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 목진석·이현욱 첫 출전 눈길…여류 기사에 잇단 패배 이창호, 박지은과 설욕전 주목
대주배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중 남자는 45세 이상(1980년 출생까지), 여자는 30세 이상(1995년 출생까지)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다. 시니어 기사들에게 공식 기전 출전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기량을 겨루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의 조선 기자재 업체 TM마린의 김대욱 대표가 후원하는 대주배는 2010년 창설 이래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대회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바둑을 향한 김 대표의 깊은 애정과 후원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김 대표는 그가 형으로 모시는 양상국 9단의 자서전 ‘양상국 바둑사랑 55년’에서 대주배를 만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회 후원사인 TM마린 김대욱 대표가 대회 시작 전 인사말을 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1/1739242637783862.jpg)
“1970년대 말, 대학 시절 부산에서 올라온 나는 양상국 형과 이기섭 형의 자취방에서 매일이다시피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이주용, 김수장, 강훈, 서능욱, 백성호, 김일환 등 또래 프로기사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그들에게 졌던 신세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대주배를 만들 생각을 했다.”
“바둑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배웠고, 사업상 의사결정을 할 때도 바둑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바둑에서 인생을 배웠으니, 내가 조금이나마 이룬 것이 있다면 돌려드리는 게 도리다. 특히 그들이 힘든 시기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느꼈다.”
“2009년 초,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이 든 기사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니어 대회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후 양상국, 노영하 9단과 함께 청계천을 걸으며 대회 기획이 구체화되었고, 이듬해 대회가 출범했다. 대회의 타이틀은 양상국 형이 내게 지어준 호(號) ‘대주(大舟)’에서 따왔다. ‘대양을 헤치며 나아가는 배처럼 인생을 개척하며 살라’는 뜻을 담아 ‘대주배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이라 명명했다.”
![대주배 본선 1회전에서 번번이 여자 기사들에게 패했던 이창호 9단. 공교롭게도 이번 1회전에서 박지은 9단과 대결하게 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1/1739242663137174.jpg)
#대주배, 명승부의 역사
12회를 맞이한 대주배에서는 수많은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지난해 결승에서는 서봉수 9단이 한종진 9단을 상대로 승리하며 역대 최고령(71세 3개월)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는 그의 개인 통산 33번째 우승이기도 했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2회 대회 결승도 인상적이었다. 서능욱 9단은 입단 이후 무려 41년 동안 조훈현 9단을 상대로 결승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12전 전패).
하지만 그날 승리를 거둔 후 그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감격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생애 첫 우승도 좋았지만, 결승 상대가 조훈현 9단이었기에 더욱 뜻깊었다. 너무 많이 져서 ‘조훈현을 이길 수만 있다면 영혼을 팔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바둑의 전설’ 조치훈 9단의 유일한 한국 타이틀이 대주배라는 점도 흥미롭다. 2018년 제5회 대회에서 주최사 초청으로 본선에 출전한 그는 국내 공식 기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혜민 8단, 이민진 8단, 서능욱 9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서 조혜연 9단을 이기며 한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신예 시절 괴동(怪童)이라 불렸던 목진석 9단(왼쪽)이 마흔다섯을 넘겨 이번 대회 가장 젊은 피가 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1/1739242695062103.jpg)
또한, 이창호 9단의 대주배 성적도 흥미롭다. 많은 이들이 그의 출전 소식을 듣고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제10회 대회에서는 권효진 9단에게, 11회 대회에서는 김혜민 9단에게 1회전에서 패배하며 체면을 구겼다. 그리고 이번 제12회 대회 1회전에서는 또 여자기사 박지은 9단과 맞붙게 됐다. 과거 여자 기사들에게 연이어 패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TM마린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12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의 우승 상금은 15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 원이다. 대주배의 모든 경기는 K바둑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