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김길리 준비된 쇼트트랙 스타…컬링·설상 종목도 메달 사냥 기대
#8년 만에 돌아온 대회, 올림픽 전초전으로 주목
2017년 삿포로 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대회다. 앞서 2021년에 열렸어야 할 대회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개최지를 찾지 못했다. 안정감 있게 개최되는 하계대회와 달리 동계 아시안게임은 앞서 2011년 이후 6년이 지난 2017년에 열리는 등 개최 간격이 비교적 불규칙적이다. 하얼빈 이후 대회는 2029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서 개최된다.
이는 동계스포츠 특유의 진입 장벽 탓이다. 특히 더운 기후의 동남아시아는 동계스포츠 저변이 넓지 않다. 이에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 카자흐스탄만 개최 경험이 있다. 메달 획득조차 이들 4개국에 북한 정도가 추가된다.
경기 종목도 올림픽에 비해 적다. 특별한 인프라가 필요한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과 스키점프, 아시아 내 선수 숫자가 많지 않은 노르딕 복합 등은 이번 대회에서 볼 수 없다.
이번 대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리기에 '미리 보는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올림픽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중간 점검 무대가 된다. 중국과 일본 모두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쇼트트랙, 피겨 스케이팅 등 다수의 종목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에 한국 선수들로선 이들을 넘어야 올림픽에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통의 효자종목 쇼트트랙
국내에서 동계 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첫손에 꼽히는 종목은 다름 아닌 쇼트트랙이다. 한국은 장기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다. 올림픽에서도 다수의 메달을 휩쓸었다.
쇼트트랙 전통 강국인 한국은 주요 대회마다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켜왔다. 그동안 빙판을 지배하던 슈퍼스타가 스케이트를 벗더라도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여자부에서는 이번 대회 김길리가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월드컵 랭킹 종합 1위에 올랐다. 2004년생 신예로 전이경-진선유-심석희-최민정을 잇는 주자로 각광받는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김길리 홀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그간 숱한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아온 심석희, 최민정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4위와 15위에 각각 오르며 여전한 국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박지원이 기대주로 꼽힌다. 어린 시절부터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주목 받았던 심석희보다도 1살 많지만 국제종합대회 출전은 처음이다. 2015년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했으나 유독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지난 시즌 김길리와 함께 남녀 월드컵 랭킹 종합 1위를 석권했던 박지원은 이번 시즌 역시 2위를 달리며 좋은 컨디션을 보인다.
박지원, 최민정, 김길리 등을 앞세운 쇼트트랙 대표팀은 대회를 지배하는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대회 개최지가 중국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시 올림픽은 특히 쇼트트랙 종목에서 빙질, 판정 등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중국도 쇼트트랙 종목에서 호성적을 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앞서 귀화 이후 올림픽 참가가 불발됐던 린샤오쥔(임효준)의 성적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또 다른 기대주들
쇼트트랙 외에 '메달밭'으로 불리는 종목은 또 다른 빙상 종목인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그 중에서도 최대 기대주는 500m를 주종목으로 하는 김민선이다.
2022-2023시즌 500m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르며 '빙속 여제' 타이틀을 달았다. 이번 시즌에는 국제 훈련팀인 '팀 골드'에 합류해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선은 이번 대회에 이어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까지 넘보고 있다. 이외에도 남자부 이승훈과 정재원은 장거리, 차민규와 김준호는 단거리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만만치 않은 주목을 받게 된 컬링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팀 단위로 국가대표가 선발되는 남녀부에는 의성군청(남자)과 경기도청(여자)이 나선다. 평창에서 인기몰이에 나섰던 '팀 킴'의 일원인 김경애는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혼성경기인 믹스더블에 성지훈과 함께 출전한다.
마찬가지로 평창에서 최초 올림픽 출전, 남북 단일팀 구성(여자) 등으로 눈길을 끌었던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오랜만에 국제 종합대회에 나선다. 국내 개최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귀화 선수 영입 등 적극 투자가 이어졌으나 이내 관심은 줄었다. 그사이 상무 아이스하키팀이 사라지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2022년에는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다만 여자 팀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국내 최초의 실업팀(수원시청)이 창단되며 사정이 나아졌다.
설상 종목에서도 메달은 쏟아진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세계무대의 벽이 높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도 경쟁력을 발휘한다.
대표팀은 스키와 스노보드 모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기대를 건다.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이채운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프리스키 하프파이프에서는 이승훈이 다크호스로 꼽힌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가온은 월드컵 금메달 경력 등으로 가장 기대를 받는 주자였으나 부상 여파로 아쉽게도 불참한다. 대한민국 최초 설상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의 '배추보이' 이상호는 이번 대회에서 그의 종목이 없어 볼 수 없게 됐다.
이외에도 스키 알파인 회전 종목 국내 간판 정동현을 비롯, 홍동관, 크로스컨트리에서 제상미, 이진복, 이지예 등이 나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