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9단, 상대전적 6전 전패지만 최근 성적 안 밀려…신진서 피한 건 공통 호재 “치열한 전투 바둑 될 것”
변상일 9단은 지난해 10월 2일 치러진 준결승전에서 이지현 9단을 204수 만에 백 불계로 꺾고 2년 연속 LG배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 신진서 9단에게 패배를 당한 변상일 9단은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커제 9단은 원성진 9단을 228수 만에 백 불계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커제 9단은 이미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8회 우승을 기록한 바 있어, 이번 대회 우승 시 9번째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한국랭킹 3위 vs 중국랭킹 5위
한국랭킹 3위와 중국랭킹 5위가 맞붙는 이번 결승전은 2025년 첫 한국과 중국의 정면충돌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제14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중국 리쉬안하오 9단을 꺾고 우승한 변상일 9단은 본인의 세계대회 두 번째 우승컵에 도전한다. 반면 세계대회 8회 우승 경력이 있는 커제 9단은 2020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5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신진서 9단이 결승 상대가 아니라는 것도 두 기사에겐 공통된 호재다. 변상일 9단은 지난해 LG배 결승전에서 신진서 9단에게 패했고, 상대전적에서도 10승 35패로 현격히 밀리고 있다. 커제 9단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전적은 10승 14패로 크게 밀린 편은 아니지만, 최근 9연패 중이어서 만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변상일 9단의 가장 큰 장점은 잔수에 밝고 전투에 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변상일 9단이 전 세계 기사들 중에서 전투력으로 꼽자면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평가한다.
난전과 복잡한 전투가 벌어지면 변상일 9단에게 유리한 흐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커제 역시 전투력이라면 발군이다. 데뷔 초기 이세돌 9단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서 ‘리틀 이세돌’이라고 불린 적도 있으며, 특히 백으로 둘 때 강하다고 하여 ‘백번(白番)의 커제’로도 유명하다.
일찍이 최명훈 9단은 커제를 가리켜 “대체로 큰 약점이 없고 균형이 잡혀있는 바둑”이라고 평했다. 또 커제와 수차례 대국해본 경험이 있는 최철한 9단은 “현대 바둑이 추구하는 모든 걸 갖추고 있다. 빠른 수읽기, 뛰어난 감각에 끝내기도 절대 약하지 않아 어지간해서는 유리한 바둑을 역전당하는 일이 없다”고 평가했다.
#변상일, 연패 흐름 극복이 과제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커제 9단이 6전 전승으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변상일 9단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변상일 9단은 준결승 대국 후 “2년 연속 결승에 올라왔으니 LG배는 나와 인연이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대회 결승에서 졌지만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그는 또 “커제 9단을 상대로 상대 전적은 좋지 않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며 “이제는 내가 이길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커제는 기량도 뛰어나지만 승부 호흡이 강해서 까다로운 기사라고 생각한다. 잘 준비해 보겠다”고 결승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반면 커제 9단은 “변상일 9단은 세계 바둑계에서 강한 기사 중 한 명이며, 공부량도 많은 기사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은 것 같다. 평소 바둑을 보면 아주 잘 둔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은 “두 기사의 스타일상 결승전은 굉장히 치열한 전투 바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변상일 9단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커제에게 패했던 패턴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또한 상대 전적이 좋지 않다는 심리적 부담을 떨쳐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중국 국가대표 위빈 총감독은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들은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전체적으로 괜찮은 성적을 냈고, 선수층에서도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2025년 첫 번째 타이틀을 향해 커제 9단이 출격하는데, 그가 예전 기량을 회복한다면 아홉 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번기로 치러지는 결승전은 2025년 1월 20일과 22~23일 한국기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한국 13회, 중국 12회, 일본 2회, 대만 1회 우승했다. (주)LG가 후원하는 제29회 LG배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생각시간으로는 각자 3시간에 40초 초읽기 5회를 준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