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인자 시바노 꺾고 춘란배 결승 진출…6월 중국 다크호스 양카이원과 우승 격돌
지난 12월 19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에서 열린 제1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준결승전에서 박정환 9단은 일본의 시바노 도라마루 9단과 288수의 접전을 벌인 끝에 불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박정환 9단의 결승 상대는 변상일 9단을 꺾고 올라온 중국의 양카이원 9단이다. 3번기로 치러지는 결승전은 2025년 6월경 중국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박정환 9단은 세계대회에서 통산 다섯 차례 우승을 기록했다. 춘란배에서는 2018년 제12회 대회 결승에서 박영훈 9단과의 형제 대결 끝에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3년 만에 세계대회 정상을 다시 노리고 있다.
박정환 9단의 준결승 상대인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은 응씨배 우승자 이치리키 료 9단과 함께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일본 기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18년 제4회 중일 용성전에서 커제를 꺾으며 이름을 알렸고, 2022년 이야마 유타 9단을 제치고 명인 타이틀을 차지하며 톱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한국랭킹 2위와 일본랭킹 2위의 대결은 시종일관 치열하게 전개됐다. 중반까진 박정환 9단이 앞서갔으나, 130수 언저리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은 시바노 9단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 대국의 백미는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쌍방의 끝내기였다. 묘수가 속출하며 반집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관전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이현욱 9단은 유튜브 생중계에서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라고 평가하며, 박정환 9단의 바둑에 대해 “눈물과 감동, 애간장, 처절함이 모두 담긴 바둑”이라고 평했다.
결국 6시간 22분의 사투 끝에 박정환 9단이 극적인 불계승을 거두었고, 둘 간의 상대 전적은 7승 2패로 벌어졌다. 대국 후 박정환 9단은 “실수가 많았고 바둑도 매우 어려웠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 결승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25년 6월 열리는 박정환 9단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의 양카이원 9단이다. 중국랭킹 23위로 다크호스로 평가받던 양카이원 9단은 이번 대회에서 박건호, 신진서, 리쉬안하오, 변상일 9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신진서, 리쉬안하오, 변상일은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강자들이다.
상대전적에선 박정환 9단이 양카이원 9단에게 1승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월 중국갑조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박정환 9단이 승리한 바 있다.
중국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제1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25분에 1분 초읽기 5회, 덤은 7집 반이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약 2억 원), 준우승 상금은 5만 달러(약 6700만 원)다.
[승부처 돋보기] 제1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준결승전
흑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일본) 백 박정환 9단(한국) 288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 응수타진, 흑의 선택은?
상변 전투가 일단락된 장면. 흑▲ 두 점과 백△ 4점을 나눠가진 바꿔치기는 흑이 잘된 결과여서 이 시점, 흑이 반집 우세해졌다. 여기서 등장한 백1의 치중이 노련한 박정환의 응수타진. 다음 흑의 선택은 A일까, B일까.
[실전진행] 흑, 잘못된 선택
겨우 역전에 성공한 시바노는 잠시 고민하더니 모험을 피해 안전한 길을 택한다. 흑1은 다음 3까지 그냥 살기만 하겠다는 의도. 그러자 박정환은 잽싸게 백2·4를 선수한 다음 반상 최대의 곳 백6으로 손을 돌린다. 그리고 이것으로 바둑은 다시 백이 반집을 앞서 나간다.
[흑의 최선] 패를 결행했어야
흑1로 차단하면 백2부터 6까지 패가 된다. 보통은 그냥 사는 것이 패보다 낫지만, 지금은 흑7로 패싸움을 결행하는 편이 좋았다. 이 패는 흑도 부담이지만, 백도 지면 손해가 커서 피차 겁나는 진행. 하지만 급박한 초읽기 속에서 정확하게 팻감을 헤아려 패를 결행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