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X 양손에 쥐고 정부·AI·우주·정보 흐름 장악 노려…일각 “세계 시스템 변혁 강력한 목표” 지적
[일요신문] “트럼프는 머스크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트로이 목마일지 모른다.”
미국 시사주간 ‘디애틀랜틱’은 최근 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8)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53)의 관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머스크의 야망이 단순히 돈이나 권력에만 있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어쩌면 더 큰 것일 수 있다. 요컨대 정부, 경제, 정보 흐름을 모두 장악해 자신이 꿈꿔왔던 ‘기술 중심의 권위주의적인 판타지’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전 세계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트럼프가 4년 임기를 채우고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머스크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막강한 인물로 남아있게 된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역시 “머스크의 힘은 정부, 미디어, 비즈니스, 국제사회, 우주,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방식까지 관통한다”고 말하면서 실제 머스크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연 트럼프를 지지하는 머스크의 진짜 노림수는 돈과 권력 그 너머에 있을까.
2월 20일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오른쪽)에게 선물받은 전기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선거 때부터 트럼프를 전폭 지원한 덕분에 머스크는 현재 트럼프의 최측근 자리를 꿰차고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머스크가 공동 수장을 맡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는 백악관 비서실 직속으로, 연방 정부 인력 감축과 지출 효율화 등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와 DOGE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 역시 그 어느 다른 부서보다 강한 편이다. 2월 11일(현지시각) DOGE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는 DOGE를 가리켜 ‘머스크의 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트럼프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머스크가 백악관 실세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것도 당연하다. 각종 현안에 관여하면서 입김을 불어넣는가 하면,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비정부 인사인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2인자’로 불리면서 심지어 부통령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보다 못한 14개 주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DOGE 관련 권한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이들 법무장관은 트럼프가 의회의 승인 없이 비공식 정부 기관인 DOGE를 설립하고, 청문회를 통한 인준도 거치지 않고 머스크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백악관 측은 머스크가 실질적인 혹은 공식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의 직함은 ‘대통령의 수석 고문’일 뿐 정부 현안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권한도 없다고 해명했다. 법원 역시 일단은 머스크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머스크와 DOGE의 권한을 즉시 중지해야 하는 사유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폭스뉴스’와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DOGE 수장으로서 머스크의 역할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머스크 덕분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사기와 남용’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역시 “미국인들은 정부 개혁을 위해 투표했고, 그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면서 “그게 바로 민주주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머스크의 이런 행보는 과거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다소 의아한 게 사실이다. 머스크가 처음부터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4년만 해도 머스크는 자신을 가리켜 “반은 민주당, 반은 공화당”이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2022년에는 “나는 그동안 항상 민주당에 투표해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트럼프와는 한때 으르렁거릴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머스크의 확 바뀐 우클릭 행보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광폭 행보를 지켜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최근 발표된 AP-NOR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조금 넘는 52%가 머스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에 반해 응답자의 36%만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머스크에 의존해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60%에 달했다. 또한 미국인의 29%만이 트럼프의 DOGE 설립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미국인들이 머스크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월권 외에도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영국 BBC는 “전통적으로 부유한 기업가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막후에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가령 값비싼 후원행사를 열거나 호화로운 저택에서 기부자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들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앞장섰으며, 자신의 시간과 역량,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라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이런 행보의 이면에는 ‘사업적 이익’을 염두에 둔 계산이 깔려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요컨대 머스크 소유의 기업들, 즉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이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령 스페이스X의 경우에는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국방부 및 정보기관 등 미국 정부와 주요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계약 한 건당 적게는 수억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금까지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 벌어들인 돈은 총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월 11일 백악관을 방문한 정부효율부 수장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머스크의 아들 엑스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UPI/연합뉴스정부의 규제 철폐 역시 머스크의 노림수일 수 있다. 