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호 리쉬안하오·딩하오 잇달아 격파…파죽의 18연승·한국 5회 연속 우승 이끌어

이번 최종국은 양국을 대표하는 최강자들의 대결답게 치열한 접전으로 펼쳐졌다. 초반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고, 중반 이후 형세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신진서는 하변 전투에서 등장한 딩하오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승기를 굳혔다.
신진서는 대국을 마친 후 “오늘 바둑이 너무 어려워서 지난 대회 6연승보다 올해 2연승이 더 힘들었다고 느꼈다”며 “초반에 빵따냄을 얻어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예상치 못한 버팀을 계속 당해서 당황했다. 거기서 좀 잘 뒀어야 하는데 실수를 계속하면서 바둑이 어려워졌다. 그래도 워낙 어려운 바둑이었기에 기회는 온다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신진서의 농심배 활약은 4년 전인 제22회 대회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의 4번 주자로 출전해 중국 탕웨이싱 9단을 꺾으며 첫 승을 거둔 후 5연승을 달성,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23회와 24회 대회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각각 4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지난 제25회 대회에서는 한국 대표 5명 중 4명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신(新) 상하이 대첩’을 일궈냈다. 7연승을 기록 중이던 중국 셰얼하오 9단을 꺾은 후 일본의 마지막 주자 이야마 유타 9단을 제압했다. 이어 중국의 강호 4명을 연파하며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제26회 대회에서도 신진서는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 리쉬안하오와 딩하오를 연달아 격파, 2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5연패를 완성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신진서는 “지금까지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눌려 지낸 것 같다. 아직 세계무대에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이뤘다고 느끼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마음으로 대국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심배 초창기, 한국 바둑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사람은 이창호 9단이었다. 이창호는 1999년 제1회부터 6회 대회까지 14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6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그의 활약은 한국 바둑의 황금기를 상징했다.
한편 이창호는 2005년 제6회 대회 최종국까지 14연승을 거두며 대회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무려 19년 동안 깨지지 않는 대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2017년 제19회 대회부터 농심배에 모습을 드러낸 신진서는 첫 두 대회(19회·21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러나 22회 대회부터 그의 농심배 역사가 시작됐다. 제22회 대회에서 4번째 주자로 나서 5연승으로 우승을 이끈 신진서는 이후 23회, 24회 대회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25회 대회에서는 6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이창호 9단의 14연승 기록을 깨뜨렸다.
이번 26회 대회에서 신진서는 2연승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18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이창호의 기록을 넘어선 농심배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이다.
최근 LG배 결승에서 커제 9단의 반칙패 논란으로 혼란스러웠던 중국 바둑계는 신진서의 압도적인 실력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농심배에 앞서 중국 갑조리그에서 15연승을 거두며 소속 팀 쑤보얼 항저우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신진서에 대해, 중국 바둑협회 수장 창하오는 “최근 몇 년간 중국 리그 우승팀이 외국 용병 한 명의 활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 기사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신예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도 신진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바둑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진서의 실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그를 뛰어넘을 젊은 인재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침통해 했다.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는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 방식으로 패권을 다투는 대회다.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역대 우승 횟수는 한국 17회, 중국 8회, 일본 1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