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단계별 단일화+민주 반명세력 규합 ‘솔솔’…시간 촉박하고 이해관계 복잡 ‘비관론’ 우세
직전 대선에서의 윤석열 안철수, 2002년 노무현 정몽준,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라는 벤치마킹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도 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간이 워낙 촉박하고, 과거 빅텐트 실패 경험도 적잖아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에서는 자고 나면 빅텐트 얘기가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 구도상 불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든 흔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돼 있다.
빅텐트의 타깃은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다. 그를 저지하기 위해선 정당과 진영을 막론한 세력의 대결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중도 확장에 힘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대열에서 이탈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빅텐트 논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격상했다.
빅텐트 냄새가 나는 발언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4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무한 정쟁과 분열로 몰아갈 이재명 세력을 극복해야 한다”며 “우리 안의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공통의 사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문수 후보는 4월 15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이재명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홍준표 후보도 4월 17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 빅텐트와 관련해 긍정적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뛰어넘은 광범위한 연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후보는 “경선이 끝나고 나면, 출마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고 외부에 있는 분들 중에서, 과거에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반명계로 찍혀서 이탈하신 분들이 있다. 그분들 전부 연대의 대상”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이낙연 전 총리 같은 분?”이라는 질문에 “지금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건, 그분들한테 굉장히 결례”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그런 분들하고 반이재명 전선에 있는 분들은 다 한마음이 되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반명(반 이재명) 세력’, 개혁신당과의 연합 전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4월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개헌 연대 국민 대회’에 참석, “위기극복, 정치개혁, 사회통합에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라면 그 누구와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도 국민의힘은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이 고문과의 연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갑론을박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힘 주류 의견은 단계별 단일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후보가 한덕수 대행과 단일화를 한 뒤, ‘집권 직후 개헌’을 내세워 더불어민주당 반명 세력을 규합하고 개혁신당과의 단일화까지 이뤄내는 시나리오다. 이런 가운데 김문수 후보는 4월 16일 한덕수 대행 출마를 앞장서서 주장해 온 박수영 의원을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김 후보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비한 포석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의원들이 특정 후보 캠프로 가지 않는 경향이 이번 대선 경선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결국 빅텐트 때문”이라며 “당내에서는 야권까지 어우르는 빅텐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했다.
#빅텐트 성공 사례, DJP 대표적
1987년 직선제로 바뀐 이후 빅텐트는 성공한 적이 많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직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선 직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대통령이 됐다. 사전투표 전날인 2022년 3월3일 새벽 극적으로 성사된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초박빙 승부에서 큰 힘을 드러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였다.
직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이재명 후보와의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했었다. 그런 점에서 한 표라도 아쉬운 형국이었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천군만마를 얻는 극적인 드라마였다.

2002년 16대 대선도 단일화가 선거 주요 이슈가 됐다. 노무현 후보는 당시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대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 줄곧 약세였다. 하지만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로 D-24일 조사에서 단숨에 지지율 43.5%로 첫 역전을 이뤘다.
정 후보가 대선 하루 전날 ‘노무현 지지 철회’를 선언하면서 단일화는 사실상 깨졌지만, 정 후보의 지지 철회가 오히려 대대적인 진영 결집으로 이어졌다. 정 후보 쪽 지지세가 상당 부분 노무현 당시 후보를 향해 전이된 상태에서 노 후보 쪽 진영까지 힘을 모으자 노 후보는 대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하게 됐다.
민주당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배했다”며 “그때는 힘을 합쳤어도 대선 본선에서 과반 득표를 이뤄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세가 너무 세 힘에 밀렸지만 이번에는 보수 쪽에서 빅텐트를 칠 경우,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이재명 후보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득표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론엔 공감, 각론은 쉽지 않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빅텐트라는 총론에 절대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될 수 있느냐는 물음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각론을 펼치는 과정이 너무 험난하고 변수가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빅텐트를 위해선 우선 여러 정치세력이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과거 빅텐트가 무산됐던 것도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빅텐트가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가 표심으로까지 이어지기에 촉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이나 비명 진영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빅텐트가 설령 만들어진다 해도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후보는 4월 15일 SBS 유튜브 채널에서 “빅텐트라는 것이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를 밖에서 뽑겠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특정인을 모셔오기 위한 정치적 명분 쌓기일 뿐이라는 언급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명’으로 지목되면서 빅텐트 대상으로 언급되는 민주당 인사들도 시큰둥한 모습이다. 민주당 경선 룰을 문제 삼아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거취를 숙고 중인 김두관 전 의원과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국민의힘의 ‘반명 빅텐트’에는 분명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전 의원 측은 4월 16일 기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내란 옹호 정당인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하는 비명 빅텐트 참가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한솥밥을 먹다가 지금은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있는 개혁신당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이다. 개혁신당은 4월 17일 “국민의힘 중심의 단일화나 소위 ‘반이재명 빅텐트’는 분칠한 정권 재창출에 불과하다”며 “필패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접근법을 두고 빅텐트 내 파찰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강하게 반대했던 주자가 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제3지대 단일화나 연대는 성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빅텐트에 여러 난관이 많을 수밖에 없고 물리적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당시 보수 정치권은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를 동시에 배출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점을 상기하면 빅텐트든, 무엇이든 무조건 동맹 연합군을 형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결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