가령 테슬라는 대규모 로보택시(무인 택시) 운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자율주행 기술 등과 관련된 규제 때문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왔다. 이와 관련, 미시간대학교의 에릭 고든 교수는 “머스크는 자신을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인물로 여기고 있다”면서 “정부 개입으로 인해 자율주행과 같은 핵심 기술 개발이 방해받고 있다고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머스크는 개척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부 규제는 보통 기술 발전보다 5년, 10년, 심지어 20년씩 뒤처져 있다. 머스크는 반대 방향을 원한다. 그는 화성에 가고 싶어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머스크는 아마도 트럼프가 이 족쇄를 풀어줄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재력 외에 머스크가 보유한 막대한 힘의 한 축을 이루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다. 돈과 권력에 더해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힘이 또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여론을 조성하고 장악할 수 있는 X(옛 트위터)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협박하고 반대 의견을 제압할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그는 엄청난 수의 온라인 팔로어(약 2억 1700만 명)를 거느리고 있는 데다 콘텐츠 관리 규칙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개인정보 접근이 가능한 정부조직의 수장까지 맡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근래 들어서는 머스크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좌표를 찍으면 팔로어들이 떼로 몰려가 협박이나 인신공격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언 칼로 워싱턴대 법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반정부 발언을 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머스크와 트럼프 정부가 보복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22년, 머스크가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인수해 사명을 X로 바꾸고 난 후 이 플랫폼의 성격은 점차 변해갔다. 과거에는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의 활동이 주된 관심사였지만 이제는 정치 뉴스가 중심이 됐다. 정치적 성향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치적 논의를 주도했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는 우파 성향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 지지자들의 X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 트위터 시절에는 보수적인 게시글을 검열하는 플랫폼으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파 지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유로운’ 공간이 된 것은 물론이요, 공화당 인사들의 팔로어 수도 급증했다.
여기에는 사실 머스크의 숨은 의도가 깔려있었다. 온라인 매체인 ‘복스닷컴’은 언제부턴가 사용자들의 피드에 유독 우파 성향의 글이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X의 설계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머스크는 X를 인수한 직후 콘텐츠 관리 담당자들을 거의 다 해고했으며, 팩트체크 담당 부서 역시 폐지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X의 알고리즘을 변경해 자신의 게시물이 더 많은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되도록 변경했다. 머스크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의 한마디에 여론이 어떻게 출렁이게 될지는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비영리 단체인 ‘디지털 혐오 대응 센터’는 지난해 머스크가 퍼뜨린 선거 관련 허위 정보 게시물이 20억 회 이상 조회됐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440억 달러에 인수한 X는 머스크가 보유한 또다른 힘이다. 머스크의 X 계정.지난 대선에서 X가 트럼프의 재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단정 짓기 이르다. 하지만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선임 연구원은 “현재로선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모든 흐름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우려했다. 실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실해지자 머스크는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이제 여러분들이 미디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복스닷컴’은 또한 “머스크가 더 많은 권력을 가질수록 X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라고 말하면서 “플랫폼을 인수한 이후 머스크는 X를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라고 비난했다. ‘자유로운 발언’을 플랫폼의 최대 가치로 두겠다고 한 공언이 오히려 허위 정보와 극우 정치가 확산되는 데 일조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머스크의 행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디애틀랜틱’은 “머스크는 단순한 억만장자가 아니다. 그는 정부, 경제, 정보 흐름을 모두 장악하려는 인물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오래 전부터 자신만의 극단적인 이미지로 세상을 재설계하는 꿈을 꿔왔다. 최종적으로는 트럼프를 통해 ‘기술 중심의 권위주의적인 환상’을 실현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단순한 부의 축적을 넘어 국가 자체를 장악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머스크와 트럼프 모두 ‘독점’이라는 극단적 형태를 지지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권력은 천재들의 손에 집중될수록 좋으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패배자들’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디애틀랜틱’은 머스크의 권력이 국가 안보까지 장악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머스크가 이미 정부 계약을 통해 미 국가 안보 체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스페이스X는 국가정찰국(NRO)과 18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기밀 계약을 체결했으며, 스페이스X의 한 부서인 ‘스타실드’는 군용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다.