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에도 피앤오케미칼 등 거침없는 투자…3대주주로서 입지 다지기 안간힘

OCI가 피앤오케미칼의 출자금 외에도 포스코퓨처엠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그동안 기록했던 손실과 대규모 부채를 떠안은 모양새다. OCI와 포스코퓨처엠이 2020년 설립한 피앤오케미칼은 2022년 15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67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15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피앤오케미칼의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피앤오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잔존 부채는 1749억 원이다. 순자산이 56억 원 수준이라 사실상 1700억 원가량의 부채를 OCI가 오롯이 책임지게 됐다.
피앤오케미칼은 코크스오븐가스(COG)에서 수소를 추출 후 정제하여 과산화수소, 정제 COG 등 각종 화학제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2021년에는 2차전지용 핵심 소재인 음극재 표면을 코팅하는 데 쓰이는 ‘피치’ 생산을 위해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2차전지의 수요를 책임질 전기자동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앞서 OCI홀딩스는 2022년 본업과 무관한 부광약품 지분 773만 주가량을 1461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부광약품 지분의 가치는 급락했다. OCI는 주당 1만 8900원 가격으로 매입했는데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빠지면서 지난 3월 14일 종가 기준 4575원을 기록했다. OCI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지분 가치가 4분의 1 미만으로 감소한 셈이다. 이우현 회장이 부광약품에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당기순손실을 이어가고 있어 주가 회복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대주주 신분인 이우현 회장이 경영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사업 확장에 힘을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2017년 부친인 이수영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우현 회장은 그룹을 이끌게 됐지만 바로 회장에 취임하지 않았다. 2023년 5월에서야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배경으로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 그의 영향력이 지목되기도 했다.
이수영 회장은 생전 OCI홀딩스(당시 OCI)의 지분 10.92%를 확보한 최대주주였는데, 이수영 회장 별세 후 이우현 회장이 해당 지분을 상속 받은 과정에서 상속세 등이 발생해 그가 확보한 지분율이 5.04%에 그쳤다. 그 결과 최대주주 자리는 이우현 회장의 숙부인 이화영 회장이 차지했다.
이 같은 구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OCI홀딩스의 주주구성을 보면 이화영 회장이 7.41%로 최대주주이고, 이복영 회장은 7.37%를 확보해 2대주주 지위다. 이우현 회장은 7%로 3대주주다.
이우현 회장이 지난해 한미약품 인수를 추진한 것을 두고 그룹 지배력 확대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한미약품을 인수한 후 한미약품의 최대주주 측에 지분 10.4%를 주는 방식으로 지분 교환을 계획했다. OCI홀딩스의 한미약품 인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미약품의 최대주주가 이우현 회장의 우호세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미약품 최대주주 측도 OCI홀딩스 지분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약품 인수는 무산됐다. 표면적으로는 한미약품 측 주주들이 OCI그룹·한미약품 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이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OCI그룹은 한미약품 인수에서 손을 뗐게 됐다. 당시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약품그룹 인수 추진과 관련해서 OCI그룹 쪽에서도 이우현 회장과 숙부 측과의 불협화음 조짐도 보였다. 당시 한미약품 인수 추진 과정에서 한미약품 측 인물인 김남규 후보를 OCI홀딩스 사내이사로 추천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장경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했다. 장경환 사외이사의 임기 중 유일한 반대표이기도 했다.
장경환 사외이사는 이우현 회장보다 숙부 쪽 입김이 닿는 인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우현 회장이 숙부와의 합의 없이 한미약품 인수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기도 했다. 그해 3월 장경환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로 회사를 떠났다.
이우현 회장의 지배력 강화 움직임은 한미약품그룹 인수 실패 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친동생 이지현 상무를 미등기 임원으로 불러들였다. 이우현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지현 상무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버지 이수영 회장에게 받은 OCI홀딩스 지분 2.47%가 있기 때문이다.
이우현 회장 자신도 지난해 OCI홀딩스 지분 매입을 통해 7%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전년 12월말 6.55%에 견줘 0.45%포인트 상승한 것. 다만 여전히 숙부 일가가 지배력을 내려놓고 있지 않아 향후 실제로 이우현 회장의 실질적인 승계는 안갯속이다.

이우현 회장은 올해 실적 개선에 힘써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OCI홀딩스의 2024년 영업이익은 1015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80.8% 감소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OCI그룹의 경우 선대 (이수영)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이우현 회장의 입지가 공고하지 못하다”면서 “사실상 이우현 회장이 OCI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지만 경영권을 강화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지분이 많은) 숙부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OCI홀딩스 측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