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 안 되지만 쓸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 170억 중 상당액 집행 정황…공우이엔씨 “부대 승인 받아 사용” 의혹 부인
공우이엔씨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익명 제보자는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공우이엔씨가 BTL을 통해 모은 군 관사 일상수선비를 유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일상수선비 계좌에 있던 약 170억 규모 현금이 공우이엔씨 자금난을 해결하는 데 유용됐고, 지금은 몇 십억 원 규모 현금만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BTL은 공우이엔씨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군 관사 시설관리를 담당한다. 공우이엔씨는 국방부 BTL과 관련한 전국 33개 특수목적법인(SPC)의 운영출자자 중 한 곳이다. 일상수선관리비와 관련된 프로세스는 베일에 가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상으로는 33개 사업소에 대한 일상수선관리비는 사업소별 별도 계좌를 통해 관리돼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공우이엔씨가 전국 군 관사 일상수선관리비를 한 계좌를 통해 관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공우이엔씨 고위 관계자가 일상수선관리비 유용에 대한 모의 및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취재에 따르면, 공우이엔씨 내부에선 일상수선비를 ‘쓰면 안 되지만 쓸 수 있는 숨은 자산’으로 인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부 승인이 있다면 집행이 가능한 자산이란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우이엔씨 내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170억 원 정도 남았던 군 관사 일상수선관리비가 10억 원도 남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면서 “일상수선비를 선집행했더라도, 다시 그 금액을 채워 넣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공우이엔씨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딜레마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우이엔씨는 사실상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난이 표면화되지 않게끔만 조치하고 있다”면서 “이미 주요 부동산 자산에 대한 담보대출은 ‘영끌’의 범위를 넘어섰고, 투자 사업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담보로 돈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 해결책은 결국 모회사인 군인공제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는 것뿐이지만, 이 경우 배임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군인들의 월급에서 공제한 자금을 부실운영 자회사에 투입할 경우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우이엔씨가 일상수선관리비를 유용했다면, 이를 원상복구시킬 키 역시 군인공제회가 쥐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공우이엔씨는 군인공제회가 출자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국방시설 전담관리, BTL, 웨딩사업, 군 골프장 운영 사업, 한강변 주차장 및 매점 운영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파이가 점점 줄어드는 탓에 공우이엔씨는 다양한 경로로 사업 확장을 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 문막 폐기물 재활용시설, 연천 유기성 폐기물 처리시설, 화성 PET 재활용 처리시설 등 관리사업을 추진했다. 태백우드칩 발전 운영관리, 강릉 금산 고형연료 생산시설 관리뿐 아니라 천안 자동차매매단지 관리사업까지 손을 뻗쳤다. 인천 영흥도에 고급 휴양시설인 쎄시오 리조트 건설 및 분양 사업에도 손을 댔다가 2022년 사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공우이엔씨는 줄곧 흑자경영을 해왔다. 군인공제회 사업 시설관리 용역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으로 꼽혀왔다. 해마다 40억~5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던 공우이엔씨는 2021년 15억 7943만 원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2022년엔 1억 4188만 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3년 23억 2986만 원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만성적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4년 12월 말엔 한 육군 부대가 법원에 2억 5350만 원 상당 금액을 공탁했다. 공우이엔씨 가압류 건이 해결될 때까지 자금 지급을 정지하려는 취지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공우이엔씨 사옥에 대한 가압류 건 해결을 전제로 지급 정지가 걸린 상황이다. 공우이엔씨도 공탁통지서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급 정지 건은 공우이엔씨 자금난 실체를 유추할 수 있는 정황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공우이엔씨는 민간사업 관련 보증 도미노 리스크, 주요 부동산 자산에 대한 가압류 리스크, 주요 사업과 관련한 지급정지 리스크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하던 사업권 일부 매각, 담보대출 등 방법을 통해 삼중고에 대응하던 공우이엔씨의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런 상황에서 공우이엔씨가 군 관사 일상수선비에 손을 댔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셈인데, 그 불똥이 군인공제회까지 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우이엔씨에서 관리하는 군 관사 거주민 A 씨는 “시설보수 요청을 할 때마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면서 “관리비가 밀린 적도 없고, 관사를 험하게 쓴 것도 아닌데 시설보수 요청을 왜 받아들여주지 않는지 의문이 많았다”고 했다.
A 씨는 “군 조직 특성상 문제를 공공연하게 제기할 경우 내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군 관사 관리 실태와 관련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방시설본부는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일부 BTL 사업소를 대상으로 일상수선비 및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실태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 중엔 공우이엔씨가 관리하고 있는 몇몇 사업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시설본부 측은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현장조사”라고 했다.
공우이엔씨 측은 “일상수선비는 (군 관사 관할) 부대의 승인을 받고 쓰고 있다”면서 유용 의혹을 부인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