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보본부장 포함 3인, 박민우 전 여단장 부하에 ‘은밀한 지시’…박민우 동향 보고받은 정황

계엄 이후 ‘비선 기획자’로 조명 받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2024년 5월경 박 전 여단장과 통화를 했다. 이 통화 이후 노 전 사령관은 박 전 여단장을 ‘고집 세고 말 안 듣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의 통화 한 달여 만에 박 전 여단장은 직무가 배제됐다(관련기사 ‘장검을 식칼로 쓰려고…’ 계엄 설계자 노상원의 HID 활용 작전 비화).
박 전 여단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로 대기하다 2024년 12월 초 야전부대로 전출됐다. 그 사이 정보사는 계엄 사전 모의 및 계엄 동원 등 이슈에 휘말리며 초토화 국면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정보사 핵심 부대인 HID를 계엄에 동원하려 했던 계획이 알려졌고, 박 전 여단장 직무배제를 둘러싼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HID 지휘권을 확보하기 위해 박 전 여단장을 숙청하려 했다는 의혹이 그 골자다.

정보사 내부 관계자는 “직무배제 당시 박 전 여단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기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정보사 수뇌부 갈등과 관련해 박 전 여단장 본인도 자괴감을 상당히 많이 느껴 무기력한 상태였다고 들었다”고 했다.
취재에 따르면 정보사 상부에선 박 전 여단장과 함께 대기하는 직원에게 은밀한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여단장 출퇴근 시간 및 동향을 보고하라는 지시였다. 이 지시는 정보사 인사파트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요주 인물에 대한 감시 및 사찰을 지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보사 한 소식통은 “박 전 여단장은 상부에서 본인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우연히 인지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맞고소할 당시 ‘직권남용’ 혐의에 이 부분을 포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박 전 여단장이 문 전 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 관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고발장을 단독 입수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박 전 여단장 직무배제 당시 같은 사무실로 출근했던 A 씨 이야기가 주로 적혀 있었다.
휴가 중이라 집에서 쉬고 있던 A 씨는 2024년 6월 14일 오전 9시 52분경 정보사 인사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령부 인사처장은 “박 전 여단장이 직무배제로 인해 강남 모처 사무실로 파견 명령이 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A 씨에게 “(강남 모처 사무실로) 함께 출근해서 정보사령관 등에게 직접 출퇴근 시간을 문자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박 전 여단장에게는 따로 보고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A 씨는 또 다른 채널로부터 박 전 여단장 출퇴근 보고를 실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이었다. A 씨는 중장 계급 국방정보본부장, 소장 계급 정보사령관, 국방정보본부 계획운영실장 김 아무개 대령 모두에게 박 전 여단장 출퇴근 시간을 보고했다. 같은 내용을 3중으로 보고한 셈이다.
6월 20일엔 A 씨가 국방정보본부 김 아무개 대령에게 “여단장 몸이 좋지 않아 이틀간 휴가 신청한다”고 보고했다. 김 대령은 “정보사령관님에게 보고된 것이냐”면서 “(국방정보) 본부장님께도 동일 내용 보고 된 것이냐”고 물었다. 특이사항 발생 케이스에서 ‘출퇴근 감시’ 채널 전체에 동일한 정보가 갔는지 체크한 정황이다.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직무배제된 여단장에게 이 정도 관심이 쏠릴 일인가 하는 의구심도 드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당시 HID가 동원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국방정보본부장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박 전 여단장 출퇴근 시간 및 동향을 보고받으며 감시한 이유를 짐작할 만했다”면서 “박 전 여단장이 완전한 직무배제 상태로 여단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꾸준히 체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여단장의 영향력이 여단에 직간접적으로 행사될 경우, 비상계엄에서 정보사 및 HID를 동원하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면서 “단순한 출퇴근 감시라고 하기엔 감시망이 상당히 촘촘하다”고 했다.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은 박 전 여단장 출퇴근 감시 의혹과 관련해 “규정상 언론사 접촉은 공보계통을 통해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수고스럽겠지만, 공보실로 문의해달라”고 했다. 국방부 측은 수사 및 조사 관련 내용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