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성장률 둔화 전망, 노사문제 돌출 가능성도…삼성바이오 “다수 증권사 외형성장 지속 관측”
상장사인 만큼 주가의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해 10월 25일 기록한 111만 3000원이 최고가 기록이다. 삼성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부진한 와중에 낸 성적이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사 공동 기업설명회(IR)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밝힌 한 증권가 고위 인사는 “매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체감된다. 지난해 삼성그룹 상장지수펀드(ETF)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담고 있느냐에 따라 성적표가 갈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성장통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보고서를 낸 아이엠증권은 올해 회사의 매출 성장률이 12.7%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이후 가장 낮았던 매출 성장률이 2017년에서 2018년의 15.3%였는데, 올해는 이를 밑돌 수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이익비율(PER)이 63배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의 8배에 달하는 만큼 낮아지는 성장률 눈높이는 증권시장에서의 혹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이미 1~3공장 풀가동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생산개발(CDMO) 업체로 분류된다. CDMO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제조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은 CMO의 비중이 크다. CMO는 위탁생산이다. 주로 이미 개발된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으로, 제약사들이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2024년 기준 CMO 사업부의 별도 기준 매출액이 2조 7120억 원, CDMO 사업부 매출액이 3260억 원이라고 추정했다. CMO 기업은 신약 개발을 하는 바이오기업과 달리, 수주 규모와 계약 조건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면 회사의 매출 및 이익을 비교적 정확도 높게 추정할 수 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이 예년만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지난해 이미 1~3공장이 풀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4공장은 서서히 가동률을 올리는 단계인데, 연내 가동률을 아주 극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공장은 올해 4월 완공 목표로, 당장 큰 폭의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항체·약물 중합체(ADC) 사업도 올해 본격화하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올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날 것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
지난해 큰 기대를 불렀던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 또한 일단 잊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물보안법은 세계 3위 CDMO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우시앱택, BGI, MGI, 컴플리트지노믹스 등 총 5곳의 중국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만약 법이 시행됐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시바이오의 일감을 상당부분 가져올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의원이 많았지만 특정 기업을 저격하는 법안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부터 논란이 일었고, 이후 중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로비를 벌이면서 지난해 예상과 달리 상원 통과를 하지 못했고 현재로서는 원안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 법안에 반대했던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이 상임위원회(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도 법안 통과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수주 실적이다. 다시 한번 대규모 수주가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6공장 착공 계획이 공식화돼야 주가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증권가 기대보다는 지연되고 있지만, 조만간 착공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건설프로젝트와 관련한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어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부지도 지속해서 확보하고 있다.
1~4공장이 위치한 제1바이오캠퍼스 외에 제2바이오캠퍼스에 5~8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이미 제3바이오캠퍼스 부지도 찾아놨다. 지난해 10월 송도 11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 산업시설용지 매각 공모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독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총면적이 8만 7827㎡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 감소 전망…보상 불만 어쩌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초 2023년 실적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급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2022년 22%, 2023년 45%에 이어, 지난해는 상단인 50%를 채운 것이다.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초 지급할 성과급 또한 이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보다 높았다면서 특별보너스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생겼다. 전체 매출 성장률이 상장 이후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5공장 준공으로 감가상각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이 1조 1350억 원으로, 지난해 추정치 1조 1720억 원보다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성과주의가 뿌리 내린 조직으로 꼽힌다. 여태까지는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더 일하고 더 받아 가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만약 올해 실적이 꺾인다면, 성과급 등 보상을 두고 노사가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그룹 계열사치고는 신생 회사에 가깝다 보니 노사 갈등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적지 않게 쌓여 있다”면서 “고속 성장하면서 지금까지는 묻히고 넘어갔지만, 추후 성장 정체가 벌어지면 양측이 시끄러워질 수 있겠다 싶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다수의 증권사도 2025년 5공장 가동과 함께 수주 물량을 확보해 외형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CMO 특성상 신규공장 준공 후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통상 1~2년 정도 소요된다. 2025년 4월 5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어 매출 대비 감가상각비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수익성은 감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증권가 예측은 업계 특성으로 인한 것으로 당사의 사업 리스크가 지적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