고 대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내부 광고는 버스운송조합과 광고대행사협회가 계약을 통해 광고료와 시설물 유지관리 비용을 상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무료 광고로 수익금이 수익금협의회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큼 서울시의 예산이 더 들어가게 된다. 다만 이번 건의 경우 기존에 광고가 붙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을 활용했기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부 광고는 보통 측면광고와 래핑(Wrapping)광고를 일컬어 왔다”며 “측면 번호판이라는 것에 광고를 넣을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예외적이고 시범적으로 허용을 해 준 경우”라고 말했다.
게다가 동아운수는 측면번호판 제작과 설치도 전액 자체 비용으로 진행했다. ‘버스 안 미술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동아운수는 총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 한시적으로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아무리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해도 설치비까지 (광고주가 아닌) 버스 회사가 직접 부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대표는 “지난 8월 측면번호판에 대해 우선심사를 걸어 특허를 출원했고, 내년 상반기께 특허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SK텔레콤 등 네댓 회사에서 광고 협의를 위해 연락이 오고 있지만,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와 서울시 전체 시내버스 7534대에 대해 측면번호판을 부착하는 것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동아운수에서 그런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아운수가 (측면번호판 광고로 발생하는 수익을) 기존의 수익금협의회를 통하지 않고 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직접 관리하자고 해서 ‘말도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광고 효과는 물론 실용성, 내구성 등을 면밀히 따져 향후 전체 버스로 확대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