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가압류 재산 중 아내 명의 아파트 지분·오피스텔 분양권 포함…1·2심 엇갈려 대법원행
2심은 A 씨 아파트 지분 가압류는 적법하다고 2024년 12월 21일 판결했다. 하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오피스텔 분양권 가압류는 불허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루나 코인을 재원으로 오피스텔 분양 계약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권 씨로부터 비롯한 재산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씨와 정부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됐다.
A 씨 명의 재산은 2023년 4월 가압류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권 씨 재산을 추징보전해 달라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청구를 2023년 4월 21일 일부 인용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얻었다고 의심되는 수익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압류하는 조치다.
가압류된 권 씨 재산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소유권,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축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권, 우리은행 계좌, 미래에셋증권 계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 등이었다. 이 중 아파트 소유권 지분은 권 씨 90%, A 씨 10%였다. 오피스텔 분양권은 A 씨 명의였다.
가압류된 A 씨 명의 재산은 20억 원대로 추정된다. 권 씨와 A 씨는 2020년 10월 42억 원에 갤러리아포레 아파트를 매입했다. 같은 면적 아파트는 2021년 7월 50억 원에 마지막으로 거래됐다.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권 가격은 18억여 원이었다. 해당 오피스텔은 2023년 12월 완공됐다.
A 씨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아파트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은 자신의 자금으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아파트 지분과 오피스텔 분양권 명의만 A 씨일 뿐 취득 자금은 권 씨가 부담해 실질적으로 권 씨 재산이라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또 “A 씨는 2016년부터 직장생활을 통해 상당한 금액의 급여를 받아온 것으로 보이고, 권 씨와 혼인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투자해 수익을 실현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A 씨 암호화폐 취득자금 출처가 권 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A 씨 고팍스 계정에서 은행 예금 계좌로 입금된 돈 상당 부분은 권 씨가 입금한 암호화폐를 매도해 취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례로 A 씨는 아파트 계약금 지급 직전인 2020년 10월경 권 씨에게 자신의 전자지갑 주소로 1억 5000만 원어치를 입금해주면 이를 고팍스로 보내 팔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권 씨로부터 암호화폐를 받은 경위에 대해 “기지출한 결혼 비용 등을 권 씨가 사후 정산해줄 필요가 있었다”고 2심 재판 과정에서 주장했다. 그러면서 혼수 비용 분담 비율에 관한 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정산돼야 할 돈은 아파트 계약금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아울러 “A 씨는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이나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아파트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이 법원에서 아파트 지분 취득 자금 일부가 권 씨의 암호화폐에서 유래했다는 객관적 자료들이 일부 제출되자 ‘결혼생활 지출비용 등으로 먼저 돈을 지출했고, 이를 정산하기 위해 권 씨가 자신에게 암호화폐를 입금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의 오피스텔 분양권 가압류를 불허한다는 1심 판결은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오피스텔 분양계약은 A 씨 명의로 체결됐다. 계약금은 A 씨 예금계좌에서 지급됐다. 중도금은 A 씨를 채무자로 한 중도금대출로 지급됐다”며 “권 씨가 실질적 계약자로서 관여하였다거나 인정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2021년 5월경 오피스텔 분양권 계약금으로 약 1억 8000만 원을 냈다. A 씨는 2021년 4월경 비트코인 약 20개를 매도(약 13억 원)해 계약금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A 씨는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루나 코인 5만 2757개와 미러 프로토콜 토큰 2만 4922개를 비트코인 약 20개로 환전했다. 미러 프로토콜은 테라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였다.
정부 측은 “A 씨가 루나 코인을 취득한 경위는 루나 코인 발행을 주도한 권 씨 내부자 정보에 기인한 것이므로 범죄 수익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권 씨가 제공한 내부자 정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된 바 없다”며 “권 씨의 범죄 혐의를 A 씨가 알았다거나 함께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2심 재판부는 또 “A 씨는 2019년경부터 루나 코인을 매입했다. 그 시기는 권 씨와 결혼하기도 전”이라며 “권 씨가 루나 코인을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라는 이유만으로 B 씨가 취득한 루나 코인이 대부분 권 씨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A 씨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1심 3명, 2심 2명)에게 소송 대리를 맡겼다. 1심과 2심을 모두 대리한 김앤장 소속 변호사 1명은 전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 한창준 씨 변호인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 씨는 2022년 3월 권 씨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한 씨는 2024년 2월 국내 송환돼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24년 8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권 씨도 자신의 재산 가압류에 반발해 2023년 5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3년 10월 권 씨 청구를 기각했다. 권 씨 역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에게 소송 대리를 맡겼다. 아내 A 씨가 소송을 맡긴 변호사와는 다른 변호사였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