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신수종사업 ‘길’ 뚫기 만만찮네
▲ 지난해 5월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플랜트 기공식(위)과 삼성 송도 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연합뉴스 |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위 관계자는 “20곳 이상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실사를 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상적 차원의 방문일 뿐”이라면서도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관계자는 또 “제약·바이오업종이 가장 발달된 형태의 제휴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가치 사슬에 대해 이합집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우리도 새로운 참여자로서 이 같은 조류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은 10월 중순 국내 포함 16개국에서 진행하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을 전격 중단했다. 지난 2010년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발표하고 합작사 설립과 공장 건설 등 발빠른 사업 행보를 보이던 삼성이었다. 임상 중단은 그때까지의 모든 의약품 개발 과정을 ‘올 스톱’시킨다는 점에서 최악의 선택으로 보였다. 더욱이 개발 초기인 1상도 아니고 상업화 전 단계인 3상에서의 임상 중단이었다.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이 그동안 유럽 기준에 맞춰져 있었기에, 미국 지침이 새로 나온 것을 계기로 두 지역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가이드라인도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중단을 고려할 만큼 미국과 유럽의 기준이 다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국의 기준이 더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분야에 오는 2017년까지 2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었다. 늦은 만큼 자본의 힘으로 따라 잡겠다는 심산. 하지만 지난 7월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허가를 받은 셀트리온도 10년의 시간이 걸린 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외의 고급 전문 인력들을 대거 영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경험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바이오 분야의 성공을 낙관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임상 중단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예정대로 착실히 구축했고, 생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구개발의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송도 입주를 마쳤다. 결국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활발한 접촉이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한화의 사례처럼 판권 이양 등 기술 수출을 위한 실사라는 게 업계의 주된 관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잠재적 파트너사와의 협의하에 서로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임상 중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가 없는 삼성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삼성이 두 차례의 합작을 통해 연구개발과 생산 등에서는 역량을 갖췄지만 아직 판매를 위한 네트워크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활발한 접촉은 판권 이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 측은 “임상 중단과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의 실사 사이의 관련성은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