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의 능력이 남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톤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능력 차이는 없으며, 남성과 똑같은 교육 기회가 여성에게도 주어진다면, 여성도 남성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가졌던 플라톤이 보수적 철학자로 취급되는 이유는 바로 법에 대한 견해 때문이다. 플라톤은 법에 의한 지배를, 보통 인간에 의한 지배보다 훨씬 합리적인 권력구조로 생각했다.
그는 철인(Philosopher King)에 의한 통치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지만 철인 통치는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 차선의 통치 체제로 ‘법에 의한 지배’를 꼽은 것이다. 그의 현실주의자적인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법에 대한 그의 사고를 보여 준다.
보수는 단순히 ‘옛것을 지킨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진보적 이념은 이상주의적 성격이 매우 강하지만, 보수주의는 현실주의다. 현실적이기 때문에 사회 문제의 해법도 항상 현실 속에서 찾는다. 보수가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현실적 방법은 바로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치는 보수주의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결국 플라톤이 보수적 철학자로 여겨지는 중요한 이유도 바로 법치를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를 보면, 이런 난동은 보수주의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는 단순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절대 볼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제도’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법치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공격이다. 사법기관에 대한 공격은 법치의 훼손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법치에 의해 존속되고 완성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난동 가담자들은 법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근본적 이유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때문이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우리나라 정치판의 양극화가 시작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정치판의 양극화는 사회로 전이돼 정치·사회적 양극화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런 양극화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탄핵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발생한 정치·사회적 양극화는 감정의 극단화로 변해 ‘심리적인 증오’의 단계 진입한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혹은 집단, 그리고 자신의 의견과는 다른 결론을 내린 조직 혹은 집단을 ‘타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 서부지법 난동 사태 역시 바로 이런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심리적 증오의 단계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극단적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 보수의 역할이 대두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수는 법치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를 위해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룩한 과거 보수 정권의 업적도 계승할 수 있다. 법치가 흔들리면 외국은 대한민국을 매우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경제에서 중요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만 보더라도 지금 벌어진 사태에 대해 보수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보수는 현재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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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