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산업에 큰 영향, 안정적 공급망 구축 목소리…관련 기업 주가 요동, 투자 유의

희토류는 대체 불가능한 전자·자기·광학적 특성을 가진 광물 원자재다. 전기차 모터부터 반도체 회로, 디스플레이 소재, 방산·항공기 부품까지 첨단기술 산업의 필수 소재다. 한국무역협회 집계를 보면 중국이 이번에 수출을 제한한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종류 희토류에 대한 한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무려 80%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파악한 희토류 공공 비축과 민간 재고는 최대 6개월분이다. 수입이 오랫동안 막히면 관련된 제품의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당장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이 80%를 넘어 단기간에 다른 수입선을 찾기도 어렵다.
희토류 수출 제한은 관세로 공격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격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에 관세 전쟁을 선포한 직후 시진핑 주석은 보기 드물게 해외 순방에 나섰다.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가 대상국이다. 이들 나라가 미국에 맞서 중국과 힘을 합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시진핑 주석은 5월에는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중국으로 불러 직접 만날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반 트럼프 경제동맹’ 결성 시도다.
미국은 최근 일본, 한국, 호주, 영국, 인도 5개 나라를 1차 무역협상 대상으로 정했다. 4월 22일부터 협상이 시작된다. 미국은 5개국과의 협상 외에도 중국 견제를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 모두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이 미국의 대중 봉쇄 조치나 압박에 동조한다면 중국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5개 나라를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희토류 재고가 많은 편이다. 호주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희토류 생산국이다. 영국은 희토류가 사용되는 제조업 비중이 낮다. 한국과 인도는 희토류 소비도 많고 중국과 경제적 연결고리도 많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인도가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희토류는 중요한 매개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단골 메뉴가 된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희토류 생산의 관건은 채굴보다 정제다. 정제 과정에서의 유독물질 배출과 환경오염이 심각해 그동안 선진국에서 꺼려온 일이다. 중국이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고 희토류 정제에 나서면서 다른 나라들은 굳이 정제 설비 등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이제는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제품 가격 상승요인이 될 만하다.
중국의 수출 제한 발표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현대비앤지스틸·동국알앤에스·유니온·티플랙스·노바텍 등 희토류 생산 및 정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기업인 성림첨단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플랙스와 동국알엔에스는 희귀금속 소재를 유통한다. 동국알엔에스는 호주 희토류 생산 기업과 금속정제공장 공동개발 협약도 맺고 있다.
유니온의 자회사인 유니온머티리얼은 희토류 대체 소재 ‘페라이트 마그넷’을 생산한다. 희토류 금속을 이용한 네오디움 자석을 생산하는 노바텍은 라오스법인이 희토류 광산개발 산업에 뛰어들었다. 희토류 수입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수혜가 없지는 않겠지만, 당장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는 데 따른 주가 급변동인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