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부분 정리로 음반 산업 ‘집중화 전략’…블랙핑크 월드투어 소식 등에 힘입어 주가 고공행진
YG엔터가 최근 그룹 블랙핑크의 월드두어 계획을 공개했다. 오는 7월 5~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욕을 거쳐 8월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그리고 내년 1월 일본 도쿄로 이어지는 총 10개 도시 18회차에 달하는 공연에 나선다. 블랙핑크의 월드투어는 2023년 전 세계에서 총 180만 명을 동원한 ‘본 핑크’ 이후 1년 5개월 만의 무대다. YG엔터는 “대부분 공연장이 모두 회당 수만 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 급의 경기장”이라고 밝혔다.

블랙핑크의 이번 월드투어는 방탄소년단 이후 회당 최다 규모의 관객을 동원하는 빅이벤트로 주목받는다. 특히 K-팝 걸그룹으로는 최초로 팝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의 웸블리에 입성하는 대기록도 세운다. 웸블리는 팝스타들 사이에서는 ‘꿈의 무대’로 통하는 곳으로 한 번에 최대 9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역대급 공연장이다. K-팝 가수로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2019년 최초이자 유일하게 그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이제 블랙핑크가 그 자리를 K-팝 그룹으로는 두 번째,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이어받는다.
블랙핑크는 2023년 데뷔 때부터 몸담은 YG엔터와 전속계약을 마무리하고 개별 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솔로가 아닌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YG엔터 소속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제니와 지수, 리사는 개인 회사를 설립해 솔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로제는 데뷔부터 함께했던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로 이적해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으로 전성기의 인기를 누린 그룹의 멤버들이 솔로로 나설 경우 성패가 갈리기도 하지만, 블랙핑크만큼은 예외였다. 특히 로제는 지난해 10월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노래 ‘아파트’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를 석권하면서 블랙핑크의 성공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리사 역시 지난해 소니뮤직 산하의 레이블 RCA레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음악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3월 3일에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K-팝 가수로는 처음으로 축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제니까지 더해 이들은 K-팝으로 출발했지만 그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에 주력하는 점도 특징이다. 지수는 드라마 ‘뉴토피아’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을 통해 연기 도전을 거듭하면서 배우로 자리 잡고 있다.
블랙핑크의 멤버들이 솔로 활동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이 YG엔터는 신인 그룹 베이비몬스터에 주력했다. 지난해 데뷔 직후부터 성과를 내고 있는 베이비몬스터는 최근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LA 등 북미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신인 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총 20개 도시 29회차에 달하는 규모가 눈에 띈다.
다만 베이비몬스터는 이제 출발인 만큼 이전 YG엔터를 대표하는 블랙핑크나 과거 빅뱅의 능가하는 성과에 가 닿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사실 베이비몬스터의 질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YG엔터는 경쟁사들에 비해 주춤한 상태였다.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빅히트뮤직과 뉴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어도어을 보유한 하이브의 독주, 그리고 양대 걸그룹 진용을 구축한 에스파의 SM엔터테인먼트와 아이브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질주를 숨죽여 바라봐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YG는 2025년을 강력한 모멘텀의 시기로 보고 있다. 블랙핑크의 월드투어를 계기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최근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산업을 정리하고 오직 K-팝을 중심으로 하는 음반과 공연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YG의 출발이자 정체성에 더욱 주력한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YG엔터에 소속됐던 배우 차승원과 김희애 장기용 수현 등은 다른 회사로 이적하거나 추후 활동 방향을 새롭게 모색해 아름다운 이별 수순에 돌입한다. 이는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양현석 프로듀서의 ‘집중화 전략’이란 점에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배우 부분을 정리하고 음반 산업에 집중하는 선택은 오랫동안 글로벌에서 통하는 K-팝의 강력한 토대를 만든 양현석 프로듀서의 의지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YG엔터는 프로듀서들을 확충하면서 음반과 공연, 퍼포먼스 등의 완성도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소식에 YG엔터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2월 28일 오후 2시 52분 기준 6만 3200원을 기록하며 연중 및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새해 시작과 함께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발표로 인한 호재와 더불어 데뷔 15주년을 맞아 투어를 진행 중인 투애니원의 성과 등이 맞물리면서 상승 곡선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뜨거운 관심 속에 3월 4일 출범한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의 첫날 거래에서도 가장 많은 거래대금을 차지한 종목은 YG엔터였다.
블랙핑크의 월드투어와 베이비몬스터의 성장에 더해 올해 악뮤의 활동 등이 예정된 만큼 YG엔터의 올해 실적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7월부터 내년 1월까지 블랙핑크가 전 세계를 돌면서 쓸 새로운 역사에 따라 YG엔터의 기세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