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침 따른 신기술·특허 공법 적용했다는데 “글쎄?”

가평군은 지난해 12월 20일, '청평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의 관급자재 중 배수펌프와 제진기 납품 회사를 최종 선정했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선정기준에 따른 '신기술·특허 공법' 선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군은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라 배수펌프 및 제진기 공법에 대한 신기술·특허 공법선정 위원회를 개최했다. 당시 7명의 공법선정 평가위원들은 '수중사류펌프' 신기술을 제안한 J 사와 '로터리식자동제진기' 신기술을 제시한 W 사를 1순위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군은 배수펌프 4대(1,216백만원)와 제진기 4대(1,040백만원)의 수의계약을 조달청에 의뢰한 상황이다.

가평군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기술·특허 공법'에 따른 수의계약은 총 7건으로 약 73억 3천만 원 예산이 소요됐다.
이번 '청평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포함할 경우 약 90억 원 이상 계약이 '신기술·특허 공법'에 의해 체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평군은 20억이 넘는 수중펌프와 제진기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을 추진했던 군 관계자는 이 같은 질문에 "행정안전부 권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행안부가 재난 관련 시설물 설치의 경우 재난안전산업진흥법의 우선 활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타 지방자치단체들도 재난안전산업진흥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가 수의계약 근거로 내세운 재난안전산업진흥법은 지난 2023년 재난안전산업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 법 제19조 1항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5호에 따른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신기술이나 인증제품을 우선 활용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재난안전산업진흥법에 따른 신기술 적용은 권고사항일 뿐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계약을 추진은 각 지자체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지 행안부가 관여할 수 없다."라며 가평군 관계자와 다른 주장을 했다.
또한,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을 통해 '특수한 기술․공법 등이 꼭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제한하는 사례' 등은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군 관계자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군 관계자는 배수펌프와 제진기 구매에 신기술 공법을 적용한 다른 이유도 포함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먼저 "20억 원이 넘어가는 대형 관급자재 구매가 공정성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공법심의위원회를 통해 추진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같은 법 제19조 2항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신기술을 활용하는 공사 또는 용역을 발주한 재난관리책임기관 소속 계약사무 담당자 및 설계 등 공사업무 담당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인증제품 또는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의 구매나 신기술 활용으로 인하여 발생한 해당 기관의 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는 조항도 결정의 한 이유"라고 추가했다.
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관급자재 구매에 신기술 공법이 적용된 것은 행안부 권고와 함께 추후 책임 소재 문제를 제거하기 위한것으로 보여진다.
#매년 수백억 수의계약, 문제없다는 회계 책임자...
가평군 계약을 담당하는 회계 책임자는 이번 관급자재 구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가평군은 매년 수백억대 수의계약을 체결하며, 이중 상당수는 평균 입찰금액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된다. 입찰 방식 계약은 설계금액의 약 86~88%에서 결정되는 반면, 수의계약은 설계금액의 90% 이상에서 결정되고 있어 세금 낭비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가평군은 예산 축소로 인해 "지출 효율화와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통해 낭비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인식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정개혁 달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i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