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첫판 아마 3승 5패, 곽웅구는 일본 요다 잡을 뻔…류시훈-루이나이웨이 공식 첫 대국도 주목받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양념 같은 요소는 또 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에서 핸디캡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프로와 아마가 대국할 경우, 호선 대국(덤 6집반)이 아닌 아마는 흑을 잡고 덤은 2집반을 공제한다. 즉, 아마가 반면으로 3집을 남겨야 승리할 수 있다. 과거 프로와 아마의 치수는 정선(定先, 덤이 없는 방식)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번 룰이 아마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본선 첫판에서 아마추어 기사들이 프로를 상대로 3승 5패를 기록하며 선전한 것이다. 서수경이 윤현석 9단을, 곽웅구가 김종수 9단을, 안재성이 안관욱 9단을 꺾으며 아마가 단순한 들러리가 아님을 증명했다.
지난 3월 5일 저녁, 한국기원 지하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는 흥미로운 두 판의 대국이 펼쳐졌다. 7시에는 류시훈 9단과 루이나이웨이 9단의 16강전이, 9시부터는 요다 노리모토 9단과 아마추어 곽웅구 선수의 16강전이 열린 것. 류시훈 9단은 본선 첫판에서 아마 맹장 최호철 선수를 제압하고 16강에 올랐고, 루이 9단과 요다 9단은 후원사 초청시드를 받아 본선 16강부터 출전했다.
대국 시작 20분 전인 6시 40분,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이미 류 9단과 루이 9단이 바둑판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식 대국에서 맞붙은 적은 없었지만, 1990년대 초 루이 9단이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 린하이펑(林海峰) 9단 도장의 리그전에서 자주 대국을 했다는 류 9단의 귀띔이 있었다.

승리한 류 9단은 “초반에 실수를 많이 해서 패색이 짙었는데, 루이 9단이 몇 차례 실수를 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벌어진 요다 노리모토 9단과 곽웅구 아마 7단의 대국도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바둑의 거장과 국내 정상급 아마추어의 대결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으며,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바둑은 기대 이상으로 곽웅구 선수가 잘 싸웠다. 곽웅구 선수는 140수까지 인공지능 형세 판단에서 85%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고, 집수로도 7~9집 차이를 지켜나갔다. 요다 9단은 점점 초조해졌지만, 중앙 전투에서 곽웅구 선수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결국 역전승을 거두었다.
대국이 끝난 후 요다 9단은 “거의 진 바둑이었다. 좌변에서 몇 점 잡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나빠져서 깜짝 놀랐다. 아마추어 선수와 대국 경험은 거의 없었고, 부담감 같은 것은 없었는데 이렇게 고전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어려웠던 바둑을 돌아봤다.
흥미로운 대국은 계속 이어진다. 다음 예정된 16강전 유창혁 9단과 안재성 아마 7단의 대국도 관심을 끈다. 두 사람은 2020년 바둑TV가 기획한 ‘유창혁 vs 아마5강 끝장승부’에서 만나 안재성 선수가 2점+역 덤6집의 치수에서 시작해 정선까지, 무려 7연승을 거둬 유창혁 9단의 얼을 완전히 빼놓은 바 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유창혁 9단 정도면 아마를 상대로 2점은 쉽게 접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기에, 안재성의 7연승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본선 첫판에서 안관욱 9단을 꺾은 안재성 선수는 “이전에 정선으로 마지막 판을 이겼다. 그런데 이번 대회 치수가 정선에 덤2집반이라, 유창혁 사범님과의 대국이 공교롭게도 다시 이어지는 느낌이다. 열심히 두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단순한 시니어 대회를 넘어, 세대를 초월한 바둑의 가치를 조명하는 무대가 되고 있는 블리츠배에서 또 어떤 드라마가 탄생할지 바둑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