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 3명…결과는 ‘대선에 물어봐’
▲ 조중연 회장이 퇴진을 선언함에 따라 차기 축구협회의 대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 축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부터 정몽규 총재, 김석한 회장, 허승표 회장. |
# ‘얽히고설킨’ 정치권 판박이 축구협회장 선거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정치권과 축구협회장 선거 구도는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유력 후보들이 3명이(었)고, 그 중 한 쪽 세력이 2명의 후보를 배출한 상황마저 똑같다. 다만 축구협회장 대권 후보들은 여당 쪽에서 2명의 후보들이 나왔다는 사실만 조금(?) 다를 뿐이다.
익히 외부에 알려졌다시피 축구협회장 선거 후보군은 3명가량으로 압축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이끌고 있는 정몽규(50)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 한국중등축구연맹 김석한 회장(인성하이텍 대표이사), 허승표(56) 피플웍스 회장 등이다. 이밖에 몇몇 유력 축구계 인사들이 축구계 대권 도전을 꿈꾸고 있지만 상당수 축구 인들은 정 총재와 김 회장, 허 회장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정 총재와 김 회장이 축구계 여당이 내놓은 후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김 회장은 조 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초 정 명예회장 측은 여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뒀지만 조 회장은 전임 회장의 뜻과는 달리, 깜짝 카드를 내놓았다. 석연치 않았던 조광래(58)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과 전임 코칭스태프의 잔여 연봉 미지급 사태, 축구협회 비리직원 사태 등 작년 말부터 계속된 조 회장의 아쉬운 정책으로 인해 정 명예회장이 현 축구협회 집행부에 진노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 어쩔 수 없이 양 측은 ‘여당’이란 수식을 달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전임자의 신임을 받는 정 총재와 현 수장으로부터 지원 받는 김 회장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현재(12월 5일) 김 회장은 축구계 대권 도전을 일찌감치 선언했지만 정 총재는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 후보 등록은 이달 15일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 명예회장이 활동 중인 새누리당이 집권하지 못할 경우 정 총재도 차기 회장에 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복수 축구인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정 총재는 프로축구연맹 임기가 아직 남아있어 굳이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정 총재가 가장 유력한 후보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대권 도전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권오갑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현대오일뱅크 사장) 등 정 명예회장 시절부터 지금껏 축구계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 중인 유력 인사들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정 총재가 좀 더 유력 주자임을 감안하고, 최대 득표수(24표)를 고려할 때, 여권에서 김 회장이 표를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여권의 선거 판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마냥 눈치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곳곳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 역시 정 총재와 마찬가지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허 회장도 측근들과 함께 대의원들과 꾸준히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축구계 유력 야당 인사인 조 전 감독이 자신의 고향 경상남도 진주에 차린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소년축구학교 개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 회장이 만약 내년 선거에 나선다면 3번째 도전이다. 1997년과 2009년 회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조 회장과 경합했던 2009년 선거는 대단히 흥미진진했다. 28표 가운데 10표나 획득하며 희망을 봤다. 완패했던 1997년의 기억을 확실히 지워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2009년 선거 때는 축구협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중앙대의원(5장) 투표제가 있었다. 일단 조 회장이 5표를 득표하고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을 고려할 때 허 회장은 거의 대등한 게임을 한 셈이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축구인들의 큰 불만을 낳았던 당시 중앙대의원 제도는 2010년 사라졌다. 공정한 게임을 한다면 허 회장에게도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몇몇 원로 축구인들은 “김 회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국 정 총재와 허 회장의 양자 대결로 갈 것”이라고 판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양측과 친분이 두터운 또 다른 축구인은 “후보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혹평을 듣기에 충분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 축구계 통합은 가능할까?
축구협회장 선거에 앞서 이달 예정된 각 시도협회장 선거도 흥미롭다. 이는 대권 선거와 달리, 시도협회장 선거의 경우 뚜렷한 날짜가 정해진 게 아니라 특정 시기 내에 마무리하면 된다. 그게 12월 중이다. 그 중 16명 대권 투표인단을 뽑는 선거는 일부 진행됐고, 순차적으로 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전라북도축구협회는 11월 말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1991년부터 전북축구협회에서 활동한 김대은 권한대행을 회장으로 선출했고, 4일과 5일에는 대전시축구협회장, 경상북도축구협회, 인천시축구협회장 등이 선거를 마무리했다. 단독 출마도 있었고, 2~3파전 구도가 이뤄진 선거도 있었다. 시도협회장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이들은 역시 각 시도협회에 등록된 지역 축구 지도자들과 학교(단체)장 등이다. 당연히 정 총재, 김 회장, 허 회장 캠프에서는 자신의 득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이들 시도협회장이 누구냐에 대해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물론 시도협회장의 성향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축구계의 화합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조 회장도 2009년 선거 공약으로 “축구인들이 반목하지 않는 축구계”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조 전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면서 이는 현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여야 통합은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다. 조 회장 자신도 김 회장의 대권 도전을 도우면서 정 명예회장과 등을 돌렸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3년 전 그 때와 크게 상황이 다르진 않다. 김 회장은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축구판은 파벌 싸움이 심하다. 여기서 실력과 소신을 가진 축구인들이 옳은 소리를 할 수 없는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됐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여야 모두가 화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구분 없이 여야 가리지 않고 좋은 인사들을 발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재 측과 허 회장 측 모두 이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은 뻔한 사실이다.
하지만 파벌 및 계열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벌써 화합과는 거리가 먼 진흙탕 선거전 양상이 이뤄지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