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방식은 기존 스마트폰처럼 ‘QR코드’ 활용…한은 “인프라 측면 차별화 서비스 만드는 게 목표”

‘프로젝트 한강’은 예금 토큰을 활용한다. 한은은 은행들에 지급준비금 역할을 하는 기관용 CBDC를 발행한다. 은행들은 이를 기초로 토큰화된 예금을 발행한다. 중앙은행이 신뢰를 담보하기에 현금과 가치가 동일하다. 예금자 보호 제도가 적용되며, 예금 토큰에서 현금으로 다시 전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CBDC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정부가 개인의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내 CBDC 발행·사용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의 금융 거래가 통제될 수 있으며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CBDC를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 한은 한 관계자는 “개인에게 직접 CBDC를 발행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 보유한다”며 “토큰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금융거래를 추적하는 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는 모바일뱅킹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자지갑을 개설할 수 있다. 발급 이후에는 입출금 계좌에 있는 예금으로 전환한 예금 토큰을 전자지갑에 보유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QR코드를 제시하면 결제할 수 있다. PC 웹에서는 전자지갑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는 결제 수단을 예금 토큰으로 설정하면 간편 비밀번호 인증을 통해 결제를 진행한다.
그러나 예금 토큰 결제방식은 당초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방식과 별 차이가 없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페이앱으로도 QR코드 결제가 가능하다.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으로 결제하는 애플페이나 NFC·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 모두 사용하는 삼성페이는 결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는 방식이기 때문에 카메라 스캔, 금액 입력 등 과정이 필요한 QR코드보다 절차가 간단하다.
테스트에 참여한 A 은행 관계자는 “전자지갑에 예금 토큰을 넣는 것이나 인터넷뱅킹에 돈을 예치하는 것이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에 굳이 도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열풍으로 인해 디지털 화폐를 체험해보고 싶은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다”면서도 “고령층의 경우 관심이 적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테스트 기간 동안 오프라인에서는 △교보문고 전 매장 △세븐일레븐 전 매장(무인점포 제외) △이디야커피 100여 개 매장(부산·인천 중심) △농협하나로마트 6개점에서 사용 가능하다. 온라인에서는 △현대홈쇼핑 모바일 △K팝 굿즈 모드하우스 PC웹·모바일 앱 △배달플랫폼 땡겨요 모바일 앱에서 예금 토큰 결제가 가능하다. 문화·청년지원·보육·소상공인 지원 등 바우처 프로그램을 디지털화폐 시스템과 연계한다. △서울 청년문화패스 △대구 교육 용품 판매점 전용 바우처 △부산 신라대학교 신입생 대상 대학 내・인근 상점 바우처가 활용 대상이다.
예금 토큰 실거래가 정식 출시되어도 상용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QR코드로 결제하는 게 상대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며 “예금 토큰 결제가 불가능한 매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점주 입장에서는 결제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것을 비롯해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며 “저항감이 생길 수 있는데, 제로페이 할인 행사처럼 예금 토큰에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용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개선 필요 사항을 반영하고 시스템을 정비해 후속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개인 간 송금, 다양한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 등 활용 사례들을 추가 발굴해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의 한은 관계자는 “핀테크(금융 기술 서비스)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인프라 측면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보는 게 테스트 목적”이라며 “복잡한 정산 절차 및 부정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디지털 바우처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이번 첫 테스트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