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 화제…명지대 교수부터 강원도 풀뿌리 교육까지 다채로운 바둑 커리어

김성래 6단이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고 한 이유는 그가 바둑계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경험해본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그는 프로 입단 후 바둑TV 해설자,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유치원과 초등학교 바둑 선생님, 바둑교실 및 기원 운영, 바둑책 저자, 시니어바둑리그 감독, 유럽바둑보급센터 운영까지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었다.
대학 강단에 처음 선 것은 1998년이었다. 명지대 바둑학과가 생긴 다음해부터였다. 약 6년간 겸임교수란 타이틀로 초창기 바둑학과 학생들을 지도했다. 교수라고 거드름 피우는 법도 없었다. 강단에서 내려온 이후에는 바둑교실도 직접 운영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시작했는데 실은 두 딸에게 바둑을 가르칠 목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왕십리 한국기원 근처에서 6형제 기원도 운영하며 바둑 전도사로 활약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2010년에는 대한바둑협회의 한국바둑 세계화사업 일환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유럽바둑센터를 개설하며 유럽 바둑 보급의 첨병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시니어바둑리그 KH에너지 감독과 한국기원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다. 본인조차 몇 가지 일을 했는지 헷갈린다고 웃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사랑하는 두 딸 김채영 9단과 김다영 5단을 프로기사로 키워낸 일이었을 것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전무한 ‘3부녀 프로기사’ 집안을 이뤘으니까.
1996년, 김성래 6단이 늦은 나이에 프로 입단한 해 태어난 김채영은 지난해 아버지보다 먼저 신(神)의 경지라는 9단에 올랐다. 김성래 6단은 특히 2024년을 지금까지의 인생 중 가장 행복한 해로 기억된다고 했다.
“채영이가 생각대로 잘 커줬지만 (최)정이한테 자주 져서 안타까웠는데, 지난해는 나도 놀랄 정도로 성적을 내서 놀랐다. 채영이도 벌써 서른 줄이 코앞인데 2개의 타이틀(여자국수전,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을 따낸 것은 정말 놀라운 성과였다. 거기에 다영이도 여자바둑리그에서 소속팀 보령머드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으니 내게 그보다 기쁜 일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바둑계를 흔든 소식은 바로 김채영 9단의 결혼 발표였다. 연상연하 커플인 두 사람은 6년간의 연애 끝에 결실을 맺었다.
김성래 6단은 “사귀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놀라거나 섭섭하진 않았다. 채영이가 최근 바둑리그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결혼을 앞둔 책임감 때문일지 모른다. 예비 사위 박하민 9단이 성실하고 인품도 훌륭해 딸을 보내는 섭섭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며 안도했다.
보람찬 기억으로는 바둑 책 출간을 꼽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70여 권의 바둑책을 냈고, 특히 ‘스피드 바둑’ 시리즈는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염 4단이 번역했는데 중국과 대만에서도 제법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커제 9단도 어릴 때 그 책으로 바둑을 배웠다더라. 바둑책엔 반드시 영어를 병기해 외국인도 볼 수 있게 했다”며 해외 바둑 보급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2017년 7월부터 강원도 영월에서 ‘김성래 프로바둑 아카데미’를 열고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돌보며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어느 날 영월에서 바둑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잠깐 내려왔는데 영월 내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을 돌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열정이 샘솟았다. 시시각각 성장하는 꿈나무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엔 강원도바둑협회 임원들과 강원도 곳곳을 누비며 지역 바둑 발전에도 기여 중이다. 강원도바둑협회 최이호 회장은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와 세계바둑 콩그레스 등 성공적인 대회 개최의 중심에는 김성래 사범님의 역할이 컸다”며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로는 유튜브 활동을 꼽았다. “다영이가 그쪽 방면에 관심도 많고 잘하니까, 우리 3부녀와 사위까지 가세한 바둑 콘텐츠가 나오면 정말 멋질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