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소녀’ 아사미 동생, 언니 닮은 난전형…아시안게임 동메달, 2024년엔 스미레 꺾고 첫 타이틀 획득
[일요신문] 한국 여자바둑의 간판 최정 9단이 일본의 신예 우에노 리사 3단에게 반집패를 당하며 센코컵 3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 카이에 호텔에서 열린 2025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 결승전에서 최정은 우에노 리사와 공식 대국 첫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대국은 초반부터 줄곧 리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낙승 분위기로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종반 우변 끝내기에서 치명적인 착각을 범하며 흐름이 뒤집혔고, 결국 259수 만에 반집패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우에노 리사 3단(왼쪽)과 최정 9단의 결승전. 최정이 우변 끝내기 묘수를 알아차리지 못해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8인 초청전으로 열리는 이 대회에 최정은 7년 연속 출전했다. 대회 2연패 중이던 최정 9단은 8강에서 일본 후지사와 리나 7단을 꺾었고, 4강에서 중국 탕자원 6단에게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일본에서 자매기사로 유명한 우에노 리사는 언니 우에노 아사미 6단의 다섯 살 아래 친동생(2006년생)이다. 언니 우에노 아사미도 이 대회에서 2023년 우승한 적이 있어, 자매가 같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2019년은 일본 바둑에서 유난히 대형 신예가 많이 배출된 해였는데, 우에노 리사는 여류 특별채용 전형(한국의 입단대회)을 7승 1패의 성적으로 통과하며 프로에 입단했다. 당시 그녀는 일본 역대 여류 기사 중 최연소 입단자 3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후지사와 리나 7단과 탕자원 6단에게 승리하며 결승에 오른 최정 9단은 복병 우에노 리사 3단에게 일격을 당하며 대회 3연패가 좌절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자매는 후지사와 가즈나리 8단의 문하생으로 성장했는데, 공교롭게도 후지사와 8단은 장차 자매의 라이벌이 되는 후지사와 리나 7단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한국 바둑계에서 조훈현 9단이 이창호 9단을 길러낸 것과 비슷해서 재미있다.
바둑 스타일은 자매가 똑같다는 평을 듣는다. 언니 우에노 아사미가 힘이 강하고 전투를 즐겨 ‘해머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동생은 언니보다 한술 더 뜨는 난전형으로 평가받는다.
우에노 리사는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살 아래 나카무라 스미레 4단과 2019년 함께 프로에 입단하면서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되었다. 스미레가 한국에서 유학하며 실력을 다진 ‘유학파’라면, 우에노 리사는 일본 내에서 성장한 ‘토종파’로 분류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과거 조훈현과 서봉수의 대결 구도를 떠올리게 했다.
우승을 차지한 우에노 리사 3단. 사진=한국기원 제공그러나 이에 대해 우에노 리사는 “스미레를 보면서 자극은 받지만 아직 라이벌 의식은 없다”고 말했지만, 일본 언론들과 팬들은 두 신예의 경쟁 구도를 활용해 흥행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이후 스미레가 먼저 성적을 내며 더 주목을 받았지만, 우에노 리사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제무대에서도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스미레의 일본 마지막 무대였던 여류기성전에서 스미레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종합 전적 2-1로 프로 입단 후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최정을 꺾고 자신의 세계무대 첫 타이틀을 획득한 우에노 리사는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최정 9단과 결승전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좋은 결과까지 얻게 돼 정말 기쁘다”며 “마지막에 우변 1선 치중하는 수를 발견했을 때는 이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처 돋보기] 2025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 결승전
흑 최정 9단(한국) 백 우에노 리사 3단(일본) 259수 끝, 백 반집승
장면도[장면도] 치명적인 단점
골인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 흑을 쥔 최정 9단이 2집반 정도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 바둑에서 이 정도 단계에서 이 정도 차이라면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흑1이 패착이 됐다. 우변 흑 모양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숨어 있었고, 최정은 그것을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과연 우변의 단점은 무엇일까?
실전진행[실전진행] 묘수의 시작
백1의 끊음이 묘수의 시작이었다. 흑2는 어쩔 수 없는 후퇴. 여기서 백3의 1선 치중이 묘수로 최정의 머릿속에 아예 없던 수였다. 백3이 놓이자 최정의 낯빛이 점점 창백해진다. 흑4는 어쩔 수 없는 후퇴로, 백5로 도강에 성공해서는 역전이다. 센코배의 우승상금은 1억 원, 준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니 백3은 7000만 원짜리 묘수였던 셈이다.
변화도[변화도] 채택할 수 없는 그림
백1의 치중에 흑2의 차단은 성립하지 않는다. 백3이 좋은 수. 흑4에는 백5로 젖혀 패를 내는 수단이 있다. 팻감은 압도적으로 백이 많기 때문에 흑으로서는 채택할 수 없는 그림이다.
참고도[참고도] 성립하지 않는 수
애초 백1로 끊었을 때 흑2로 잡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백3~9까지 우변 흑 모양이 초토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