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인건비에 막대한 누적 손실…민영화 해법 나오지만 철도 물류 근본적 한계 지적도
#물류사업, 민영화 목소리 나오는 이유
코레일 물류사업 부문은 최근 10년간 매해 2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있다. 2023년에는 코레일 손실 절반가량이 물류사업에서 발생했다. 수송분담률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수송분담률은 수송요금, 속도, 서비스 접근 등에서 타 교통수단 대비 얼마나 선택받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지표로 무게와 수송거리를 함께 나타내는 톤·km 기준으로 측정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60%(톤·km)였던 수송분담률은 2023년 기준 3.8%(톤·km)까지 크게 감소했다. 코레일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2024년 말 코레일은 물류사업의 적자 해소와 체질 개선을 위해 물류사업본부장으로 외부 인사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구조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탓에 만성적인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기준 코레일 물류부문의 영업비용 중 인건비 비중은 51.6%로 높은 편이다. 주간에는 여객 열차가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화차 편성은 야간으로 밀려난다. 야간 운행에 따라 인건비도 상승한다. 신기술을 도입해 운영을 효율화하기보다는 인력 위주로 운영하는 점과 낮은 속도로 장시간 운행하는 화차의 특성상 인력 투입이 많은 점도 인건비를 높이는 요인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과도한 인건비가 결국 화주에게 부담을 지우게 만들고 철도 물류의 가격경쟁력과 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민영화를 통한 인력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객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필요하지만 철도 물류의 고객은 화주사다. B2B 서비스에서 공공성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수출입 물류의 경우 도로·철도·항공·선박을 다 운영하기 때문에 민영화를 통해 복합물류기업이 한꺼번에 연계해서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철도회사가 가운데서 물류를 맡게 되면 확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자 극복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1987년 37조 1000억 엔(약 34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누적적자를 이유로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일본국유철도’를 6개의 여객 회사와 1개의 화물 회사로 분리했다. 철도 물류사업을 영위하게 된 JR화물의 경우 홈페이지 공시에 따르면 2022년 3월기에 14억 엔(약 1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를 기록했다.
구교훈 회장은 “JR화물을 통해 배울 점은 철도 물류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해 온천이나 호텔 사업 등까지 사업범위를 늘려서 리스크를 헷지했다는 점이다”라며 “지금처럼 코레일 산하 물류사업본부가 영위하고 있는 방식으로는 철도 물류로 절대 이익을 낼 수 없다. 민영화해서 종합물류사업체로 키우거나 일본처럼 여러 사업을 하게 해서 손익분기점을 맞춰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자체적인 경쟁력 약화 ‘진퇴양난’
민영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철도 물류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이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할 만한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철도는 주된 수송 수단이 아니다. 예컨대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 원스톱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도로 운송과는 달리 역에서 역까지 수송한 후 다시 화물차 등으로 옮겨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는 “철도는 중장거리용 수송수단인데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아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도 안 된다. 원거리용인 해운·항공과 단거리용인 도로운송 사이에서 치일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나라는 경쟁 환경 자체가 태생적으로 철도에 너무 불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상황에서 안전운임제까지 폐지되면서 철도는 운임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화주사들도 운임 부담에 철도를 기피하고 있다. 그나마 철도를 주 수송수단으로 삼는 시멘트의 경우 현재 건설 경기가 죽으면서 시멘트 판매량이 급감해 철도의 수송량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철도 물류 인프라는 감소 추세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2011년 134개소였던 화물 취급역은 2020년 81개소로 40% 감소했고 컨테이너 야드(CY)와 사일로 등의 시설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의 화물열차 발주량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인프라와 철도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환경이라면 민영화시킨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화주사들이 다 도로운송으로 짐을 옮겨버리면 근본적으로 물동량을 늘리기 힘들다”라며 “철도 물류 운송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전망이 좋지 않고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기업을 인수하려는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반대도 예상된다.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2011년 정부가 ‘2020년 국가물류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레일의 물류 기능을 분리해 민영화하는 안을 확정했으나 철도노조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했다. 2017년 코레일이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의 물류수송업무 외주화를 추진했을 때도 철도노조는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민영화는 한때 논의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물류사업본부는 적자가 워낙 오래됐고 구조가 고착화돼 있어 단기간에 극복 방안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