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산하 이관’ 등 개혁 입법안 쏟아져…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 ‘폐지론’엔 선 그어
경호처를 향한 사회적 질타에 국민의힘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한 사이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선 ‘폐지 요구’와 경호처의 경찰청 이관, 조직 개편 등을 골자로 한 여러 개혁 입법안을 쏟아내며 경호처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경호처 내부에서는 김성훈 차장을 중심으로 한 ‘윤심 충성라인’이 무너지면서 폐지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혼란을 노출하고 있다.

경호처는 2022년 11월 경호처장이 군·경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권한 강화에 나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대 3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경호처장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당시 경찰청과 국방부 모두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치 친위대”라며 반발했다. 이에 경호처는 지휘·감독을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춰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
지난해 2월에는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치자 경호처 직원들이 해당 졸업생 입을 막고 강제로 퇴장시켰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선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처 직원들이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퇴장시킨 일도 있었다.
경호처를 향한 비판 여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과정에서 불이 붙었다. ‘인간 벽’을 만들어 영장 집행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군인 200여 명이 동원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를 주도한 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현재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주도 혐의, 대통령실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호처는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 특수단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여섯 차례 시도했지만 경호처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경호처는 지난 16일 경찰 특수단 압수수색을 거부한 뒤 “필요한 자료는 임의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총경 출신인 이지은 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은 “경호처 내에는 여전히 내란 세력이 남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경선 후보들이 대체로 문제의식에 공감하되 개혁 수위나 세부 방법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김동연 후보는 경호처를 폐지하고 대통령 근접 경호를 소수 정예 민간 경찰 조직이, 외부 활동 경호는 위기관리 경찰과 군이 합동으로 담당하는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난 1월 3일 경호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논란이 일어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호처는 내란 우두머리의 사병입니까”라며 “경호원 한 명 한 명은 내란 수괴의 불법 명령이 아니라 국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재명 후보 측은 경호처 폐지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경수 후보 측은 개혁 로드맵은 구상 중이나 경호처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경호처 개혁안 발의가 활발하다. 경호처 폐지나 경호 범위·대상 개혁안을 다룬 입법안은 지난 24일 기준 총 17건에 달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박정현 민주당 의원 등 의원 11명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 대상에 대한 경호 업무를 경찰청이 담당하도록 이관하고, 그 소속으로 대통령경호본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조인철 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대통령 직속의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에 대통령 경호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경호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1월 7일 황명선 민주당 의원 등 33명도 경호처를 폐지하고 대통령 등의 경호를 경찰청 소속 대통령경호국을 설치하자는 내용의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다.
경호처 개혁에 집중한 개정안도 쏟아졌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장이 경호구역을 지정할 때 요건을 명확히 하고, 내란·외환죄 수사를 방해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영장 집행 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장이 국회나 법원을 경호구역으로 지정하려면 해당 기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모르쇠’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당내에서 경호처 개혁 관련 입법안을 낸 의원은 아직 없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 행위에 대해서도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며 대신 방어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난 3월 22일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당연한 결과”라며 “정당한 직무집행을 했을 뿐 아니라 증거인멸이나 부당 지시가 없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경호처를 감쌌다.

경호처 개혁안은 이번 대선 당선자가 집무실을 어느 곳에 둘지와도 연동되는 문제다. 기존 용산 대통령실과 청와대, 세종정부청사 등 어느 곳을 사용할지, 관저는 어디로 할지 등이 경호처 규모나 운용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후보들이 각각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언급 중인데 실제로 집무실이 이전되면 경호처 관련 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호처 내부에서는 조직 붕괴를 우려하며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 경호처 직원 700여 명 중 500명 이상이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연판장에는 두 사람이 윤 전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직화하고, 직권남용 등 불법 행위로 조직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문제 제기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차장은 지난 15일 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 본부장은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경호처에 소속돼 있다고 밝힌 한 50대 여성은 “(아들 말로는) 내부가 너무 혼란스럽다고 한다”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경호를 하는 것인데 존폐 여부를 언급하기 전에 이런 혼란과 분열을 먼저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한 경호처 직원은 “내부적으로 경호처 존폐나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았다”며 “여러 개혁 방안을 내놓기 전에 내부 정리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경 출신인 류삼영 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대통령 경호를 경찰이 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부 이전에는 경찰에서 대통령 경호를 해왔고,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맡으면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호처 존폐론은 경호처의 일반 직원들 때문이 아닌 일부 수뇌부의 과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