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하면 지분율 90%대, 자진상폐·유상증자 가능성 제기…LS전선 “책임경영 강화 차원”

가온전선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이 같은 소식을 발표한 지난 4월 22일 이후부터 가온전선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날인 23일 가온전선은 전거래일 대비 15.0% 상승했다. 다음 거래일에도 2.56% 상승했다.
LS전선은 2024년부터 가온전선의 지배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 2024년 초만 해도 LS전선이 확보한 가온전선의 지분은 48.75%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LS전선은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지분을 가온전선에 현물출자하고 가온전선의 지분을 교부받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크게 높였다. 2024년 9월 LS전선은 보유하고 있던 지앤피 지분 100%를 가온전선에 현물출자하고, 가온전선의 신주 250만 433주를 취득했다. 당시 인정된 지앤피 지분 가치는 약 792억 원이다. 2024년 기준 순자산은 510억 원이다.
2024년 11월 LS전선은 가온전선에 미국 현지법인인 LSCUS(LS CABLE & SYSTEM U.S.A.) 지분 82% 전부를 현물출자하고 가온전선의 신주를 교부받았다. 가온전선은 LSCUS 지분 82%의 가치를 2041억 원으로 책정했다. 직전 해인 2023년 말 LSCUS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88억 원 수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LS전선이 잇달아 가온전선의 지분을 확대해 나가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진 상장폐지는 미국의 경우 모자회사 이중상장을 막기 위해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의 경우 대주주가 상장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게 없을 때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자진 상장폐지는 코스피의 경우 발행주식 95% 이상의 지분을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확보해야 한다. LS전선이 예상대로 가온전선의 9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후 5%가량의 지분만 더 확보하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 통상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지분율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 절차를 진행한다.
자진 상장폐지는 이사회·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출석주주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자진 상장폐지 과정서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는 그 가격을 두고 뒷말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강요당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온전선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가온전선은 향후 LSCUS를 통한 북미 지역 배전망 현대화(가공선을 지중 케이블로 교체) 수혜가 예상된다. LS전선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국내 및 해외 해저 케이블 내부망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할 예정으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도 평가했다.
공개매수 절차를 거치지 않고 LS전선 입장에서는 현물출자 등을 통해 한 번 더 지분율을 끌어올려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채우는 방법도 있다. 이와 관련,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진 상장폐지가 반드시 나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주주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자진 상장폐지에 대해 감독당국의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S전선 입장에서는 가온전선의 자진 상장폐지뿐 아니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도 있다.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수혜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수 있어 증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LS전선이 현물출자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려 놓으면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 같은 움직임이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가온전선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행한도 규모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그 한도가 발행주식의 33%까지였지만 정관이 변경되면서 발행주식의 50%까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경우 일반주주들 입장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자신의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될 우려가 있어서다. 전환사채 발행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모두 이사회 결의로 발행이 가능해 가온전선은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황을 대비해 증자를 실시하는 게 반드시 악재는 아니다”라면서도 “증자 후 성과가 발생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리는 만큼 (유상증자 등을 추진할 경우) 일반투자자에게 성실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이며 상장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