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중앙·킨텍스·연신내역 등 월세·전세가만 반응…추가 개통 땐 매매 수요 수도권 분산 가능성도
GTX-A 북부 구간이 개통되면서 서울과 파주, 일산 등 경기 북부의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GTX-A 노선은 경기 북부 파주시와 남부 화성시 동탄 신도시를 잇는 노선이다. 파주운정~서울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경기 북부권과 남부권에서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는 GTX는 2026년 서울역~수서역 구간의 공사가 완료된다. 삼성역·창릉역은 무정차 상태로 운행하다가 각각 2028년, 2030년 개통된다.
GTX-A 북부 구간을 타 보니 최고 속도가 시속 180km에 이른다는 안내가 나왔다. 서울역에서 출발 후 시간을 재 보니 연신내역까지는 6분, 대곡역까지 12분, 킨텍스역까지 17분, 운정중앙역까지 21분가량이 소요됐다. 기존 경의중앙선을 이용할 경우, 서울역에서 운정역까지는 급행을 탈 경우 10개 역을 경유해 45분가량, 용산에서 탄다면 19개 역을 경유하면서 50분가량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셈이다.
2024년 3월 동탄~수서 구간이 가장 먼저 개통될 당시 동탄신도시 집값이 크게 뛰었다. 동탄 지역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102㎡는 개통 6개월 전부터 매달 1억 원씩 가격이 인상되다가 개통 한 달을 앞두고 22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GTX 개통 이후에도 집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 시장 둔화로 신고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해 11월 파주 운정중앙역 인근 초롱꽃8단지아파트에서는 전용 84㎡ 7억 3000만 원 최고가 거래가 나왔다. 그러나 운정중앙역 인근 부동산은 아직 호재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GTX 개통으로 반응은 좋지만 매매든 전세든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는 아직 없다. 정세도 그렇고 부동산 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있어서 매수자들이 딱히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운정중앙역과 아파트 단지 사이에 거리가 있어 호재가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운정중앙역에서 10분 이상 걸어가야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운정역과 운정중앙선역까지의 거리도 멀어 네이버 지도 기준 도보로 1시간 10분가량 소요된다.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장은 “GTX 인근 역들 대부분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되는데, 운정의 경우 속도도 느리고 정도도 덜했다.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많아 개통 직전인 지난해 10~12월에는 GTX 인근 아파트들 위주로 매매가 이뤄지면서 가격도 좀 오른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운정중앙역 주변에는 초·중·고등학교와 신축 아파트가 올라오고 있는 추세다. 제일풍경채운정, 운정자이시그니처 등을 비롯한 7개 아파트 단지가 2025~202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버스 노선 역시 GTX 개통과 함께 개편·증차되면서 GTX와 인근 아파트 단지를 연결하고 있어 향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풀리면 운정중앙역 인근 아파트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킨텍스역 인근 역시 매매 가격은 오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GTX 개통 영향으로 부동산 임대료가 상승세를 타는 추세다. 포레나킨텍스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오피스텔 월세가 150만~160만 원에서 최대 180만 원까지 뛰었다”며 “GTX 개통 사실이 이미 몇 년 전에 알려지면서 분양가가 3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당장 매매 가격이 움직이진 않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대곡역의 경우 GTX 개통으로 경의중앙선·3호선·서해선·교외선까지 5개 철도 노선이 만나는 철도교통의 요충지가 됐지만 주변 지역이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일산동구의 요진와이시티와 덕양구 초입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을 제외하면 인근에 아직 주거 단지가 없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킨텍스역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개발이 시작되면 주거 단지보다는 업무 지구가 들어오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일산이 경기 남부보다 저평가된 이유가 일자리가 없어서인데 대곡역에 업무 지구가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치가 오를 것”이라며 “그런데 5개 역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에 또 주택을 지어버리면 주변 지역 아파트 수요를 쓸어가버릴 것이기 때문에 반대가 많다”라고 말했다.
연신내역 인근도 부동산 임대료는 오르고 있지만 매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신내R부동산의 최철헌 공인중개사는 “서울역에서 연신내역까지 5분 거리가 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급이 없어서 방이 귀해지니까 오피스텔과 원룸 가격이 10만~20만 원 정도 올랐다”며 “GTX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재개발 이슈를 안고 있어서 호가가 높다.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대출도 막히고 금액이 안 맞아서 매매는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신내의 경우 마포구 상암동에서 오는 직장인이 많아 ‘직주근접’이 이뤄져 있고 청구 성심병원과 은평성모병원, 상명대·동국대 등 대학교와도 가깝다. 고양시와 은평구를 합해 160만 명의 유동인구가 오고갈 수 있고 북한산 주변에 있어 등산객들 방문이 잦은 만큼 GTX 개통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도 탄력이 붙고 있는 모양새다.
최 공인중개사는 “단점은 중심지가 약하고 면적이 좁아 상업시설이 들어오기 어렵고 노후화가 많이 진행돼 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향후 GTX가 삼성까지 개통될 것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법률사무소가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차역 인근 지역 부동산 매매가는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교통 여건 개선은 주택 가격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강하고 부동산 시장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는 당장 매매 가격이 크게 상승 국면을 타며 반등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매매는 움직이지 않겠지만 전세는 시장 분위기랑 상관 없이 움직인다. 살기 좋아지면 돈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임대 가격이 오른다”라며 “세입자들도 서울 도심지로 이동이 쉬워지고 출퇴근이 편해지면 가격 인상을 수용하기 때문에 전세가격까지는 향후 더 올라갈 거 같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4년 GTX-B·C뿐만 아니라 GTX-D·E·F 등 2기 GTX 청사진도 내놓은 상황이다. GTX가 추가로 개통될 경우 서울로 몰린 아파트 매매 수요가 수도권 외곽까지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인만 소장은 “파주 운정중앙역에서 삼성역까지 30분 내로 올 수 있게 되면 충분히 고려대상이 된다. 서울 집값의 반값으로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으니 상당한 수요가 나오리라 본다”라며 “지금도 서울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가 사람들이 인천이나 경기도로 떠나기 때문인데 다른 노선도 개통하면 이 흐름이 가속화될 거다. 어느 정도는 부족한 서울 아파트 공급 문제를 풀어 나갈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