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웬 남녀들이…‘꼼수’가 발등 찍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6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앞에는 ‘임대문의’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지하층 상가를 세놓는다는 말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복도는 불도 켜있지 않아 어두웠다.
세를 기다리고 있는 지하 상가는 비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하로 통하는 그 문으로 낯선 남성들과 젊은 여성들이 출입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사실 ‘임대문의’ 팻말은 위장이었고 주상복합 건물의 지하에서는 유사성행위업소, 일명 ‘대딸방’이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김 아무개 씨(31)는 이 건물의 지하를 빌려 유사성행위업소를 차렸다. 그곳은 이미 A 씨가 유사성행위업소를 운영하다가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나 경찰의 단속에 걸려 문을 닫았던 장소였다. A 씨는 김 씨에게 상가를 넘겨줬고 주상복합 건물의 지하는 업주만 바뀐 채 다시 유사성행위업소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김 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어있는 점포처럼 보이려고 건물 앞에 ‘임대문의’ 팻말을 내걸었다.
또한 김 씨는 ‘소라넷’ 등 인터넷 음란 사이트를 통해 비밀스럽게 가게를 홍보했다. 게시물에 업소의 주소도 올려놓지 않고 연락처만을 적어놔 전화 예약으로만 손님을 받았다. 그렇게 연락이 온 남성들에게만 업소의 위치를 알려주고 1인당 7만 원에 성매매를 알선했다.
조심스럽게 영업을 해나갔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상복합 건물이 주택가에 위치한 탓에 주민들 사이에서 건물에 수상한 남녀들이 출입한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주상복합 건물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B 씨는 “‘임대문의’ 팻말을 걸어놔도 매번 야한 의상을 입은 여자들과 남자들이 출입하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지난 11월 서울 동작경찰서로 주민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바로 주상복합 건물 주변 잠복에 들어갔다. 며칠 동안 건물 앞을 지켰다. ‘임대문의’ 팻말이 붙은 주상복합 건물 지하로 낯선 남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는 모습이 확인됐다.
경찰은 손님을 가장하고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업소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업소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에 들어섰는데 내부가 60평 정도 됐다. 방이 10개 정도 있는데 방마다 샤워실이 있고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다. 방 말고도 넓은 대기실이 따로 있었다. 유사성행위업소치고 꽤나 넓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바로 성매매 현장을 급습했다. 업소 안에는 업주 김 씨와 업소관리자 박 아무개 씨(24)를 비롯해 남자 손님 5명과 성매매 여성 4명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바로 연행됐다. 다만 샤워를 하고 대기하고 있던 남성 한 명은 성매수 현장이 잡히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업주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사성행위업소를 운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대문의’ 팻말을 내건 것에 대해서도 “단속을 피하려고 한 게 아니라 돈이 없어 업소를 닫기 위해 내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단속 당시 현장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던 박 아무개 씨(41) 등 남성 4명은 모두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유사성행위 업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업주 김 씨와 업소관리자 박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경찰은 단속 당시 현장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던 박 씨 등 성매수 남성 4명과 성매매 여성 4명도 함께 입건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요즘 유사성행위업소는 간판도 걸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 암암리에 운영하는 곳이 많아 단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