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 비건, 김 지사의 관세 외교 “협상 여지 크다” 평가

비건은 김동연 지사와 끈끈한 인연이 있다. 비건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으로 활동할 당시 김동연 지사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로서 트럼프 1기 정부 인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또한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출신인 비건은 김동연 지사와 미시간대 동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회담은 미시간대 포드스쿨 5층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비건은 김동연 지사를 만나자마자 “대북정책 특별대표 시절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미시간대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씀만 많이 듣다가 여기서 뵙게 됐다”면서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소식을 들었다. 축하드리고 행운을 빈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만남과 대화가 이뤄졌지만 이번 만남은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스티븐 비건은 트럼프 1기 정부에 합류하기 전, 미시간주에 소재한 완성차 회사 포드(Ford)에서 약 15년(2005~2018)을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한 인물이다. 포드의 무역 전략 및 정치적 리스크 등을 평가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1기 핵심인사였던 만큼 관세 문제에 대한 전략적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이 만남의 목적이었다.

비건은 “어느 정도는 한국 제조업체들이 이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일부가 되는 데 성공했다”면서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서 차를 생산할 때, 그것은 사실상 미국산 자동차다. 이는 (관세를 낮추는데) 매우 설득력 있는 포인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장이나 여론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경우’를 협상 여지가 큰 상황으로 내다봤다.
김동연 지사가 바로 직전의 일정이었던 휘트머 주지사와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자 비건은 “경기도지사와 미시간 주지사가 같이 협력한다면,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들 중에 아마 톱 5 기업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회담 성과를 의미 있게 평가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최근 2028년 미 대선 유력후보란 표현이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등장할 정도로 정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이 자리에선 북핵 관련 대화도 오고 갔다. 김동연 지사는 북한과의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데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고 비건은 “김정은이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한국 정부와 소통 하려고 할지 의문”이라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에 변화 국면이 있어야 북한도 움직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협상이 곧 이뤄질 수도 있으나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두 사람의 대화 도중 포드 스쿨 학장이 강의실로 찾아와 “이렇게 졸업생 두 분이 양국 정부에서 훌륭한 일을 하시고, 여기에 와서 다시 만나신다니 정말 멋지다. 미시간대 만세”라며 기뻐한 일도 있었다.
한편 김동연 지사의 이번 미국 방문에는 도청 인사 중 프랑스 대사를 지낸 유대종 국제협력특별보좌관과 대변인 단 두 명만 동행했다. 사실상 단기필마로 미국 순방길에 오른 셈이다.
수행비서관을 포함한 실무인력까지 총 10명의 미니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에 도착한 김동연 지사는 짧은 일정에도 미시간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9곳의 임직원들과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상세히 경청했다. 이후 면담 내용을 중심으로 휘트머 주지사와 회동에서 경기도와 미시간주의 자동차 관세대응을 위한 4개항 전략적 연대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