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캔 제조 꾸준한 투자, 시장 평가는 반신반의…동원그룹 “캐즘으로 성과 내기까지 시간 걸릴 듯”

하지만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2차전지 업체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동원시스템즈를 2차전지 기업으로 분류한 뒤 분석한 보고서는 1건 정도에 그친다. 지난해 말 해당 보고서를 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원시스템즈 주가에 배터리 사업 가치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했다.
동원시스템즈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회사 측 발표와 달리 2차전지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고, 그런 만큼 흑자를 내는 것이 요원한 상황이다.
또 하나는 금양 여파다. 발포제업체 금양은 2차전지 업체로 전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최근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사태로 인해 상장폐지 가능성이 생겼다.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는 2023년 7월 한때 19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9900원에 거래 정지 상태다. 금양 주가가 급등할 당시 혹시나 하면서도 투자하지 않았던 기관 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이다. 그리고 금양 때문에 동원시스템즈 또한 2차전지를 언급하면 기관 투자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들여다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매출 크지 않아
동원시스템즈는 40년 넘게 참치캔을 만들며 쌓은 기술력으로 원통형 배터리 캔을 생산 중이다. 2170(지름 21mm·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 캔을 시작으로 현재는 4680(지름 46mm·높이 80mm) 배터리 캔을 수주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2170은 연간 3억 개, 4680은 연간 7000만 개다. 4680은 지난해 4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해 올해 상용 매출이 시작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캔 절단면의 부식을 막는 기술이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한다. 4680은 2170에 비해 전극 간 단락과 내부 가스 누출을 막아 충전 효율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양극박과 셀 파우치도 동원시스템즈가 노리는 먹거리다. 양극박은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동원시스템즈의 양극박은 전극 제조 과정에서 균열을 방지해 배터리 품질 및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인터배터리 2025’에서는 인장 강도가 33㎏f/㎟로 국내 최고 수준인 초고강도 양극박을 공개했다.
회사 측 설명만 보면 금세 시장이 만개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까지는 실적 기여도가 미미하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 3343억 원을 기록했는데, 2차전지 매출 비중은 1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측이 밝힌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연포장·페트·유리병이 48.7%, 제관(캔)이 36.6%, 알루미늄 소재 부문이 6.7%로, 2차전지 매출은 제관과 알루미늄 소재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동원시스템즈의 2차전지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1년 이후 2차전지 소재 부품 사업을 개시했고, 알루미늄 양극박, 셀파우치를 개발 진행 중”이라며 “아직 개발 및 샘플 제작 단계로, 지난해 2차전지 부문은 155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이익 창출로 흑자 전환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 외에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도 모두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 양극박 설비에 236억 원, 셀파우치 설비에 158억 원, 아산 캔 설비에 711억 원을 투자했는데 여기에 대해 증설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2024년 원통형 배터리 캔 양산 시기 지연 및 양극박 부문 실적 저하로 영업적자가 누적됐다”면서 “원통형 배터리 캔 관련 투자는 마무리됐으나 양극박 및 셀파우치 부문 증설 투자는 지속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양치기 소년' 때문에…
증권가에 따르면 동원시스템즈는 회사가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화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회사의 배터리 사업 드라이브 강도가 매우 높음을 경영진들과의 미팅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주요 셀 업체들로부터 인재를 영입해서 사업부를 단독으로 만들었고, 해외에 직접 진출할 의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R&D(연구개발) 인력 약 50명을 포함해 200명 이상을 배터리 사업부에서 고용했다면서 “초기 투자에 따른 배터리 사업 손실을 본업인 음식료 패키징사업에서 보충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주식을 매매하는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는 동원시스템즈의 기술력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되묻는 분위기다. 일단, 무엇보다 지난해 4695(지름 46mm·높이 95mm)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홍보한 금양의 여파가 크다.
금양은 2022년과 2023년, 2170 원통형 전동 공구형 배터리와 전기차용 5.0Ah 배터리를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지난해는 국내 최초로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양은 실제로 유의미한 매출은 내지 못했다. 결국 동원시스템즈도 대규모 공급 계약을 성사시켜야만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배터리 캔 기술도 기술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 알루미늄을 다루는 모든 회사가 조금씩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논리면 기존 알루미늄 회사는 모두 2차전지 기업이 된다. 동원시스템즈는 다른 회사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재편한 동원그룹, 추가 M&A 나설까
동원그룹은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이후 최근 또 한 번의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동원산업과 동원F&B를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키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동원그룹 상장사는 동원산업과 동원시스템즈 단 두 곳만 남게 됐다. 동원산업은 식품류 전반을 맡고, 동원시스템즈는 소재 등 미래 먹거리를 전담하는 구조다.

아직 동원그룹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김남정 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면 비식품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가 필요하다. 동원그룹이 2023년 해운업체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 참전한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동원시스템즈가 추가 M&A(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동원시스템즈는 2012년 대한은박지(1195억 원), 2013년 한진피앤씨(351억 원), 2014년 테크팩솔루션(2500억 원), 아르다 사모아(2600만 달러), TTP·MVP(9600만 달러) 등을 연달아 인수해 재미를 봤다. 대한은박지 인수 전 1000억 원대에 그치던 매출이 조 원 단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2차전지 기업들의 몸값이 많이 낮아진 만큼 동원시스템즈가 M&A를 통해 업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매출 비중 상 동원시스템즈를 2차전지 관련 회사로 보기는 어렵다.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2차전지 소재 관련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 관련 파우치까지 확대하려고 지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