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노동자 사망 사건 조사 과정 근로기준법 위배 발견…서울시는 이미 해당 조항 삭제
노동청은 직장괴롭힘 피해 유서를 남기고 삶을 등진 한 노동자 사건을 살피다 이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서울시는 이미 문제의 조항을 삭제한 상태였다.

사건 발단은 2024년 4월이다. 서울식물원에서 공중화장실 청소 등을 해온 60대 여성 A 씨가 세상을 등졌다. 그는 유서에서 직장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다. A 씨는 약 2000자 분량 유서에 △건강이 악화한 사정을 알고도 힘든 곳에 배치 △함께 일하기 곤란한 짝꿍 연속 배치 △내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으로 동료들을 집합시켜 곤경에 처함 등 피해 내용을 남겼다.
하지만 서울시는 '문제없음'으로 사안조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측이 "인권 측면보단 수사처럼 증거 위주로 조사한다" 등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관련기사 [단독] '직장괴롭힘 유서' 서울식물원 노동자의 죽음…서울시 "문제없음" 종결).
노동청은 서울시의 이런 결과를 토대로 조사에 나섰다. 괴롭힘 증거는 안 나왔으나 서울식물원과 서울시 등 조사 절차에서 하자가 발견됐다. 서울식물원의 경우 A 씨 유족이 일찍이 사안조사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서울시로 떠넘긴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부 직장괴롭힘 사건처리 지침인 '사용자의 조사·조치 의무'를 어긴 셈이다.
노동청은 "최초 신고에 따른 조사가 진행되도록 하지 않고 진정인에 새로운 신고를 다시 하도록 안내함으로써 마치 신고가 없었던 것처럼 되고 말았다"며 "근로기준법 제76조 등 위반이므로 과태료 처분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동청은 특히 "시설청소 실무관들 사이 구조적인 갈등 요소가 있어 보인다"며 "사업장 자체 '조직문화 진단 및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도 내렸다.

다만 권고 효과는 무색해졌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서울시는 A 씨 사건 조사를 마치고 한 달여 지난 2024년 11월 해당 조항을 이미 삭제했기 때문이다. 기존과 달리 새 매뉴얼을 누리집 등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서울시 측은 "시의회의 문제 제기에 따라 관련 조항을 없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사건 조사 때는 "1년 치 증거자료만 조사하겠다"며 그 이전 기간 A 씨의 진단서, 일기, 메신저 자료 등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1년 전 직장괴롭힘 사건 각하' 조항은 2023년 4월 처음 도입됐다. 여러 언론에서 '오세훈표 매뉴얼'로 불리며 비판을 일으켰다.
A 씨를 도운 노무법인 인사이트의 배현진 노무사는 "많이 아쉽지만 서울식물원의 신고 묵살 행위와 사업장 내 구조적 갈등 요소가 드러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 A 씨의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서울식물원 대상 직장괴롭힘 관련 조치 위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