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vs 컵스’ 일본 투수끼리 선발 대결 열도 후끈…지난해 오타니 미·일 경제 효과 1조원대 분석도

시카고 컵스가 “3월 1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의 개막전에 투수 이마나가 쇼타(31)를 기용한다”고 발표했다. LA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6)를 선발로 기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성사되면 MLB 사상 최초로 개막전에서 일본인 투수끼리 맞붙게 된다. 올해 다저스에 입단한 일본의 새로운 ‘괴물투수’ 사사키 로키(23)는 19일 열리는 2차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오타니 쇼헤이(30)는 등판하지 않고 지명 타자로 출전할 전망이다.
NHK에 따르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선발 투수를 맡은 역대 일본인 선수는 7명”이라고 한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38)와 다나카 마사히로(전 뉴욕양키스·36)가 각각 네 차례 등판해 최다 출전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이었던 2022년 MLB 역사상 처음으로 ‘투수 겸 지명 타자’로 출전해 이도류로서 개막전 선발 투수를 맡은 바 있다. 2023년에도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야구의 나라답게 도쿄시리즈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입장권 예매는 2월 16일 정오에 시작했는데, 4만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무려 42만 명이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도쿄시리즈 티켓 판매가 개시된 후 단 몇 초 만에 30만 명 이상이 몰렸다”고 전했다.

#재팬머니에 활짝 웃는 다저스
다저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2월 18일 일본에 거주하는 팬을 위한 공식 다저스 팬클럽이 출범했다. 팬클럽 회원은 루키, 주니어 올스타, 올스타, MVP 등 4종류가 있는데, 연회비가 가장 비싼 MVP 회원 접수가 순식간에 마감됐다. MVP 회원은 1200명 한정으로 7만 5000엔(약 71만 원)의 연회비를 내야 하지만, 가입 특전으로 개막전 티켓 2장을 선착순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일본 매체들은 “개막전을 구경하려는 일본 내 다저스 팬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가의 MVP 회원권이 불과 3분 만에 동이 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슈퍼스타 오타니의 출전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타자로서 전인미답의 50홈런 50도루를 달성하면서 내셔널리그 MVP를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올해는 투타 겸업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치열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한 시설에서는 첫 불펜 투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오타니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이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 리서치회사 스폰서 유나이티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저스가 오타니 덕분에 지난해 스폰서 수입이 7000만 달러(약 1009억 원) 증가했다”고 한다. 오타니를 영입하면서 일본의 12개 기업으로부터 새로운 스폰서를 받았고, 그 수익이 7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오타니의 연봉과 비등한 금액이다.
오타니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 94억 원)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요약하면 오타니의 1년치 연봉이 7000만 달러인데, 이미 스폰서 수입으로 충당한 셈이 됐다. 더욱이 오타니는 계약금의 97%인 6억 8000만 달러를 계약 만료 후 나눠 받기로 해 실질적으로 받는 연봉은 200만 달러 (약 29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폭스스포츠는 “다저스가 오타니라는 최고 스토리를 가진 선수를 박봉에 영입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오타니가 불러온 경제효과는 가히 헤아릴 수 없다. “다저스뿐 아니라 MLB 다른 구단도 오타니 혜택을 누리고 있다”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폰서 유나이티드의 밥 린치 최고경영자(CEO)는 “오타니가 방문팀으로 경기를 할 때마다 어떤 광고판을 보더라도 일본 브랜드의 광고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저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상대 팀은 그 경기의 광고 계약을 일본 브랜드와 체결함으로써 약 1500만 달러(약 216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이 회사는 추정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프로스포츠 스폰서십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오타니와 MLB가 이를 이끌고 있다”는 제목으로 오타니가 가져온 경제효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MLB는 2024년 3억 달러의 신규 스폰서십 사업을 확보했는데, 유니폼과 헬멧 로고 등의 광고 수입까지 포함하면 MLB 리그 전체 수익은 18억 4000만 달러(약 2조 6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5대 프로스포츠 중 NFL(미국프로풋볼)이 MLB의 스폰서십 총액을 앞섰지만, 성장도에서는 MLB가 앞선다.
간사이대학의 미야모토 카쓰히로 명예교수는 “2024년 오타니 선수가 미국과 일본에서 약 1168억 엔(약 1조 1140억 원)의 경제적 영향을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스폰서 계약, 굿즈 판매액, 관광수익, 중계권 수익, 기타 파급 효과를 감안한 결과다. 미야모토 교수는 “선수 한 명이 이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건 일본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미 사회 현상으로서 경제효과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