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xAI 역시 대선 후 트럼프 후광 효과로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이에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2기가 초래할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머스크가 전례 없는 권력을 손에 쥐고, 그로 인해 미국 정부는 물론이요 AI, 우주 개발, 그리고 정보의 흐름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어쩌면 트럼프보다 머스크가 더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하네스버그대학의 스티븐 보이키 시들리 교수 역시 “머스크는 단순히 부의 축적을 넘어 사회 변혁을 추구한다”고 말하면서 “머스크는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세계 시스템을 변혁하려는 강력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견해를 밝힌 ‘악시오스’는 “미국은 한 사람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치로 끌어올렸다. 전례 없이 강력한 민간인, 일론 머스크다”라고 말하면서 “머스크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 그리고 X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정부 영향력, 글로벌 정보(및 허위 정보)의 흐름을 좌우하는 정점에 올랐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누군가 미국을 변화시키길 원한다면 ‘정보 지배력’과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머스크는 X와 트럼프, 둘을 모두 손에 넣었다”라고 덧붙였다.
‘행정적 쿠데타’ 맹비난…미국 전역 머스크 반대 시위 확산
미국인들 사이에서 ‘국민 밉상’으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대통령의 날을 맞아 워싱턴 DC,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일론 머스크는 물러가라’ ‘억만장자 왕들은 반대한다’ ‘트럼프와 머스크를 탄핵하라’ 등이 적인 푯말을 들고 분노했다. 특히 월권 논란이 일고 있는 머스크에 대해서는 ‘행정적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미국 전역에서 머스크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뉴욕의 테슬라 매장 앞 인도에 ‘테슬라 보이콧’ 문구를 쓰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한때 테슬라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두드러지고 있다. 수십 곳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는 연일 머스크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으며, 심지어 테슬라 불매운동까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미국이 이렇게 무너질 거라고는 100만 년 동안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한때 테슬라 광팬이었다고 말하는 또 다른 주민은 “(머스크는) 너무 부유해지고 부패하고 있다”면서 “한 개인이 정부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다”라며 이제는 머스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 테슬라를 소유하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지향적이며, 기술에 능숙한 사람이라는 상징이었지만 이제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주에서 이런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전통적인 ‘블루 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주에서의 테슬라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2.5%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전보다 7.6%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재구매 비율도 2023년 4분기 72%에서 2024년 4분기에는 65%로 감소했다.
글로벌 매출도 전례 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2023년 대비 1%p 감소했으며, 이는 테슬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른 회사들에게는 큰 폭의 감소가 아닐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각각 38%와 40%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한 테슬라에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기류 변화에 난감해진 기존의 테슬라 차량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창의적인 방식의 반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를 탄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일론이 미쳤다는 걸 알기 전에 이걸 샀다’ ‘입 닥쳐라 일론’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테슬라광이었던 한 남성은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오늘날 특정 서클에서 테슬라를 운전하는 것은 ‘바퀴에 MAGA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론이 미쳤다는 걸 알기 전에 이걸 샀다’라는 문구를 붙인 테슬라 차량. 사진=X사실 테슬라 판매량이 감소한 원인을 머스크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구매자들의 결정에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문조사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발데즈 스트레이트’가 잠재적인 자동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구매자의 약 32%가 테슬라 구매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실시한 설문조사의 27%에서 증가한 수치다. 2021년 2월 조사에서 이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CNN이 중고차 거래 사이트 ‘콕스 오토트레이더’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중고차 매물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물론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판매량이 급증했고, 그 후 3년이 지나면서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제너럴모터스, 포드, 폭스바겐 등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속속 출시되면서 경쟁업체들이 증가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중국의 BYD가 테슬라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테슬라의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