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 아닌 러 연방 투바공화국 시민권 부여…북한 국제사회 파병 비판 방어 차원 분석

자유아시아방송은 2024년 12월 21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신분을 숨기기 위한 위조 신분증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군 소지품에서 발견된 신분증엔 ‘가짜 정보’가 기재돼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가 북한군 신분세탁을 위해 가짜 신분증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시아 내부에선 북한군이 특별귀화 형식으로 러시아 국적을 부여받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투바공화국 현지인들이 한민족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면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들이 러시아 연방 예하 투바공화국 시민권을 받은 뒤 전선에 투입됐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투바공화국 시민권을 받았다는 것은 곧 러시아 국적이라는 말”이라면서 “러시아 말을 하나도 못하는 북한군이 러시아 국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외신에서 가짜 정보가 담긴 위조 신분증을 지급받았다고 했지만,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사실상 특별귀화 형식으로 러시아 국적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또 다른 소식통은 “가짜 신분증을 나눠준 것과 특별귀화 형식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것은 결과는 비슷하더라도 본질이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면서 “러시아가 북한군 신분세탁을 하는 데에 그만큼 진심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군에게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파병이 이뤄졌고, 공식적으로 북한군은 러시아 국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면서 “나중에 북한으로 다시 귀환할 때 국적을 반납하더라도, 전쟁 중엔 국적을 부여함으로써 명확한 신분세탁을 보장한 것이 북한군 파병 이면 큰 특징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북한과 관련해 아무리 많은 말이 돌더라도, 어떤 문제가 생겼을 시엔 푸틴 대통령이 ‘그들은 러시아인’이라고 주장하면 더 이상 문제를 삼기 힘들다”면서 “우크라이나 쪽에서 북한군 포로를 직접 잡아두고, 그들이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이면엔 복합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대 격전지는 쿠르스크 와 돈바스 일대로 알려져 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 동북쪽 국경을 넘어간 기존 러시아 영토다. 돈바스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로스토프주 일대를 지칭하는 지명으로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영토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파병된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가 방어하는 입장인 지역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이란 분석이다. 쿠르스크에 ‘러시아 국적’ 북한군이 집중 투입되고 있는 근거는 2024년 6월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다. 이 협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했다.
군사·경제 분야에 걸쳐 양국 밀착을 위해 체결된 이 협정엔 북한이나 러시아가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시 상호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러시아나 북한이 기존 영토를 침략받을 경우 군사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북한에서 이뤄졌다. 24년 만에 러시아 정상이 북한을 방문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대북 소식통은 “급한 푸틴이 김정은에게 미끼를 던졌고, 김정은이 그 미끼를 반갑게 문 형국”이라면서 “자동 군사 개입 조항 부활은 적지 않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정 체결 4개월 뒤인 2024년 10월 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주로 역습을 감행했다. 이 시기에 북한은 폭풍군단을 러시아에 파병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따른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발효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북한군 파병 기폭제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자동 군사 개입 조항에 따라 김정은이 북한군을 쿠르스크에 보냈고,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또 다른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목적으로 푸틴이 ‘특별귀화’라는 2중 안전장치를 보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경제적인 무게추를 중국이 아닌 러시아에 두기로 결정을 하면서 밀착을 감행했다”면서 “내부적인 경제적 이슈를 해결함과 동시에 파병을 통해 금전적인 이익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푸틴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